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건 수사라며 보름 전엔 기각
알선수재 혐의 추가되자 영장
재판담당 판사들엔 또 줄기각
저울과 법전을 든 정의의 여신상이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 앞을 내려다 보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부산고법 판사 비위 은폐'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현직 판사들에 대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이 재차 기각됐다. 반면, 앞서 '별건 수사'라며 기각했던 전직 판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발부됐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식으로 법원의 영장 발부 기준이 오락가락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는 15일 오전 문모 전 부산고법 판사, 건설업자 정모씨 자택ㆍ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문 전 판사는 자신에게 향응을 제공한 정씨가 조현오 전 경찰청장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기소되자 2016년 항소심 재판부의 사건 판단을 미리 빼내는 등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당시 법원행정처가 문 전 판사 비위 의혹을 통보 받고도 구두경고만 내린 뒤, 관련 의혹을 덮기 위해 일선 재판에 직접 관여한 정황을 포착했다.

이런 상황에서 법원은 앞서 ‘별건 수사’라며 보름여전 기각했던 문 전 판사 영장을 이번엔 발부해 ‘기준이 뭐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법원은 지난달 27일 비위 은폐 혐의(직무유기)로 청구된 영장을 기각했으나 이번에 정씨 향응을 제공 받은 혐의(알선수재)가 추가되자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 측은 “애초에 별건 수사도 아니었고, 이를 이유로 영장을 기각한 뒤 또 발부해 준 경우는 처음 봤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법원은 정씨 항소심을 담당했거나 의혹 문건에 언급된 전ㆍ현직 판사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또 무더기로 기각해 ‘제 식구 봐주기’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법원은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문 전 판사 관련 문건들이 재판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거나 “임의수사 시행 유무에 비추어 압수수색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법원은 이전에도 “일개 심의관이 작성한 문건에 따라 대한민국 대법관이 재판한다고 보기 어렵다”거나 “임의제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등의 이유로 관련 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불만이 쌓인 검찰 측에서는 “재판 개입이 없었다는 식으로 본안 문제를 예단해서 되겠냐” “은밀하게 진행되어야 할 압수수색을 미리 알려주라는 식의 논리 또한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법원은 임의제출 가능성을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던 윤리감사관실 자료나 문 전 판사에 대한 재판기록을 여전히 제출하지 않고 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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