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ㆍ보좌관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양복 상의를 벗고 있다. 오른쪽은 장하성 정책실장. 연합뉴스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논란 거듭

종부세 고집한 참여정부 반면교사로

국민의 손 꼭 잡겠다는 의지가 중요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청와대와 정부 갈등설’이 여전히 화제다. 최근 사석에서 ‘갈등설 당사자’를 만났는데 “대통령의 말도 안 듣는다” “자료도 안 내놓는다” “조직적 저항에 들어간 것 같다”는 등의 푸념을 늘어놓더라는 이야기다. 박 전 의원의 글 속에 등장하는 당사자는 즉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지목됐고 갈등의 상대방으로는 경제정책 방향을 두고 불협화음을 빚고 있는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떠올랐다. 관가에서는 장 실장이 김 부총리에게 밀렸다는 의미로 ‘장앤김’이던 권력서열이 ‘김앤장’으로 이동했다는 해설까지 번지고 있다.

문재인 경제팀의 투톱인 장 실장과 김 부총리의 불화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새로울 게 없다. 하지만 속내가 그리 단순하지는 않다. 장 실장은 소득주도성장론의 간판이고 김 부총리는 혁신성장론의 대표주자라는 점에서 경제 컨트롤타워의 쟁투는 모든 경제주체의 이목을 집중시킬만하다. 소득주도성장이 가계와 분배에 무게중심을 둔 반면 혁신성장은 기업과 성장을 중시하는 상반된 정책이기 때문에 정책변화는 실제 국가경제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현재로선 김 부총리의 혁신성장에 무게중심이 쏠려 있는 게 사실이다. 6월 청와대 경제팀 교체가 분수령으로 보인다. 직전 경제팀 회의에서 “소득주도 성장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장 실장 손을 들어주는 듯하던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팀 교체 이후로 소득주도성장은 입 밖에도 내지 않고 혁신성장만 강조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을 위해 은산분리 규제 완화까지 발표했다. 이에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제 도입 등의 엔진으로 추진되던 소득주도성장론의 몰락과 혁신성장론의 득세라는 시장의 판정이 나왔다. 경제정책 기조의 대전환이라는 해설에 이어 장 실장 교체설까지 번졌다.

시장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극구 부인하고 있다. 정책변화 아니냐는 질문에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은 경제 정책의 양대 기둥”이라는 원칙론만 반복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가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3대 축인 것은 사실이지만 저 정도 설명으로 시장의 의구심을 해소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약속을 지키는데 강박관념을 가질 정도로 철두철미한 문 대통령도 정책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당에 청와대나 정부가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이유를 도통 알지 못하겠다.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 1만원 공약 달성 실패를 인정한 순간 정책변화는 이미 기정사실화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혁신성장으로 정책변화를 솔직히 인정하는 게 도리어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여권 고위관계자도 “막대한 예산 투입으로 소득주도성장이 안정화 단계에 들어섰기 때문에 다음 정책목표인 혁신성장으로 관심을 돌리는 것”이라며 정책변화를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정부가 경제정책 방향을 정한 지난해 7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엔진을 동시에 가동했지만 혁신성장의 성과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난 이상 김 부총리를 문책하는 게 먼저”라는 명쾌한 대책까지 제시했다.

정책을 쉽게 포기해서도 안되겠지만 무오류의 환상에 빠져서도 안될 일이다.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의 공약파기가 전자의 상징이라면 종부세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끝내 국민과 등을 돌린 참여정부가 후자의 사례일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국민이 반대한다면 유연하게 대처하는 게 정답이 아닐까 싶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묻는다’라는 책에서 “국민들이 주저하거나 반대한다면 그 속도를 늦춰서라도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얻고 그렇게 해나가야죠”라고 정책 유연성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끝까지 국민 손을 놓지 않겠다는 다짐을 잊지 않았다. “참여정부도 처음에는 국민의 손을 잡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국민이 손을 놓았고 다시는 국민의 손을 잡을 수가 없었어요. 저는 끝까지 국민의 손을 꼭 붙잡고 갈 겁니다.” 참여정부를 반면교사로 삼겠다며 지난 대선 당시 측근 정치인에게 저 말을 건넸다고 한다.

김정곤 논설위원 jk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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