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 아닌 동물 판매-소비 금지조항 없어
‘식용’ 담당 식약처 “관습법이 상위” 애매
‘임의 도살 원천 금지법’ 국회 통과 주목
동물보호단체 케어가 말복을 하루 앞둔 15일 오전 경기 성남시 중원구 모란시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고기 판매업소 5곳을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케어 제공

“국민청원을 계기로 가축에서 개를 제외하도록 축산법의 관련 규정 정비를 검토하겠다.” (최재관 청와대 농어업비서관)

“많은 국가에서 개고기를 먹지 않는다. 우리 법(축산법을 지칭)도 국제적 기준에 맞춰가야 한다.”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정부가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잇달아 올라온 식용 목적의 개 도살 금지 요구에 내놓은 답변이다. 축산법 시행규칙에 규정된 ‘가축’에서 개를 제외시켜 소, 돼지, 닭처럼 고기나 알 등 축산물을 얻기 위해 사육하는 동물과 구분 짓겠다는 것이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늘고 동물 복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인 개만큼은 가축으로 취급해선 안 된다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다. 당국자들의 발언은 이러한 변화를 제도에 공식 반영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인 셈이다.

그러나 개가 축산법 상 가축에서 제외된다고 해서 개고기 소비가 법적으로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축산법에 가축의 종류가 나열돼 있긴 하지만, 가축 아닌 동물의 사육, 판매, 소비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조항은 없기 때문이다. 동물보호단체 등이 정부의 이번 발표를 두고 “첫 단추는 끼웠지만 갈 길은 멀다”고 논평하는 이유다.

축산법은 가축을 키우는 농가가 축산물의 수급 조절과 가격 안정에 기여하는 가운데 소득을 늘리고 아울러 축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축산법이 규정한 가축을 기르는 농가는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는 축산 정책의 수혜 대상이 된다. 현행법상 가축은 총 35종으로, 오는 9월엔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 대상인 기러기도 포함된다. 식용으로 사육되는 동물만 가축인 것은 아니다. 낚시 미끼용으로 쓰이는 지렁이, 카나리아ㆍ앵무ㆍ공작 등 관상용 조류 15종도 포함돼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축산법이 마치 특정 가축의 식용을 허용하는 근거법처럼 알려져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법이 규정한 가축 35종=김민호기자

축산법이 개를 사육의 대상으로 정의하는 유일한 법안도 아니다. 가축의 분뇨를 적정하게 처리해 환경오염을 방지하도록 규정한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서도 개는 가축에 포함돼 있다. ‘개고기 허용’과는 거리가 멀지만 동물보호법도 반려동물생산업을 산업으로 인정하고 정부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개가 축산법상 가축 신세를 면하더라도 개를 반려 목적이 아닌 사육이나 생산 목적으로 기를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여전한 셈이다.

개고기가 근절되려면 결국 식용 목적으로 개를 도살, 유통, 판매하는 행위가 전면 금지돼야 한다. 그러나 소관 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애매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식품위생법 상 개는 식품으로 사용할 수 있는 원료에 해당되지 않는다”면서도 “개는 관습적으로 (식용으로)소비돼 왔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흑백논리로 접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행법 상 개를 식품으로 삼는 것은 명백히 불법이지만, 관습법이 더 상위에 있다는 논리에 다름 아니다.

이 때문에 동물보호단체들은 개를 가축에서 제외하는 것을 넘어 개를 식용으로 생산, 도살하는 행위를 원천 금지하도록 법망을 촘촘히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일명 ‘임의도살금지법(동물보호법 개정안)’ 통과 여부에 관심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발의안에 따르면 축산물위생관리법, 가축전염병예방법 등에 의거해 동물을 도살하는 경우가 아니면 임의로 동물을 도살하는 행위를 전면 금지한다.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개 식용 도살을 불법으로 명문화한 것이다.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전진경 상임이사는 “축산법 개정뿐 아니라 대규모로 이뤄지는 개 사육산업이나 불법 도살 등을 종합적으로 규제해야 개고기 소비가 종식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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