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불황에 고용위기업종 지정
정부, 4대보험 강제징수 유예조치
사업주가 기업부담분 납부 안 해
근로자, 부담금 내고도 체납 간주
체납 상태로 ‘먹튀 폐업’도 늘어
연금액 줄거나 아예 못 받을 수도
전국금속노조와 윤소하 정의당 국회의원 등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조선업 4대 보험 체납처분 유예로 인한 근로자 피해에 대한 구제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전혼잎 기자

조선업 하청 근로자들이 정부의 조선업 지원 대책이었던 ‘4대 보험’ 체납처분 유예 조치로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고도 제대로 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특히 계속되는 불황으로 보험료를 체납한 하청 사업장의 폐업이 늘면서 이들의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4대 보험 체납처분 유예는 뻔히 예상되는 근로자들의 피해를 고려하지 않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6년 7월 고용노동부는 조선업이 고용위기업종으로 지정되자, 조선업 협력업체의 경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4대 보험료 체납 시 압류 등 강제징수 조치를 하지 않기로 했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원대상 업체의 4대 보험 체납액은 1,290억1,800만원에 달했다.

문제는 대다수 업체들이 근로자의 임금에서 4대 보험에 따른 근로자 부담분을 공제하면서도 기업 부담분 보험료는 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윤영생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전남서남지역지회장은 “결과적으로 4대 보험의 근로자 부담분을 사업주가 횡령한 것이고, 정부는 횡령을 제도적으로 보장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사업주의 체납이 있더라도 관련 급여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다른 보험과 달리 피해를 오롯이 근로자가 떠안아야 하는 ‘국민연금’의 부작용이 크다는 설명이다. 국민연금은 근로자가 내야 하는 연금 보험료(4.5%)가 임금에서 원천 징수되더라도, 사업장이 나머지 연금 보험료(4.5%)를 내지 않으면 체납으로 간주한다. 사업주가 체납액을 납부하지 않는 한 이 같은 체납기간은 가입 기간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때문에 조선업 하청 근로자들은 자신 몫의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부하고도 노후에 받는 연금액이 줄어들거나, 자칫 최소 가입기간(120개월)이 안 돼 아예 연금을 받지 못하는 신세가 될 수도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점을 감안해 지난해 12월 4대 보험 중 국민연금의 체납 처분 유예기간을 종료했다. 그러자 보험료 체납 상태에서 사업장 문을 닫아 국민연금에서 탈퇴하는 이른바 ‘먹튀 폐업’이 늘어났다. 국민연금 체납처분 유예 종료 후 전체 조선업 국민연금 체납 사업장 중 탈퇴 사업장의 비중은 올해 1월 48.1%에서 6개월 만인 7월 75.5%로 훌쩍 뛰었다. 체납액도 134억원에서 190억원으로 늘어났다.

이처럼 국민연금을 탈퇴해버리는 경우 사실상 체납 보험료를 강제 징수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 노동계 측에서는 정부가 체불임금을 대신 지급하고 기업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체당금’ 제도를 조선업종 근로자의 국민연금 체납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지회장은 “정부가 조선업 근로자의 국민연금 체납액을 대납하고, 사업주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