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이 더 잘할 수 있는 일까지 중앙이 간섭해 왔다면 과감히 이를 지방에 넘기고 이에 걸맞은 재원도 넘기는 재정분권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선도적으로 제시해야 한다.”(서울신문, 2018.8.14.)

쉽게 읽히지 않는 문장이다. 그러나 글쓴이가 이 문장을 소리 내어 읽어준다면, 우리는 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문맥과 뜻을 고려해, 중간중간 짧은 휴지를 두고, 끊어서 읽을 것이기 때문, 그러니 구조가 복잡한 문장을 쓸 때는 ‘쉼표’를 어디에 넣을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성질 급한 철수의 누이동생이 화를 내었다”란 문장에서 ‘성질이 급한’은 ‘철수’를 꾸밀 수도, ‘누이동생’을 꾸밀 수도 있다. 그런데 “성질 급한, 철수의 누이동생이 화를 내었다”에서처럼 쉼표를 넣으면 이러한 중의성이 해소된다. 쉼표를 쓰면 뜻이 분명해지는 것이다. “남을 괴롭히는 사람들은, 만약 그들이 다른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해 본다면, 남을 괴롭히는 일이 얼마나 나쁜 일인지 깨달을 것이다”에 쉼표가 없다면 횡설수설일 뿐이듯이.

쉼표는 문장을 자연스럽고 간결하게 만드는 역할도 한다. “철수는 미소를 띠고, 속으로는 화가 치밀었지만, 그들을 맞았다”에서처럼 구절을 중간에 넣어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할 수도 있고, “여름에는 바다에서, 겨울에는 산에서 휴가를 즐겼다”에서처럼 되풀이된 구절이 없이 문장을 간결하게 쓸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쉼표를 활용해 위의 첫 인용문은 다음과 같이 바꿔볼 수 있으리라. “지방이 더 잘할 수 있는 일까지 중앙이 간섭해 왔다면, 과감히 이를 지방에 넘기고 이에 걸맞은 재원도 넘기는, 재정분권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선도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쉼표를 잘 쓰면 글이 쉬워진다.

최경봉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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