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굴기 중국, 위협받는 주력산업] 中 하드웨어 전문 액셀러레이터 ‘다공팡’의 딩춘파 대표

#1
신생 벤처를 발굴ㆍ지원하는
다공팡 같은 액셀러레이터
선전 지역에만 144개 활약
#2
中, 치열하게 경쟁시킨 후
살아남은 곳에만 자금 지원
정부가 너무 많은 지원하면
관여 심해져 창의성 사라져
#3
창업지원 경험한 한국 인재들
선전에 와 혁신기업 재도전
그럴만한 이유 분명히 있을 것
지난 3일 중국 선전 보안구에 위치한 하드웨어 전문 엑셀러레이터 다공팡에서 만난 딩춘파 대표가 선전을 혁신 도시로 키운 정부 정책과 현지 생태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맹하경 기자

“화웨이, BYD, 텐센트, DJI가 탄생한 곳이 바로 선전(深圳)이죠. 정부의 치밀한 육성 정책과 치열한 경쟁 환경이 맞아떨어진 결과입니다. 창업하라며 공간만 공짜로 내준다고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지난 3일 중국 선전 보안구에 위치한 하드웨어 전문 액셀러레이터인 다공팡(大公坊)의 딩춘파(丁春發) 대표는 어촌 마을에서 ‘창업의 도시’로 변신한 선전의 비결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1980년 중국의 첫 경제특구로 지정된 이후 ‘동양의 실리콘밸리’로 성장한 선전에는 다공팡 같은 신생 벤처기업을 발굴ㆍ육성ㆍ지원하는 액셀러레이터 144개(2016년 기준)가 활약하고 있다. 이들이 육성 중인 기업은 7,900여개이고, 육성 기업들에서만 약 20만명이 일하고 있다.

선전은 각종 전자제품을 만드는 공장들이 밀집해 활용할 수 있는 제조 인프라가 풍부하다. 지금은 문을 닫았지만 삼성이 해외에 처음 설립한 통신 장비 제조 공장도 선전에 있었다. 딩 대표는 “정부가 이 지역으로 ICT 연구개발(R&D)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면서 과거 전통적 방식인 노동집약형 공장들은 내륙으로 보냈고, 로봇을 활용한 자동화 설비를 적극 투입해 맞춤형 제작능력을 갖춘 공장들만 남겼다”며 “선전이 ICT 첨단 제품 개발 및 생산 거점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다공팡은 스타트업의 제품 디자인, 소프트웨어 개발부터 제품 생산, 시장 판로 개척까지 전 단계를 지원한다. 필요한 부품과 기술을 저렴한 가격에 빨리 공급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강점이다. 딩 대표는 “빨리 돌아가는 속도가 경쟁력”이라며 “시제품뿐 아니라 완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들이 30분 거리에 있다”고 덧붙였다.

다공팡 건물 1층에 있는 소규모 공장. 다공팡에서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시제품을 즉시 생산할 수 있다. 맹하경 기자

선전 일대에서는 수많은 차세대 혁신 기업들이 성장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선전에서 출발한 로봇 개발사 유비텍은 텐센트에 인공지능(AI) 비서 기능을 공급하기 시작했고, 화싱구앙디엔(華星光電)은 레노버, 화웨이 등에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는 대표 패널 업체로 자리 잡았다. 딩 대표는 “특히 2012년 설립된 디스플레이 제조사 로열(柔宇科技)은 가장 얇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개발에 성공하는 등 첨단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위협적인 존재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첨단산업 정책은 크게 해외 인재를 데려오는 직접적 정책과 다공팡과 같은 액셀러레이터에 지원금을 지급하는 간접적 정책으로 나뉜다. 그는 “정부 지원금을 받는 액셀러레이터는 전체의 30%가 채 안 되고 이 중 상위 1, 2곳만 100만위안(약 1억6,000만원)에서 200만위안(약 3억3,000만원) 정도 받는다”라고 설명했다. 딩 대표는 “아주 치열하게 경쟁하도록 해 살아남는 곳에만 자금을 지원해 주는 게 이곳의 원칙”이라며 “잔인할 정도로 경쟁에 내모는 대신, 도시 전체가 ‘규제 샌드박스’(신사업에 대한 규제를 풀어 모래 놀이터처럼 마음껏 놀도록 하는 것)라 문제가 생기면 그때 정부가 들여다 본다”고 말했다.

그가 한국 정부 정책이나 창업 생태계에 해주는 조언은 ‘어설픈 퍼주기식 지원’은 금물이라는 것이다. 서울에서도 다공팡 센터를 운영하고 있어 한국을 자주 찾는다는 그는 “시장에 맡기는 중국과 달리 한국은 정부가 공간도 무료로 제공하고 기술 등 필요한 인프라를 상당히 많이 지원해 주는데, 정부는 위험성이 큰 부분에 과감하게 투자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원이 단기적이고 내용도 부실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정부가 너무 지원을 많이 하면 관여가 늘어날 수밖에 없어, 창의성이 사라지고 불필요한 규제들만 늘어난다”며 “우선 환경을 탄탄하게 구축해 주고 자유롭지만 냉정한 경쟁을 통해 성장을 유도하는 중국으로부터 배울 것이 많다”고 했다. 중국에선 신생 벤처를 육성하는 액셀러레이터들간의 경쟁도 치열하기 때문에 많은 투자를 통해 꾸준한 기술과 인프라 제공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딩 대표는 “올해에 선전 따공팡을 다녀간 한국인이 6,000명쯤 된다”고 했다. 그는 “여전히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첨단 산업에서는 중국 기업이 한국 기업을 따라가지 못한다”면서 “하지만 한국 온라인투오프라인(O2O) 시장 1위 기업이 선전의 전문인력과 협력해 음식 배달 로봇을 만들고, 한국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경험한 인재들이 선전으로 옮겨야 혁신 기업에 재도전하는 데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전=맹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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