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르네상스] <46>전남 고흥 커피
국내 첫 커피 대량생산 성공… 연간 30여톤 수확
신선도ㆍ향미 등 호평… 농장 관광객도 2만명 넘어
잎차 등 가공품 개발… 로컬커피 융복합 산업화 사업도
전남 고흥군 커피재배단지에서 빨갛게 익은 커피열매가 나무에 주렁주렁 달려 있다. 고흥군 제공

원두커피 하면 주산지인 아프리카나 남미, 동남아시아를 떠올린다. 세계적으로 커피를 생산하는 국가는 70여 개 정도로 날씨가 온화한 적도 주변의 열대지역에 분포해 있다. 우리나라는 기후조건이 맞지 않아 노지재배는 불가능하고 시설하우스에서 일부 시도했지만 실패한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자치단체와 커피농가의 노력으로 이제는 국내 땅에서도 자라는 열매가 됐다. 햇과일이나 햅쌀처럼 커피도 햇커피를 맛볼 수 있게 됐다.

전남 고흥은 국내 처음으로 커피를 대량 수확한 곳이다. 국내 최대 커피 재배단지가 조성돼 있으며 제1의 커피 주산지다. 고흥군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 커피농사를 처음으로 짓기 시작한 때는 2009년부터다. 당시 4개 농가가 씨앗을 들여와 파종해 나무를 키우는데 까지 성공했지만 생육 환경과 기술력 부족으로 나무가 말라버리거나 고사하는 등 시행착오를 겪다 상업화에 성공한 것은 불과 3,4년 전이다.

커피는 나무높이가 5m까지 자라며 최저 4℃이상 조건에서 생육된다. 여름철 시설하우스 온도가 너무 높아도 성장이 억제되는 특성이 있다. 고흥지역은 한반도에서 기후가 가장 온화한 난대 해양성 기후로 전국 최대의 일조량을 자랑한다. 연평균온도 13.7℃, 강수량 1,401㎜, 일조시간 2,370시간 이상이다. 겨울철에도 영하로 내려가는 날이 드물어 아열대 기후에 근접해 있어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 지역이 커피 재배에 최적이라는 인식이 알려지면서 재배농가가 해마다 늘고 있다. 고흥군 조사에 따르면 현재 과역ㆍ봉래ㆍ점암ㆍ금산면 일대에서 15농가, 2만4,000여㎡ 면적에 13만여주(4년 이상 7,000여주)를 재배하고 있다. 면적으로는 전국의 32.4%를 차지하며 체리 기준으로 연간 30여톤을 수확한다. 군은 2020년까지 40여 농가에 재배면적 10만㎡ 규모로 늘릴 계획이다.

지금은 시작단계에 불과하지만 갈수록 커피재배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커피농장을 찾는 관광객도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커피 체험 관광객수는 2만여명에 이른다. 농업기술센터 이준형 주무관은 “커피체험뿐 아니라 음악ㆍ전시ㆍ공연 등 문화콘텐츠를 제공해 다양한 계층의 관광객들이 방문하고 있고 특히 새로운 작목에 도전하는 귀농인과 직접 커피를 생산해 손님들에게 제공하려는 커피전문점 운영자들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전남 고흥 커피재배단지를 찾은 관광객들이 바리스타 체험을 하고 있다. 고흥군 제공

고흥은 국내 최고 수준의 커피 품종과 재배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재배농가에서는 품종 고급화를 위해 세계 3대 품종인 하와이안 코나, 쿠바 크리스탈 마운틴을 비롯해 예가체프 등을 재배하고 있으며 일부 농가에서는 브라질 옐로우 버번, 인도네시아 발리, 에티오피아 게마드로, 라오스, 태국 도이창, 케냐 SL34 등 10여개의 품종재배에 도전하고 있다.

봉래면에서 커피농장을 운영하는 이운재(56) 나로커피아일랜드 대표는 “최근 농촌진흥청에서 고흥산 커피와 수입 고품종 22개의 성분 분석에 들어가 연말이면 결과가 나온다. 고흥커피의 품질이 어느 수준까지 왔는지 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그 결과를 농사에 반영할 생각이다”며 “고흥커피는 고품종 소량 생산해 일반 품종의 수입시장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최고급 품종과 경쟁하고 있고 다양한 품종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커피나무는 한 여름에 꽃이 피고 이듬해 봄에 수확한다. 씨앗에서 묘목을 거쳐 꽃이 피기까지 4년 정도 걸린다. 한 그루당 2,3㎏의 생두가 생산되며 시중에서 원두(로스팅) 거래가격은 1㎏당 10만~15만원에 이른다. 고흥산 100% 커피 한잔 가격은 시중 판매가격보다 3배 가량 높은 1만3,000원~1만5,000원에 제공되고 있다.

고흥커피의 경쟁력은 신선도와 향미다. 수입커피는 현지에서 생산 후 가공 등을 거쳐 유통업체를 통해 국내 소비자에게 공급될 때까지 통상 8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린다. 이에 비해 고흥산은 그 해 생산한 커피를 2개월 뒤면 맛볼 수 있어 신선도에서는 수입커피와 견줄 수 없을 정도로 월등하다. 맛은 각 농가 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단맛과 신맛이 잘 느껴지며 뒷맛이 깔끔하고 부드럽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커피체리쨈, 볶음커피, 더치커피, 커피와인 등 다양한 가공품으로 출시한 고흥커피. 나로커피아일랜드 제공

커피가 관광객 유치와 농가소득에 효자 노릇을 하자 군에서는 커피산업 육성을 위해 다양한 지원 대책을 세우고 있다. 농가의 농외소득으로 키워나가고 가공제품 생산ㆍ판매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커피잎차, 커피빵, 커피초콜릿 등 가공품과 국내 유일한 고흥커피 브랜드 개발, 최고의 품종 보급을 추진 중이다. 생산ㆍ가공과 체험관광 산업을 통한 농업 6차산업 모델도 구축한다.

고흥커피 재배 현황=박구원 기자

커피산업 기반 마련을 위해 2012년부터 6년간 10억원을 들여 농가에 시설하우스, 보온시설 등 생산기반시설 등을 지원했으며 앞으로 면적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커피나무 씨앗부터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리는 과정, 수확 후 가공돼 커피 한잔이 되기까지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농가에 체험교육장 설치사업도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

내년부터 4년간 국비와 지방비 등 30억원을 투입해 ‘고흥 로컬커피 융복합 산업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며 신제품 개발과 관광ㆍ체험을 통한 6차산업화와 제조가공시설 구축으로 경쟁력을 높여나가기로 했다. 이 사업에는 나로우주센터 일대에 커피박물관을 비롯해 대규모 체험교육장, 판매장, 가공공장, 커피수목원 조성사업 등이 포함됐다.

이준형 주무관은 “커피는 국내에서 아직까지 노지재배가 어려워 시설하우스에서만 재배하는 실정으로 군에서는 커피 우량품종 선발과 재배기술을 정립해 농가에 보급할 계획이다”며 “브랜드 육성 기반 조성과 매뉴얼 개발을 추진하고 전국 제1의 커피 생산지로서 최고 품종으로 국제 경쟁력을 갖춰 나가겠다”고 말했다.

고흥=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