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구 교수 홈페이지

재정학 권위자로 꼽히는 이준구(69)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가 보수언론의 ‘국민연금’ 때리기를 “작문 솜씨가 천재급”이라고 비판했다. 사실과 다른 정보로 국민의 불만만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13일 홈페이지에 ‘아무도 말하지 않는 국민연금의 진실’이라는 글을 올려 ‘난파위기 국민연금... 국민 지갑만 터나’라는 이날치 조선일보의 기사 제목을 거론하며 “(이 신문의) 두 가지(난파위기, 국민지갑 털기) 지적 모두 사실과 아주 동떨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매체이름은 적시하지 않고 ‘한 보수신문’이라고만 언급했다.

이 교수는 먼저 이 신문의 보도에서 국민연금 고갈 시기가 앞당겨진 것을 ‘난파 위기’에 빗댄 건 타당한 비유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정례적으로 (국민연금의) 재정 건전성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기금 고갈 예상시점이 2060년에서 2057년으로 3년 빨라진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걸 갖고 어떻게 국민연금이 ‘난파 위기’에 빠졌다고 단정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국민연금 고갈은 태생적 문제라는 얘기다. 이 교수는 “(고갈 문제는) 1988년 국민연금 출범 당시부터 안고 있던 문제”라며 “만약 현재가 위기 상황이라면, 이 정부 들어와서 그런 문제가 새로 발생한 게 아닌 셈”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으로 국민 지갑을 턴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터무니 없어도 너무 터무니 없다”고 꼬집었다. 국민연금이 세금적 성격을 갖고 있긴 하지만, 엄밀히 말해 민간 보험회사에 보험료 납부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설명이다. 이 명예교수는 “(국민연금은) 내가 나중에 연금이라는 보험금을 타기 위해 내는 보험료”라며 “이게 어찌 지갑을 털리는 일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지갑을 턴다’는 말은 정부가 공연히 세금을 거둬 쓸데 없는 일에 쓸 때나 통용될 수 있는 말”이라며 “거둬진 보험료가 전액 지급되는 마당에 어떻게 국민의 지갑을 턴다는 말을 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같은 언론의 우려와 달리 국민연금이 고갈돼 일부 가입자가 연금을 받지 못 하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전문가로서 말하고 싶다. 그런 사태(연금 고갈)는 절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고갈 시점이 다가오면 자금 조달 방식을 바꿔서라도 기존 가입자들에게 연금 혜택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적립식’이라는 국민연금 자금 조달 방식을 바꾸면 태생적 한계를 벗어날 수 있다는 대안도 제시했다. 현재 국민연금은 수십 년간 내온 보험료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60세 이후 순차적으로 돌려주는 식이다. 그러나 이 방식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금이 고갈되는 단점이 있다.

이 교수는 ‘부과식’으로 조달 방식을 바꾸면 고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현재 일하고 있는 사람에게서 거둔 보험료로 은퇴자의 연금을 지급하는 ‘부과식’으로 바꾸면 기금의 고갈 여부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실제 다른 나라에서도 재정 악화를 이유로 부과식으로 전환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언론이 국민의 불만을 최대한 부추기려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민연금의 기본적 성격에 대해 정확한 인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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