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준비하다 일방적 번복해도
입증할 길 없어 피해 고스란히
법은 전화 허용 분쟁 가능성 키워
증거 남게 서면ㆍ문자 의무화 해야
7월 11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년일자리센터에서 한 취업준비생이 책상에 엎드려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도 같이 일하고 싶었는데, 갑자기 채용 계획이 없어져서… 안타깝게 됐네요.”

지난해 중소 물류회사에서 이직을 준비 중이던 A(32)씨는 지원했던 회사로부터 채용이 결정됐다는 전화를 받았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그는 출근을 일주일 앞두고 갑작스레 채용이 취소됐다는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듣게 됐다. 그만두기로 했던 직원이 계속 일하게 되는 바람에 새 직원이 필요 없어졌다는 이유였다. 이미 원래 다니던 회사에서 퇴사 절차를 밟고 있던 A씨는 백방으로 구제방안을 찾아봤지만 ‘어렵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그가 전화로 합격 통보를 받은 탓에 해당 기업이 그를 채용하기로 했다는 증거가 없어서다. A씨는 “실업자가 되게 생겼는데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14일 노동계에 따르면 청년 실업난이 계속되는 가운데 기업 측의 일방적인 채용 번복이 구직자들을 두 번 울리고 있지만, 현행 법으로는 이들을 보호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채용 과정에서의 문제는 근로기준법 적용이 되지 않아 소송을 통한 손해배상 청구만 가능한데, 개인이 기업이 해당 구직자를 채용하기로 했다는 점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채용 내정 사실이나 조건을 알린 휴대폰 문자메시지나 이메일을 갖고 있다면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A씨처럼 전화로 채용 내정을 전해들은 경우 따로 녹취를 하지 않았다면 구제가 불가능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상황이 이런데도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채용절차법)에서는 기업이 구직자에게 채용 여부를 알릴 때 전화를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채용취소 시 분쟁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최근 장병완 민주평화당 의원은 기업이 구직자에게 채용 여부를 고지할 때 전화를 제외하고 ▦휴대폰 문자메시지 ▦이메일 ▦팩스 ▦서면으로만 통지하도록 하는 채용절차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채용절차법을 어기더라도 처벌규정이 없는 탓에 실제로는 구두로 채용 여부를 전달하는 경우도 많아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채용 과정 중이어서 아직 근로자 신분이 아닌 구직자들에 대해서도 정부 차원의 보호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정당한 사유 없는 기업의 일방적인 채용 취소 시 정부가 나서 이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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