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전당포 이야기

# 월드컵 등 축구 베팅 시즌엔
대출 이자 두 배로 껑충 뛰지만
오토바이 등 담보로 돈 빌리기도

# ‘실물’ 대신 신분증 대출도 생겨
직장인 월급보다 많은 액수 대출
장물 세탁 등 범죄 연루도 문제
베트남 호찌민시 벤탄시장 인근에 자리잡은 한 전당포(Cam Do)가 월리 2.5~3%를 적어 놓고 영업하고 있다. 그 앞에 세워진 오토바이 대부분은 돈을 빌려주면서 담보로 잡은 것들이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베트남에서는 ‘전당포(Cam doㆍ깜도)’가 성업 중이다. 현지 업계에 따르면 베트남에는 약 3만개의 전당포가 있다. 고리로 인한 각종 문제는 물론 장물 세탁에도 전당포가 이용되는 등 사회문제가 끊이지 않자 당국이 규제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하지만 1인당 국내총생산(GDP) 2,500달러 수준의 베트남 사람들에게 은행 문턱은 여전히 높아, 전당포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축구와 특수관계

베트남에는 축구가 전당포를 먹여 살린다는 말이 있다. 이렇다 할 놀이가 없는 베트남에서는 도박이 성행하는데, 그 중 월드컵이나 아시안게임, 동남아시아(SEA) 게임 시즌이 전당포 업계 대목이다. 특히 도박이 목적인 탓에 자국 팀이 출전하지 않는 경기 시즌에도 전당포는 불야성을 이룬다. 통상 주 6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인 영업 시간은 이 기간 주 7일, 24시간 영업 체제로 전환된다. 호찌민시 빈탄군의 한 업자는 “지난 월드컵 때에는 온 식구가 동원돼 몰려드는 손님들을 위해 24시간 일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다. 이 기간 대출 이자는 최소 2배 이상 오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토바이, 차량 등을 갖고 돈을 빌리러 몰려든 사람들을 상대하느라 전당포 직원들도 고생을 했다. 10군 지역의 한 업자는 “높은 이자에도 불구하고 평소보다 4배 이상 많은 손님들이 몰려들어 오토바이, 자동차를 놓고 가는 바람에 창고가 꽉 찼다. 추가 창고를 구하지 못해 돈을 빌려 줄래야 줄 수 없는 지경이었다”며 “이후에는 휴대폰, 노트북 등 부피가 적은 물건만 받았다”고 VN익스프레스에 말했다. 전당포 업자들 사이서는 담보물을 보관할 창고 확보에 경쟁이 붙으면서 부동산 임대료가 오르기도 했다.

업소마다 차이는 있지만 통상 100만동당 하루 3,000~1만동의 이자가 붙는다. 하루 1만동을 적용했을 경우 연 400% 수준이다. 하지만 축구 시즌에는 여기서 최소 2배, 많게는 10배 이상 뛰기도 한다. 지난 러시아 월드컵 기간 베트남에서 자살 기도 사건이 잇따랐던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6월말 독일이 월드컵 16강에서 탈락하자, 호찌민 타웅녓병원에 쥐약을 마시고 자살을 기도한 2명의 남성이 실려 왔다. 거액의 돈을 빌려 베팅을 했다가 자신이 건 팀이 패하면서 돈을 갚을 길이 막막해진 이들이었다. 한 남성은 3억동(약 1,460만원)을 빌린 뒤 갚을 길이 보이지 않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담보물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출 액수로 미뤄 레드북(부동산 문서)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소문이 돌았다.

베트남 전당포들은 돈 되는 물건이라면 모두 받아준다. 오토바이와 휴대폰이 주를 이루지만 집, 땅 등 부동산문서(레드북)를 맡기고 돈을 빌려가는 경우도 있다. 라오동 캡쳐

돈 안 되는 물건도 ‘OK’

담보물은 ‘오토바이의 나라’답게 오토바이가 제일 많다. 소득 수준이 늘면서 보급이 늘어난 휴대폰, 노트북도 최근에는 많다. 가족 몰래 부동산 서류를 들고 온다거나, 최근 자동차 보급이 늘면서 자동차를 끌고 와 돈을 빌리는 경우도 있다. 시세가 약 10억동(약 4,800만원)인 도요타 SUV 포추너는 전당포에서 6억동(약 2,900만원)의 가치를 인정 받는다.

이는 아무리 급전이 필요해도 전당포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건 오토바이가 됐든, 아이폰이 됐든 ‘돈 되는’ 물건을 가진 사람뿐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같은 ‘실물’ 외에도 신분증을 받아주는 곳들이 생겨나 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지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인신매매 등의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조사에 따르면 대도시 일부 카페에서 학생증, 운전면허증 등 신분증을 맡기면 1,000만동(약 50만원) 이하의 금액을 빌려 준다. 웬만한 직장인 한달 월급보다 많은 금액이다.

한국 중소 금융기관 진출 지원을 위해 시장조사를 진행한 현지 금융권 관계자는 “전당포가 돈을 빌려 간 사람으로부터 원금과 이자를 온전하게 돌려받는 경우는 드물다. 애초 이자 수익을 보고 돈을 빌려 줬다기보다는 담보물의 가치를 낮게 책정하고, 갚아야 할 돈이 담보물 가치를 초과하는 시점에 시장에 매각해 원리금을 회수하는 방식이 주로 쓰인다”며 “폭력 조직과 결탁해 서민들을 상대로 이처럼 폭리를 취하는 이들을 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전당포는 장물 ‘세탁’에도 앞장서는 등 ‘사회 악’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하노이 지역의 공안 하이 당씨는 “많은 전당포들이 장물을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 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문제는 장물임을 알고도 돈벌이에 눈이 멀어 받아주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인민일보에 말했다. 하노이변호사협회 소속 호앙 람 변호사는 “많은 전당포들이 수익 극대화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지만 법에 따라 처벌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돈을 빌린 사람이 갚지 못하는 경우 전당포는 그들이 맡기고 간 물건들을 판다. 빠른 자금 회수를 위해 싸게 내놓으면서 중고 시세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징닷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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