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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부사단장은 정말 무위도식하나

입력
2018.08.15 13:29
수정
2018.08.15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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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 다녀온 많은 분들이 하는 말이 있다. “부군단장이나 부사단장 같이 부(副)자 붙은 지휘관은 하는 일 없이 자리만 채우고 있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국방개혁에서 장군숫자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강력한 개혁이라고 예상됐던 국방개혁2.0에서 오히려 부지휘관을 모두 장군으로 채우겠다는 발표를 했다. 그와 함께 애초에 흘러나오던 장군 감축 수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장군 감축이 됐다. 군대의 밥그릇 지키기가 성공한 것인가 싶을 정도다.

통상 준장에서 2~3년이 지나면 소장으로 진급하여 사단장이 된다. 반면 준장 계급정년은 5년이라 진급 못한 준장이 부사단장으로 임명되어서 대부분 사단장보다 선배다. 56세가 계급정년인 대령 부사단장도 선배인 경우가 더 많다. 그러니 껄끄러운 선배들이 옆에 있는 것 보다 아예 이름만 걸어놓고 없는 것이 사단장 입장에서는 더 편하다. 부지휘관들도 후배인 사단장에게 존대하려니 마음 불편하고 해서 아예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서로 편하다. 이런 서로의 이익 때문에 부지휘관들은 이름만 걸고 무위도식 한다. 그러니 부지휘관을 확 줄여버리면 장군 수를 대폭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필자도 부지휘관 무용론과 똑같은 생각을 갖고 지난 몇 년간 군대를 유심히 관찰해 봤다. 최근 몇 년 간 각종 사건 사고와 북한의 도발 등으로 대대급 부대에는 병사관리 등 어마어마한 업무가 추가됐다. 나이가 겨우 41, 42세에 불과한 젊은 대대장이 수백 명의 신세대 병사들을 관리하며 전쟁대비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사고예방을 위해 항상 신경이 곤두서 있다. 사단에는 4개의 연대와 30개 가까운 대대가 있다. 사단장이 매일 하나씩의 부대에 현장지도를 간다 해도 한 달 이상 걸린다. 이러니 부사단장이 필요한 것이다. 사단장이 현장에 나가면 작전부사단장이 벙커에서 작전비상대기를 하고, 사단장이 벙커에 있을 때는 부사단장이 현장지도를 나간다. 사단장이 휴가가면 부사단장이 지휘해야 한다. 또 요즘은 부대 인근의 민원이 워낙 많아 해당지역 관청들과의 협조회의 등이 많다. 이런 일에는 행정부사단장이 나가서 대민업무를 처리한다.

요즘 장교들은 나이 적다고 상급자에게 함부로 하지 않는다. 후배라도 계급이 높으면 깍듯하게 예우하며 자신의 임무를 수행한다. 과거 20~30년 전에 군 생활 잠시 했던 경험과 고정관념을 가지고, 지금도 그럴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심각한 오해다. 주한미군 2사단도 작전부사단장과 행정부사단장이 있는데 모두 준장이다. 광역자치단체인 시ㆍ도에도 행정부시장과 정무부지사가 있다. 기초단체에도 부구청장과 부군수가 있다. 기업도 부회장이 있으며 정부부처도 차관이 있다. 모두 열심히 일할 것이다. 군대도 마찬가지다. 군대문화는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 군내 최선임인 합참의장과 육군참모총장이 불과 1960년생인 지금의 군대를 일제강점기시대에 태어난 지휘관들이 있던 예전 군대 조직과 똑같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 심각한 오류다. 물론 모든 장군보직이 필요했다는 것은 아니고, 부지휘관에 대한 선입견이 오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장군 수를 줄였으니 이렇게 필요한 부지휘관으로 보낼 장군이 부족해진다. 해법은 있다. 우리는 그 동안 너무나 허접한 예비군만 봐왔으니 예비군에 대한 활용방법을 모른다. 국방개혁의 화두 중 하나인 예비군 정예화에 입각하여 미군처럼 예비역 장군을 부지휘관으로 활용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연금지급을 받는 예비역을 활용하면 인건비도 3분의1 이하로 줄일 수 있으니 경제적이다.

이제 군대를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나라를 찬탈했던 그 장군과 군대의 시대는 갔고, 지금의 군대는 우리를 지켜주는 일에 전념한다. 군대를 전향적으로 바라보며 개혁에 임한다면 국가에 더 큰 이익이 있을 것이다.

신인균 자주국방 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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