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현정 사무금융노조 위원장

“제2금융권 노사, 600억 조성
비정규직ㆍ청년 구직자 등 지원
실천 부족했던 노조가 나설 때”
김현정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이 지난 9일 서울 마포구 용강동 노조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사회연대기금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1996년 비씨카드에 입사해 2005년부터 비씨카드 노조 지부장을 지낸 뒤 2014년부터는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주성 기자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과 하청, 기성 세대와 청년 세대 간의 격차가 갈수록 커져 가는 건 정규직 노동조합의 이기주의 때문일까. 아니면 더 큰 책임이 있는 자본과 정부가 ‘귀족노조’ 프레임을 덧씌워 노조에 화살을 돌리는 것에 불과할까.

책임 소재를 둘러싼 논쟁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일단 자기 반성에서 출발해 양극화 해소를 위한 실천에 나서려는 움직임도 있다. 증권, 보험, 카드 등 제2금융권의 산별노조인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이하 사무금융노조)의 ‘사회연대기금’이 대표적인 사례다. 금융권 노사가 3년간 전체 임금의 0.4%인 600억원을 공동으로 조성해 공익재단을 만든 뒤 비정규직과 청년 구직자, 은퇴자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올해 6월 사무금융 노사 산별중앙교섭에서 사무금융노조가 사용자 측에 제안했고, 지난 4일 KB증권이 처음으로 향후 3년간 총 24억원을 출연하기로 결정했다. 교보증권과 한국증권금융 등도 조만간 노사 합의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9일 서울 마포구 사무금융노조 사무실에서 김현정(48)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을 만나 왜 이런 기금을 만들었고, 노동운동에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지 들어봤다.

-기존에도 상생협력기금 등 노동계에서 기금을 만들자는 시도가 있었다. 뭐가 다른가.

“사용자는 물론 노동자도 실제 자신의 임금 일부를 출연해 재원을 만든다는 것이다.”

-조합원들의 거부감이 있을 것 같은데.

“전체 지부를 다 돌면서 노사 양쪽을 열심히 설득했다. 사측에는 ‘약탈적 금융이란 비판을 받는 금융권의 노사가 아름다운 합의를 해 국민 신뢰를 얻으면 정부도 화답할 것’이란 논리를 댔다. 규제산업인 금융산업은 정부 정책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조합원들에게는 ‘고임금 노동자들이 노조활동을 하며 제 밥그릇만 챙긴다는 곱잖은 시선을 바꿔보자’ ‘양극화가 심해지면 우리 자녀들한테 피해가 고스란히 간다’고 설득했다. 솔직히 기업보다 우리 내부 조합 간부들을 설득하는 게 더 힘들었다.”

-600억원으로 어떻게 양극화 문제를 풀 수 있나.

“아직 기금이 조성되지 않아 구체적인 사용처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비정규직 자녀 장학금 지원, 비정규직이 다수인 노조에 활동비 지원 등을 검토 중이다. 물론 비정규직, 청년 일자리, 최저임금과 같은 큰 문제들을 600억원으로 풀 수 없다는 것은 안다. 다만 마중물 역할은 할 수 있을 거라 본다. 노조가 개별 기업의 벽을 넘어 먼저 사회연대를 제안하고 성공하면 비슷한 움직임이 또 나오지 않겠나.”

-노조가 왜 자선사업을 하냐는 비판은 없나.

“박근혜 정부에서 노동운동은 양극화 해소를 위한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그랬던 데는 ‘정부와 자본가에게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요구하면 되지, 왜 노조가 자선사업을 하냐’는 틀에 박힌 노동계의 태도에도 일부 원인이 있었다. 노조가 먼저 양극화 해소를 제안하고 정부와 자본에도 더 열심히 양극화 해소에 나서라고 요구하면 개혁의 대상이 아닌 주체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노동운동, 노조 활동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나.

“노조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 확대를 간과한 면이 있었다. 정규직 노조 조합원의 임금 인상은 비정규직, 간접고용 노동자에 대한 인건비 절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노조는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면서도, 구체적인 실천은 다소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 사회적 대화기구가 출범했지만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이 불참하고 있다.

“사회적 대화에 불참해서 얻을 수 있는 건 투쟁의 선명성 하나 밖에 없을 텐데 선명성의 실체가 과연 뭔지 의문이다. 대화에 복귀해야 한다. 우선 정부가 민주노총에 복귀할 명분을 찾아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다만 민주노총 역시 복귀 명분을 스스로 찾아내려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정혜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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