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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항소심 ‘위력 행사’ 새 기준 만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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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항소심 ‘위력 행사’ 새 기준 만드나

입력
2018.08.17 04:40
수정
2018.08.17 10:0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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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심 쟁점 공방 예고 

 대법 판례는 폭력 수반 1건뿐 

 폭력 없었던 안 전지사 사건이 

 ‘위력 행사 범위’ 판례될 수도 

 검찰, 도지사-수행비서 

 특수 관계 적극 부각 시키고 

 김씨 진술 신빙성 입증 나설 듯 

비서에 대한 성폭력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4일 오전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리는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비서에 대한 성폭력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4일 오전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리는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1심에서 무죄가 난 안희정(53) 전 충남지사의 비서 성폭력 혐의 사건이 항소심에서는 반전을 맞을까. 권력형 성범죄 피해를 폭로한 하급자의 ‘미투’(Me Too)를 계기로, 성폭력이 인정될 ‘성인 간 업무상 위력(상대의 의사를 제압할 유ㆍ무형의 힘, 즉 폭력이나 사회ㆍ경제적 지위)’의 행사 여부가 1심에서 쟁점이 된 터라 2심에서도 위력 행사 범위나 기준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있을 전망이다.

검찰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과 추행 등 모든 공소사실이 다 무죄로 깨진 데 대해 사실오인과 법리 오해 등으로 대부분 항소할 계획이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서부지검은 “현재 1심 판결문 검토와 함께 항소이유서를 작성 중”이라며 “내주 초쯤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 한국일보]그래픽= 박구원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그래픽= 박구원 기자

우선 검찰이 다툴 핵심 쟁점은 ‘안 전 지사의 지위 등에 비춰 위력은 있었으나 그 위력을 행사했다는 증거는 마땅히 없어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의 1심 판단 대목이다. 판결문을 분석 중인 검찰 내부에선 ‘논리적으로 안 맞는 게 아닌가’하는 의견이 나온다고 한다. 검찰은 고소인인 김지은(33)씨가 24시간 내내 상하 권력관계에 있던 ‘수행비서’로서 상시적인 위력에 짓눌려 있던 특수한 사정이 간과됐다고 이를 항소심에서 적극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안 전 지사가 위력을 적극 행사했다고 해석될 법한 정황도 항소심에서 보다 강력히 다퉈질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꼼짝 없이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는 수행비서를 새벽 2시에 호텔 방으로 불러서 맥주를 마시고 한 행위 자체가 위력 행사로 볼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성범죄 피해 대리 경험이 풍부한 일부 법조인 견해도 비슷하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도 “지위와 위력 행사는 구분될 게 아니다”며 “24시간 수행비서에게 현지 출장에서 ‘씻고 와라’고 시킨 자체가 위력 행사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상황에 물리적 폭력이나 압박하는 말이 있었는지 여부만 봐선 안 되고 두 사람 관계의 총체적 맥락을 통한 판단이 나오도록 쟁점이 정리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속 신진희 변호사도 “도지사와 수행비서 간 ‘포괄적 관계’를 2심에서 더 꼼꼼히 짚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에 따라 상당히 소극적이라 비친 피해자의 회피 행동에 대한 판단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핵심 쟁점은 김씨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느냐다. “김씨 진술이 피해자 조사과정과 법정에서 일관됐다”는 검찰과 김씨 측 주장대로 1심도 김씨 진술의 일관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간음과 추행을 당했다는 당시 상황 전후 김씨가 보인 언행과 김씨 진술의 어긋남이 꽤 있어 재판부는 김씨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했다. 최초 간음을 당했다는 때에 김씨가 안 전 지사가 좋아하는 순두부집을 찾거나 와인바를 함께 간 점 등이다. ‘김씨가 당시 왜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관한 설명과 정황 증거 보강 등은 안 전 지사 혐의 입증 책임이 있는 검사 몫으로 남게 됐다.

그 동안 위력에 의한 성범죄 사건은 미성년자나 장애인이 피해자인 경우 유죄로 인정되는 판결은 있었지만, 성인 간 위력에 의한 사건으로 알려진 대법원 판례는 한 건밖에 없다. 그 한 건도 물리력 행사가 있던 강간에 준하는 사건이어서, 폭력이나 압박이 없었던 안 전 지사 사건은 업무상 위력 행사 범위와 기준이 정립될 최초 판례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 사건은 항소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까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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