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무죄 등 엇박자 사법부 판단에 난처
성폭력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전북지역 여성단체 등이 반발하고 나섰다. '미투운동과 함께 하는 전북시민행동' 회원들은 16일 전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심 판결과 사법부를 규탄했다. 연합뉴스

올 들어 디지털 성범죄 근절ㆍ미투(#Me Too) 운동 지원에 전력을 쏟아 온 여성가족부가 최근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행 혐의 무죄 판결 등 여성계 반발을 키우는 사법부 판단이 이어지자 고심에 빠졌다. 이례적으로 ‘피해자의 용기와 결단을 끝까지 지지한다’는 입장문을 내 주무 부처로서 적극 대응에 나섰지만 논란은 커져만 가는 형국이다.

여가부는 16일 ‘안희정 전 지사 사건 판결에 대한 입장’이라는 제목으로 논평을 내고 “향후 진행될 재판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여가부는 피해자의 용기와 결단을 끝까지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관련 단체를 통해 소송 등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미투 운동 또한 폄훼되지 않고 지속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여가부의 이 같은 대응이 나온 배경에는 올해 초부터 미투 운동과 불법촬영 규탄 시위 등으로 성폭력 이슈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점이 크지만, 국내외에서 여가부의 불분명한 역할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월 스위스 제네바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정현백 여가부 장관은 각국 위원들에게 “미투 대응에 너무 안일하다” “정책이 사후적 대응에만 머물고 있다”는 질타를 받았다. 이에 여가부는 곧장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직장 내 성희롱ㆍ성폭력 신고센터 등을 꾸렸고, 정 장관은 기회가 될 때마다 직접 나서 “미투 운동을 멈추지 말아야 또 다른 피해를 막고 사회 인식을 개선할 수 있다” “강간 범주를 넓게 규정해 범죄로 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에는 일부 참가자가 대통령 모욕 언사를 해 논란이 된 서울 혜화역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 현장에 갔다가 해임 청원 대상이 되는 일까지 있었다.

이러한 노력에도 최근 홍익대 미대 누드모델 몰카 가해자 여성에 대한 10개월형, 안 전 지사 무죄, 전 여자친구와의 성관계 동영상을 무단 촬영ㆍ유포한 남성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사건 등이 잇따르면서 이번 주말 정부의 안일한 대응을 비판하는 대규모 집회ㆍ시위가 예고되자 입장은 난처해졌다. 안 전 지사 판결을 두고 낸 입장문에 대해서도 “사법부 판단에 대해 정부가 개입하려 하느냐”는 비난까지 쏟아졌다.

김중열 여가부 대변인은 “입장문은 사법부를 향한 비판이 아니라 주무 부처로서 성폭력 피해자 지원과 미투 운동 지지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알리기 위함이었다”며 “국회에 발의된 성폭력 처벌 강화 법안 등이 속도를 낼 수 있도록 국회와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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