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옥주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장
독립유공자 인정 1만4879명 중
여성은 299명… 전체 2% 그쳐
“먼저 얼굴부터 알리는 게 중요”
100인 엄선해 사진ㆍ활동 소개한
‘인물사전’ 올 하반기 출간 위해
현재 크라우드 펀딩도 진행
심옥주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 소장은 독립운동에 관한 일반의 인식이 바뀐 계기로 영화 ‘암살’을 꼽았다. “여성도 독립운동을 위해 총을 들고 뛰어다닌 '사실'에 사람들이 여성독립운동가에 주목했고, 이는 학계가 이제까지 하지 못한 대중문화의 공로”라는 설명이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shin@hankookilbo.com

“제자들에게 항상 도전하라고 말했는데, 저도 도전해봐야겠다 싶어서요.”

최근 서울 동대문구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에서 만난 심옥주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이하 연구소) 소장(46)은 연구소 이전 배경을 이렇게 말했다. 2009년 부산에서 문을 연 연구소는 올 초 지금의 자리로 둥지를 바꿨고, 심 소장은 부산대 교수를 사직하고 비정규직 지식노동자가 됐다. 심 소장은 “여성독립운동 연구 분야에 관심을 가져주는 분들이 지방보다 서울에 더 많다. 한 달에 3번 꼴로 7년 정도 서울-부산을 오가다 보니, 한 곳에서 집중하고 싶었다. 한 번 시작하면 끝까지 포기 안하는 제 성격 아는 분들은 ‘한번 잘 해보라’ 격려해 주신다”고 말했다.

심 소장이 연구소를 개설한 건 ‘끝가지 포기 안 한다는 성격’, 정확하게는 이런 성격 때문에 한국 최초의 여성 의병장 윤희순 의사에 관한 박사 논문을 쓴 게 계기가 됐다.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백범 김구 연구로 학위 논문을 준비하다 방향을 바꿔 한의사 공부를 시작하던 시절, 심 소장은 윤 의사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그가 살았던 강원도로 달려갔다. 일제강점기 시아버지 유홍석 의병장, 남편 유제원과 함께 독립운동을 했던 윤희순 의사는 “의병 정신이 광복군 정신으로 다시 국군 정신으로 이어지는 걸 보여주는 상징적인” 인물이다. “사학에서의 연구가 사료를 깊이 있게 파고드는 방식이라면 정치학을 전공한 저는 당시 국내외 정세에서 운동사, 여성사의 의미를 연구했죠. 3ㆍ1운동이 해외 여러 운동과 연동되는 부분이 곳곳에서 나오거든요. 해외 선교사가 유입되면서 여성사는 변화가 많았습니다. 한국독립운동사, 세계 여성사에서 여성독립운동가는 어느 위치에 있는지 짚어주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심 소장은 2년간 강원도 일대를 돌아다니며 관련 기록을 찾았고 ‘윤희순의 민족운동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여성독립운동가) 연구는 누가해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다들 안 하길래 ‘그럼 내가 하지’, 시작했죠.” 부산대 앞에 연구소 간판을 내걸고 급여에서 3할을 떼 운영비로 썼다. 9년간 연구서적 10권을 냈고, 여러 연구를 진행하면 “전국에 인적 네트워크를 구성”했다.

최근 여성학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지만, 연구소 설립 당시만 해도 여성독립운동가 연구는 불모지에 가까웠다. 심 소장은 그 이유에 대해 “첫째는 사료 부족이고 둘째는 여성유공자를 발굴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고, 셋째는 별반 돈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연구를 계속하다 보니, 사료가 아주 없는 건 아니더라고요. 전체 독립운동사에서 여성독립운동사, 지역독립운동사를 떼어내 비교합니다. 한 지역에서 대표적인 독립운동가가 나오면, 이 인문의 활동시기와 한국여성독립운동가들이 활동한 시기를 대입하면 연결되는 단체가 튀어 나와요.”

심 소장의 논문 ‘한국여성독립운동가의 보훈예우 현황에 관한 분석’에 따르면 국가유공자로 인정된 독립운동가 1만2,358명 중 여성은 226명(2013년 기준)으로 2%도 되지 않는다. “신문에 이름이 나오거나 옥살이를 3개월 이상 하는 등의 서훈 기준을 충족해야 독립운동 유공자로 선정될 수 있는데, 여성이 이런 일률적 기준을 충족하기 쉽지 않기”때문이다. 독립운동가의 남녀비율에 주목한 최초 연구로 이 논문이 주목을 받으면서 여성독립운동가 발굴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졌다.

심옥주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장. 신상순 선임기자

여성독립운동가연구가 독립운동가 중 생물학적 여성, 남성을 구분하는 것 외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심 소장은 “소외되어 왔던 다양한 한국의 여성, 어머니의 면모를 발굴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다. “일반에 여성독립운동가 면면을 소개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들의 얼굴을 알리는 게 중요하다. 유관순뿐만 아니라 다른 여성독립운동가도 있다는 걸 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구소가 올 하반기 여성독립운동가 100인의 사진과 활동 내용을 소개하는 책 ‘기억해야 할 인물들:여성독립운동가 인물사전(이하 여성독립운동가 인물사전)’를 출간하는 배경이다. 이 책의 제작·출간을 위한 크라우드펀딩을 다음 스토리펀딩에서 시작해 목표 금액 700만원 중 14일 현재 500만원을 넘었다. 마감일은 25일이다.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은 여성독립운동가 299명(6월 현재 기준. 전체 1만4879명) 중 사진이 남은 운동가 100명을 엄선해 ▦학생운동, 의병, 광복군 등 독립운동 계열별로 두각을 나타낸 인사로 구분해 소개한다. 지난 3월 여성독립운동학교를 개교해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올바른 역사관과 여성독립운동가를 알리는 일도 시작했다. 5월 1기를 배출했고 올 하반기에 2기를 모집할 예정이다.

“이제까지 우리의 역사는 가부장 체제에서 ‘아버지의 기록’이 주도했습니다. 독립운동에 남녀구분이 없었듯, 숨겨진 어머니의 역사를 찾겠다는 시도죠. 남성 위주, 지도자 위주의 시선에서 민중, 여성, 소수의 평범한 시각도 봐야 한다는 시도입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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