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비니 내무 “EU 긴축재정 탓”
고속도로 관리회사에 화살 돌리기도
제노바엔 12개월 비상사태 선포

루이지 디 마이오(왼쪽) 이탈리아 부총리, 주세페 콘테(가운데) 총리, 마테오 살비니(오른쪽) 내무장관이 15일 교량 붕괴 사고와 관련한 긴급 내각 회의를 가진 후 제노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제노바=EPA 연합뉴스

지난 14일(현지시간) 고속도로 교량이 붕괴해 최소 39명이 사망한 이탈리아 제노바 지역에 사태 수습을 위해 1년간의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그러나 정확한 원인 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채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깔린 책임 공방전이 난무하고 있다.

극우정당 출신의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내무장관은 사고 직후 유럽연합(EU)에 화살을 돌렸다. 긴축 재정을 요구하는 EU 탓에 이탈리아가 사회간접시설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투자를 충분히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살비니 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유지 보수가 필요한 학교, 병원, 철도, 고속도로가 너무 많지만, 우리는 EU의 예산 제약 규정으로 돈을 쓸 수 없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선 이탈리아 정부가 책임 떠넘기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스타보 피가 토르베르가타대 교수는 로이터통신에 “EU 규정을 떠나 이탈리아는 최근 인프라 관리 문제를 우선 과제로 삼은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이탈리아가 교통 인프라 유지 보수에 사용한 비용은 2008~2015년 58% 감소했다. EU집행위원회는 “정치적 의도가 담긴 손가락질에 개입하지 않겠다”면서도 “EU의 재정 규정에 따르면 회원국들은 인프라 유지 관리와 같은 특정 지출에 우선 순위를 설정하는 게 가능하다”며 살비니 장관의 주장을 사실상 반박했다.

사고 책임과 관련해서도 이탈리아 정부는 여론몰이 행태를 보이고 있다. 명확한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는데도 고속도로를 관리하는 민간 회사를 핵심 원인 제공자로 지목했다. 포퓰리즘 정당인 오성운동의 루이지 디 마이오 부총리는 “고속도로 관리사인 아우토스트라데는 유지 보수를 위해 투자하는 대신 이익을 나눠가졌다”며 “그들은 분명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오성운동 소속의 다닐로 토니넬리 교통 장관도 아우토스트라데 대표의 사임을 촉구하며 아우토스트라데를 강하게 비판했다. 토니넬리 장관은 아우토스트라데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아우토스트라데 측은 “최근 5년간 매년 10억유로(1조2,800억원) 이상을 안전 및 유지 관리에 투자하는 등 의무를 올바르게 이행해 왔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편 제노바 지역에는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15일 비상 내각 회의를 소집, “지방 정부의 요청을 받아 들여 12개월 간 비상사태를 선포한다”고 말했다. 비상사태 선포 조치로 이 지역에는 복구 작업 비용으로 500만 유로가 지원될 예정이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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