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키즈 혐오사회’ 실태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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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ㆍ버스 등서 아이와 동행만 했는데도
남 42% 여 63% “맘충 등 비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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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즈존 곳곳 영업, 인권위 권고 무색
젊은 남성일수록 노키즈존 찬성
모성 혐오 ‘맘충’ 용어 사용에도 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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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노동에 대한 인식 전환 필요
‘맘충’ 등 혐오표현 온라인상 사용 막고
‘웰컴키즈존’ 프랜차이즈화 등 모색해야
'민폐'일지도 모르는 아이와 보호자를 미리 추방하는 세계, 이 규율이 지워내고 싶은 '낯선 타자'의 범위는 어디까지 확장될까. 아기와 엄마를 가로막는 ‘노키즈’ 문구가 관용 없는 사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류효진 기자

#1. “아기를 동반한 여행은 국내 보다 오히려 해외에서 더 수월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9개월 아기를 키우는 직장맘 최지영(33)씨가 요즘 자주 하는 생각이다. 지난 5월 제주를 찾았을 때만 해도 머릿속엔 “우리가 갈 수 있는 식당은 따로 있다”는 은근한 압박이 가득했다. 제주에 시나브로 늘어난 노키즈존(No Kids Zoneㆍ특정 연령대 유아 및 어린이 동반인의 출입을 금하는 업장)의 존재와 의미를 모를 리 없었다. “다른 식구들도 있고 무엇보다 아이와 함께 가야 하니까 애초에 숙소랑 아주 가까운 식당을 택하거나, 분위기가 조용할 만한 곳은 처음부터 엄두를 안 냈죠.”

한 사회가 아이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건, 일본 여행을 하면서다. 연령을 제한한 업장을 보지 못한 것은 물론, 어느 식당이든 들어서기만 해도 아기 식기를 따로 내주는 모습이 사뭇 생경했다. “정말 아기의 존재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식당, 가령 주로 출근 시간대에 직장인들이 아침식사를 하는 라멘집에 급하게 들어갔을 때조차 정말 딱 아기가 쓰기 좋은 쓰임새의 전용식기를 반사적으로 챙겨 가져다 주더라고요.”

이런 사소한 환대와 호의는 전골집, 고깃집, 료칸(旅館) 등에서 일정 내내 이어졌다. “평소 느껴보지 못한 감동이라고 해야 할까요. 국내에선 그런 환대가 보편적이지 않은데다 눈치도 많이 보고 힘들거든요. 오히려 주변 아기 엄마들 사이에선 ‘차라리 노키즈존이 낫다’는 슬픈 반응도 나와요. 아이들은 아무리 얌전해도 소리 지르거나 찡얼거리는 건 어쩔 수 없는데, 섞여서 눈치 볼 바에야 아예 오지 말라고 써 붙인 곳이 차라리 솔직하다는 느낌 같아요. 씁쓸한 세태죠.”

#2. 한국일보의 온라인 설문조사에 응한 한 30대 여성 응답자는 얼마 전 한 뮤지컬 공연장을 찾았다가 귀를 의심했다. 여러 어린이와 엄마들이 객석에 들어서자 “아유, 초딩이네”로 시작하는 다른 관객들의 불평이 들려왔다. 초등생 이상이면 누구나 관람 가능한 공연인 데다 해당 일행은 단지 자리에 앉았을 뿐이었지만 힐난조의 목소리는 들으라는 듯 이어졌다. “어휴, 요즘 맘충(혐오표현ㆍ이하 ‘○충’)들은.”

비슷한 일은 한 카페에서도 있었다. 엄마와 함께 온 아이가 실수로 포크를 바닥에 떨어뜨리자 옆자리 테이블에선 눈총뿐 아니라 품평까지 이어졌다. “애 데리고 굳이 이런 데 오는 거, 정말 이해를 못 하겠어.” 조심성 없는 혼잣말에, 아이 엄마는 서둘러 짐을 챙겨 자리를 떴다.

“완벽한 아이는 없잖아요. 부모가 모든 실수까지 다 통제하기도 어렵고요. 그런 이해심이 없는 거죠. 노키즈존은 만들면서 노키즈존 정보를 공유하면 왜 불매운동을 하느냐고 엄마들을 비난하고요. 건장한 남자에게는 하지 않을 항의나 비난을 아이와 여자라는 쉬운 대상에게만 화풀이로 하고 있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엄마와 아이들이 혐오의 최전선에 섰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가장 미움 받는 이들은 난민 그리고 엄마와 아이라는 자조가 나올 정도다. 예의 없고 몰지각한 시민은 남녀노소 어느 집단에나 존재하지만 유독 모성(母性)을 힐난하는 용어는 무서운 속도로 온라인 댓글창과 게시판을 잠식했고, ‘○충(모성 혐오 표현)에게 사이다 날린 썰’은 각 커뮤니티에서 하나의 장르로 유포될 정도다. 이제는 오프라인에서도 공공연히 자녀를 둔 여성들을 개념과 무개념의 심판대에 올린 혐오 발언이 무차별적으로 이어진다. 저출산 우려를 무색하게 하는 여성과 아이를 향한 ‘낙인찍기’ 는 어느새 관행이 되어버렸다.

한국일보가 최근 남녀 성인 9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가운데 57%가 “자녀를 둔 상태 자체를 비난하는 표현을 직접 보거나 들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 내용을 묻는 질문에는 차마 글로 옮기기 힘든 발언이 쏟아졌다. 일터의 동료 아르바이트생이 우는 아이(4, 5세)를 달래는 엄마를 향해 “감당도 못 할 거면 ○지르지나 말던가, 민폐네”라고 했다거나, 지하철에서 돌도 안 돼 보이는 아이가 울자 남성 승객이 “역시 ○충이 문제”라고 힐난했다는 등의 답이다. 응답자 절반 이상이 어떤 행동을 하기도 전에 단지 자녀와 동행하기만 했는데도 직접 비난을 받았거나, 이를 목격했다는 얘기다. 이런 말을 직접 보거나 들은 경험이 남성은 41.6%였고, 여성은 62.7%나 돼 여성의 피해가 훨씬 심했다.

아이와 보호자, 특히 엄마를 ‘민폐’냐 아니냐로 구분 짓는 정서가 만연하다 보니 일단락되는 듯했던 노키즈존 논쟁도 확대되는 양상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미 지난해 11월 제주 소재 A식당의 ‘13세 이하 아동 전면 출입금지’ 조치를 아동차별로 판단하고 이를 철회하도록 권고했다. 무례한 행동으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일부 사례를 객관적, 합리적 이유 없이 일반화했다는 것이다.

특히 인권위는 상업시설이 특정 집단을 원천 배제하는 경우 합당한 사유가 인정돼야 하는데, 해당 식당이 아동의 신체ㆍ정신적 건강에 유해한 장소도 아니고, 이용상 특별한 능력이나 주의가 필요하지 않다는 등의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식당 측이 호소하는 영업상 어려움은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주의사항 및 퇴장요구 가능성 등을 고지하는 등 다른 방법으로 풀도록 대안도 제시했다. 하지만 이런 가이드라인이 무색할 정도로, 노키즈존 운영은 곳곳에서 계속되고 지지 여론도 이어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한민국 전체가 거대한 노키즈존처럼 느껴진다’는 한숨도 나온다. 엄마와 아이는 어쩌다 동네북이 됐을까.

아이, 육아에 대한 몰이해

설문 응답자들이 경험한 비난에서는 공통으로 아이의 불가피한 실수나 소음도 용납하지 않는 무관용, 완벽한 통제에 실패한 엄마에 대한 책임 추궁, 육아 노동에 대한 몰이해 등이 드러난다.

한 20대 여성 응답자는 지난달 버스를 타고 가던 중 엄마의 훈육에도 칭얼대는 아이가 잘 달래지지 않자 대각선 방향 뒷좌석 남성 승객들이 “저래서 ○충은 안 돼, 시끄럽게 애도 관리 못 하고”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마음이 무거웠다. “성인들도 들뜨면 목소리가 커질 수 있는데 한창 잘 모를 아이들이 조금 소리를 내더라도 관대하게 넘어가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어요.”

또 다른 응답자는 “지난주 지하철에서 한 아이가 다리가 아프다고 조금 칭얼대자 옆자리 남자 승객들이 ‘역시 ○충, 이래서 우리나라 엄마들은 안 된다’고 비난하더라”며 “아이가 그리 크게 칭얼댄 것도, 엄마가 다독이지 않은 것도 아니었는데 웃으며 비난하는 소리가 모두에게 들릴 정도로 컸다”고 했다. 그는 “식당에서도 아이가 접시를 떨어뜨리거나 울면 엄마가 직접 사과하고 치우는데도 비슷한 반응이 돌아왔다”고 했다.

사용자들은 비난 정서를 집약하는 단어 ‘○충’이 일부의 무개념, 몰지각을 규탄하는 말이라고 주장하지만, 현실에서는 언제든 발화자의 주관과 편의에 따라 동원되고 있는 것. 훈육이 늘 완벽히 통할 리 없는 영ㆍ유아의 말소리나 실수도 모두 ‘예의 없음’의 범주에 넣고, 보호자가 이를 미리 완벽히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엄격한 심판관들에게 ○충보다 더 유용한 단어는 없다.

위축 효과는 상당하다. 인권위의 혐오표현 규제 방안 연구를 진행 중인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일각에선 실제로 민폐를 끼치는 일부 사람이 존재하니 그들을 비난하는 데만 이런 표현을 쓸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지만, 현실에서 쓰임새는 그보다 상당한 위험성을 드러내고 있다”며 “다수의 여성은 본인의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위협을 느끼고 지나치게 활동을 위축시키며, 아이와 엄마에게 확실히 이 사회에서 존중받지 못한다는 심리적 불이익을 갖게 된다”고 지적한다.

이고은 ‘정치하는 엄마들’ 활동가는 “개인이나 문제행동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여성이나 엄마라는 집단의 문제로 구분 짓는 이 비난은 다른 엄마들을 겁박하는 용어”라며 “일종의 ‘자칫하면 너도 그 안에 들어갈 수 있다'는 프레임”이라고 평했다.

세대, 성별 간 온도 차

하지만 ○충 표현에 대한 인식은 성별 및 세대에 따라 다르다. 본보 설문에 따르면, 이를 “혐오표현으로 생각해 사용에 반대하냐”는 질문(5점 척도)에 여성 응답자는 세대를 막론하고 모두 “매우 그렇다”고 입을 모았다. 10대(4.3)와 20대(4.27), 30대(4.39), 40대(4.55) 간에 미미한 가중치 차이는 있지만 이견이 없는 결과다. 남성 응답은 다르다. 10대(3.04), 20대(3.52), 30대(3.88) 남성의 반응은 대체로 “보통이다”와 “다소 그렇다” 사이에 머물렀고, 4점을 넘기며 사용에 강하게 반대한 것은 40대 남성(4.56) 집단이 유일했다.

“○충 표현이 자녀를 둔 여성 일반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영향을 주냐”는 질문에도 여성은 10~40대에서 고르게 유사한 가중치로 “매우 그렇다”는 반응이 나왔다. 남성의 경우 40대(4.24)에서 30대(3.71), 20대(3.39), 10대(3.22)로 갈수록 “보통이다”에 가까워졌다.

노키즈존에 대한 반응도 비슷하다. “문제행동 때문에 아이를 아예 거부하는 ‘노키즈존’은 과잉조치냐”는 질문에 여성 응답자들은 세대와 무관하게 “다소 그렇다”는 대동소이한 반응을 보였다. 10대(3.7), 20대(3.57), 30대(3.25), 40대(3.37)간 가중치 차이도 미미했다. 남성 응답자의 경우 10대(1.96)는 “다소 그렇지 않다”로, 20대(2.43), 30대(2.49)는 “보통이다”로 수렴했다. 과잉조치로 보는 경향이 조금 더 강한 것은 40대 남성(2.76)뿐이었다. 즉 남성일수록, 나이가 어릴수록, ‘○충’ 표현 사용에 너그러우며, 노키즈존은 과잉조치가 아니라고 보는 셈이다.

이 활동가는 “남성이지만 아직 기득권으로 살아온 적이 없는데다 여러 어려운 삶의 문제들에 직면한 일부 청년 남성층에게는 기혼 여성, 자녀를 둔 여성이 나름의 기득권으로 비치는 상황”이라며 “경력단절 등으로 고통받는 경우가 많은데도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편히 산다’는 부당한 평가, 돌봄과 가사노동에 대한 저평가, 만연한 여성혐오의 정서 등이 뒤엉켜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응답자들이 경험한 모성 혐오 발언의 근저에는 ‘전업주부 혐오’가 면면히 흐른다. 브런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한다는 20대 여성 응답자는 “동료 남자 직원이 여자 손님들만 보면 뒤에서 비난했다”며 “자녀가 있는 여성이 가사나 육아 외의 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을 눈꼴 사나워하며 ‘저기 앉은 여자들 전부 남편 돈으로 어린이집에 애 맡기고 노닥거리러 나왔다’고 말하곤 했다”고 답했다. “일부 눈살 찌푸리는 행동을 하는 손님도 있지만, 요즘은 오히려 대부분 부모가 과할 정도로 안절부절못하고 행동을 조심하는 모습에 가슴이 아팠거든요. (그런 비난을 보면서) 왜 유독 엄마들에겐 아빠들에게 주어지는 관용의 반만이라도 줄 수 없는 건지 의문이었죠.”

그놈의 커피, 커피!

모성 비난에 십중팔구 ‘카페’와 ‘커피’가 따라 나오는 이유다. 한 응답자는 “평일 오전 한가한 카페에서 아기를 꼭 안은 한 여성이 구석 자리에 숨죽여 앉아 있었는데 인근 테이블 손님들이 ‘엄마는 카페에서 애랑 노닥거리고, 아빠가 불쌍하다’고 비난하더라”며 “○충이라는 단어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했다. “누가 봐도 정말 아기를 꼭 안고 눈치 보는 모습이었거든요. 육아는 전투라고 부를 만큼 힘든 과정인데, 잠시 외출이나 휴식할 자격도 없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됐어요.”

3세, 6세 두 아이를 둔 30대 여성 응답자는 “아이 둘을 데리고 카페에 한 시간만 앉아 있으면 항상 비난을 듣는다”며 “아이가 얼마나 얌전하건 관계없이 아이를 데리고 있는 엄마는 늘 누군가에게 ○충”이라고 씁쓸해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여성들은 유일한 외출로 ‘몰링(mallingㆍ쇼핑센터에서 시간 보내기)’을 선택한다. 아이와 외출 시엔 기저귀 교환대와 수유실 등을 잘 갖춘 백화점, 대형 쇼핑몰 등에서 머무는 일을 말한다. 아이를 동반한 동료 여성이나 아이에게 너그러운 중년 여성 이용객이 많아 심리적 위축도 덜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때도 비난을 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1세와 2세 아이를 둔 30대 여성은 “시간마다 기저귀를 갈고, 분유와 이유식을 먹는 아기와는 마음 편히 갈 수 있는 곳이 없어 외출 시엔 어쩔 수 없이 백화점을 찾는데, 이때도 돌아오는 건 ‘팔자 좋은 아줌마’, ‘생각 없이 남편 등골 빼먹는 아줌마’라는 비난”이라며 “제발 그러지 말라고 부탁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응답자들이 토로하는 또 하나의 문제적 정서는 ‘약자 혐오’다. 실수나 잘못을 하는 사람은 어느 집단이나 유사한 비율로 존재하는데 유독 약자인 아이와 여성만을 타깃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23개월 딸아이를 둔 30대 여성은 지난 여름 휴가 때의 일을 잊지 못한다. 낯선 장소가 불안했던지 아이가 소리를 지르길래 바로 안고 나와 식당 밖을 서성이는데, 한 남성이 “애새끼를 데리고 나왔으면 관리를 하라”고 윽박지른 것. “지금 ‘저한테 하신 말씀이냐’고 항의하니 그분 가족이 서둘러 데리고 가더라고요. 그 식당은 대가족 손님, 술 마시고 어마어마하게 시끄럽게 대화하는 손님들로 가득 찬 곳이었는데 왜 밖에서 혼자 아이를 안고 있는 저에게만 그랬을까요.”

한 20대 카페 아르바이트생은 “아이들이 울거나 음료를 쏟기도 하지만 일을 하다 보면 그런 실수는 성인들도 비슷한 비율로 저지른다”며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 음료를 쏟는 사람, 다른 손님과 부딪히는 사람 등 여러 사람이 있지만 비난은 아이와 엄마만을 향한다”고 지적했다. “솔직히 아르바이트생에게 더 위협적인 존재는 중년 남성이거든요. 위협적인 말로 소리치고, 음료를 테이블까지 가져오라 명령하고, 마감시간이라 나가 달라고 공지하면 마음대로 사무실에 들어오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무도 ‘아재 출입 금지’ 같은 문구는 써 붙이지 않죠.”

이런 분위기를 미혼ㆍ비혼 여성들이 모를 리 없다. 비혼주의자인 한 30대 여성은 “엄마들을 보면 이 나라에서 애를 키운다는 자체가 너무 힘들고 눈치가 보이는 일이라 숨이 막힌다”며 “이 나라에선 아이를 낳아 키울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아이 엄마가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먼저 바뀌지 않는 한 공존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뒤 육아 중인 지인이 블로그에 커피 마시는 사진을 올렸더니 ‘남편 돈 빨고 있냐’는 힐난이 돌아오는 게 지금 이 나라의 현실”이라고 했다.

“인식교육 등 대책 시급”

응답자들은 무엇보다 혐오표현 규제 방안 마련이 시급하며 가사 노동, 육아 노동에 대한 이해, 아동에 대한 이해 교육이 확대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 30대 여성 응답자는 “업장에서 60대 남성이 술을 마시고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면 ‘선생님’, ‘선생님’하고 어르고 달래면서 아기와 엄마에게만 하는 엄격한 비난과 출입통제는 엄연한 약자혐오”라며 “누구나 어린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도록 하고 ○충 등 혐오표현을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 작성할 수 없도록 필터링 했으면 한다”고 했다.

한 10대 여성 응답자는 음식점 동료 직원들이 우는 아이와 달래는 엄마를 향해 “애를 왜 ○지르냐, ○나 민폐" 등을 운운했던 일을 떠올리며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많은 시민이 아이의 행동과 특성에 대해 너무나 무지하다”고 했다. “큰 잘못을 하지 않아도 짜증부터 내고 민폐 덩어리로 생각해요. 아이의 특성, 육아노동에 대한 전반적 교육이 필요하다고 봐요.”

노키즈존이라는 극단적 배제를 대체할 해결책 모색도 요구됐다. 한 20대 남성 응답자는 “모든 것에 서툴고 유약할 수밖에 없는 아이들을 어른이 먼저 품어야 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며 “대안이 없지 않을 텐데 대안을 생각하는 게 곤란하고 번거롭다는 이유로 입장을 막을 생각만 한다면 결과는 명백한 차별이자 책임회피뿐”이라고 했다.

다른 응답자들도 유사한 제언과 지적을 보탰다. “노키즈존이란 극단적 선택보단 ‘다른 이용자에게 피해 항의가 들어올 때 직접 제재할 수 있으니 이 점 유념하시길 바랍니다’ 등의 안내를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아이가 집중할 수 있는 장난감이나 놀 거리를 구비해 다른 고객이 불편을 겪는 일을 최소화하는 매장도 있거든요. 사업장 자체를 비난할 생각은 없지만 노키즈존이 유행처럼 번지는 것은 은연중 아이와 부모의 이미지를 ‘시끄럽고 무례한 존재’로 구축하는 행위라고 봐요. 사업장들이 이 흐름에 편승하진 말았으면 해요.”

노키즈 대신 ‘웰컴키즈존’

설문 결과 노키즈존을 일부러 찾아가 이용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39%에 불과했다. 오히려 웰컴키즈존을 일부러 찾아가 이용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51.7%로 절반을 웃돌았다. 웰컴키즈존은 아이들을 위한 안전시설, 집중할 수 있는 놀이용품 등을 준비하고 아이를 환대하는 시설을 뜻한다.

1993년부터 일부 가맹점포에 아이들을 위한 놀이시설을 설치해 온 한식 프랜차이즈 E사는 최근 계열사 다른 브랜드로도 웰컴키즈존 도입을 준비 중이다. 업체 관계자는 “놀이시설, 영상과 게임기, 수유실 등을 갖추고 매일 2회 청소, 분기별 소독을 진행한다”며 “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데다, 아이들 전용메뉴 만족도가 높은 덕에 불황에도 안정적인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는 게 내부 평가”라고 말했다.

유사한 공간은 노키즈존 논란 촉발지인 제주에도 늘고 있다. 올 6월 제주에 웰컴키즈 공간을 지향하는 작은 카페를 연 이현주(38)씨와 이상준(43)씨 부부는 “딸아이를 데리고 제주도 한 달 살기를 하던 중 1, 2시간씩 걸려 찾아간 유명 맛집에서 노키즈존이라고 입장을 거부당하고 포장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을 자주 겪으며 직접 아이와 부모를 환대하는 공간을 만들겠다고 결심했다”고 했다. “노키즈존을 처음 마주했을 때, 또 ○충이란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엄마로서 너무 화가 나고 속이 상했어요. 웰컴키즈존을 추구하면 회전율이나 수익성은 떨어질 수 있겠다 싶었는데 그래도 꼭 해 보고 싶더라고요.”

이현주, 이상준씨 부부는 “아이를 환대하는 더 많은 공간이 우리 사회에 들어섰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이현주씨 제공

보호자가 지켜볼 수 있는 위치에 아이들의 놀이공간, 외부 놀이터, 장난감 등을 갖추고 일부 규칙만 정해뒀다. 동반한 아이도 아이용 음료나 식사를 반드시 주문한다는 원칙 등이다. 매출이 아직은 적지만 부부의 기대 수준은 웃돌았다고. 오픈 첫날부터 “응원합니다”란 육아 동료들의 응원도 이어졌다. 물론 이씨 부부조차 곤란케 하는 문제적 손님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규칙을 지키지 않는 분은 어디에나 있잖아요. 그래도 더 많은 분이 준수하고 존중해줬어요. 여러 노력을 하다 하다 안 되겠다고 노키즈존을 운영하게 된 주변 사장님들도 심정적으로 이해는 해요. 그래도 우리가 더 잘 해내면, 육아하는 가족들에도 자영업자들에도 하나의 대안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들의 바람은 사회 전체에 웰컴키즈존이 확산되는 것이다. “우리 같은 소상공인뿐 아니라 자본력이 있는 기업과 프랜차이즈에서도 다양한 대안과 시도를 모색해봤으면 좋겠어요. 아이를 이토록 거부하는 사회가 정상은 아니잖아요.”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송은미 기자 mysong@hankookilbo.com

▲기사 본문에서는 ‘○충’과 같은 혐오표현을 모두 복자(伏字) 처리 하거나 ‘모성 혐오 표현‘ 등으로 대체해 표기했습니다.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적이더라도 해당표현을 반복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취지입니다. (첫 등장과 설문결과를 보여주는 시각물상 질문 원문에만 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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