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나무 벌목 논란... "환경 보존해야" vs "주민 숙원사업"

9일 오후 제주시 비자림로 삼나무숲이 도로 확ㆍ포장 공사로 삼나무가 잘려져 나가 속살이 벌겋게 드러나 있다. 연합뉴스

제주 비자림로 삼나무 벌목을 놓고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찬성하는 사람들은 주로 지역 주민들이다. 10년 전 우근민 당시 제주지사 때부터 추진됐던 비자림로 확장 사업을 이번엔 기필코 마무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반대하는 사람들은 개발논리에 환경 가치가 훼손돼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양쪽 다 나름의 근거가 있다.

“비자림로 개발, 무모하고 무지해… 철회해야”

제주제2공항범도민반대행동(범도민행동)은 12일 성명서를 내고 비자림로 확장공사의 전면철회를 촉구했다. 단체는 이 공사를 ‘무지(無知)하고, 무모한 사업’으로 규정하며 “도로 개발이 해당 지대를 난개발로 끌고 갈 첨병이며,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지 주민들에 따르면, 비자림로는 성산포에서 제주시로 넘어갈 때 이용된다. 지역 주민은 물론, 관광객 이용률이 높다. 제주도는 이런 점을 감안해 2016년 3월 도로 확장 공사를 결정하고, 올 6월 공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공사 과정에서 도로 확장을 위해 삼나무를 대규모로 잘라내야 하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길’인 비자림로의 경관을 훼손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도는 공사를 임시 중단한 지난 10일까지 총 2,160주의 삼나무 가운데 915주를 잘라냈다고 밝혔다.

범도민행동 소속 제주환경운동연합 김정도 정책팀장은 비자림로 확장공사가 “도내에선 굉장히 오래된 문제”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2010년, 2015년에도 (확장공사가) 이슈로 떠올랐었다”며 “그러나 다른 이슈에 묻히거나, 도민 반대에 부딪히면서 취소됐다”고 말했다. 현재의 반대 여론은 어느 날 갑자기 터져 나온 게 아니라는 것이다.

김 팀장은 해당 논란이 전국적 관심사로 떠오르며 일각에서 삼나무 벌목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 “물타기”라고 비판했다. 그는 “’삼나무는 외래종이니 없애야 한다’, ‘생태계 조성에 악영향을 준다’, ‘꽃가루 알레르기를 유발한다’는 등 각종 주장이 온, 오프라인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며 “개발 논리를 유지시키기 위한 하나의 장치”라고 주장했다. 제주엔 편백나무 등 다른 외래종도 많고, 이들도 꽃가루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데 왜 삼나무만 문제 삼느냐는 것이다.

제주 '비자림로를 지키려는 시민 모임' 참가자들이 12일 오전 비자림로 확장 공사 현장에서 공사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겨울철엔 결빙, 농사철엔 농기계 통행으로 ‘이중고’”

반면 지역 주민들은 ‘환경 훼손’ 프레임에 갇혀 주민들의 불편을 외면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봉의 성산읍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비자림로는) 겨울철이면 결빙 때문에 사고가 잦고, 농사철에는 트럭ㆍ경운기가 많이 지나다녀 교통체증이 심하다”고 호소했다. 이어 “2차선이라 추월선도 없어 (앞차를) 쫓아가는 차들은 뒤에서 살금살금 가야 한다”며 “최근 렌터카 업체가 늘어나며 (비자림로) 통행량이 늘어나 불편함이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비자림로 공사는) 우근민 전 지사 때부터 그려 놓은 큰 그림이다. 계속 도 예산이 없어서 (공사를) 못 한다고 하다가 이제야 짧은 구간이라도 먼저 한다고 해서 착공한 것”이라며 “(건설을 중단하면) 읍민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영재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박사는 “도로 확, 포장 같은 게 아닌 문제의 근본을 바라봐야 한다”며 “결국 개발과 보존의 문제다. (찬반 측 모두) 본질적 문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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