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명 포항 대동빌라 재건축위원장
흩어졌던 81세대 단톡방 통해 결속
공동주택 7곳 중 첫 재건축 나서
절망 딛고 에너지 제로주택 짓기로
[저작권 한국일보]경북 포항지진으로 부서진 포항시 북구 환여동 대동빌라 철거 현장에서 김대명 대동빌라 재건축사업 추진위원장이 앞으로 계획 등을 설명하고 있다. 포항=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13일 오전 찾아간 경북 포항시 북구 환여동 대동빌라. 총 81세대의 이 아파트는 철거 작업이 한창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대동빌라 재건축사업 추진위원회 김대명 위원장(49ㆍ사진)은 분주하게 움직이는 건설장비에 잠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

그는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었던 흥해지역의 아파트에 최근 집기 등을 훔쳐가는 사건이 있었다고 해 아침에 눈을 뜨면 아파트로 달려와 곳곳을 살핀다”며 “범죄 장소가 되면 어쩌나 늘 걱정인데 철거하게 돼 조금은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대동빌라는 지난해 11월 15일 규모 5.4의 포항지진으로 무너져 하루 만에 붕괴 위험 판정을 받은 아파트다. 김 위원장과 주민들은 친척집과 모텔, 임시대피소 등을 전전하다 현재 정부 지원으로 마련한 임대주택으로 뿔뿔이 흩어져 지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임대주택 거주 기간이 2년에 불과, 주민들과 살던 집을 고치기 위해 알아보다 또 다시 절망했다. 그는 “지진 전 아파트 매매가격이 6,000만원 정도였는데 가구당 수리비는 7,000만원 이상 나왔다”며 “할 수 없이 재건축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동빌라가 포항지진으로 부서진 아파트 중 처음으로 철거에 들어가자 전국에서 눈길이 쏠리고 있다. 높은 관심을 나타내듯 김 위원장의 휴대폰도 쉴새 없이 울렸다. 철거 작업 상황을 묻는 입주민에서 지진 피해를 입은 다른 아파트 주민 등 걸려 오는 전화 내용도 다양했다.

경북 포항지진으로 부서진 아파트 가운데 처음으로 재건축에 들어간 포항 북구 환여동 대동빌라에 철거 작업이 한창이다. 포항 대동빌라 재건축추진위 제공

대동빌라가 가장 먼저 재건축에 들어간 건 주민간 단합이 잘 된 덕분이다. 포항시에 따르면 포항지진으로 파손돼 붕괴 위험이 우려되는 공동주택은 7곳, 총 572가구다. 이중 대동빌라를 제외하고는 입주민들이 모여 조직이나 단체를 결성한 곳은 아직 단 한 군데도 없다.

김 위원장은 “지진 후 단톡방을 만들어 서로 이웃을 하나 둘 초대한 것이 첫 단추가 됐다”며 “집이 무너진 동병상련으로 위로하고 안부를 나누면서 아파트서 살 때보다 더 끈끈해졌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과 대동빌라 주민들은 재건축을 결심했지만 막상 실행으로 옮기긴 쉽지 않았다. 입주민 70%가 고정 소득이 없는 65세 이상의 고령자로, 세대 당 1억 원이 넘는 건축비용은 너무 벅찼다. 더구나 30여 가구는 아파트를 담보로 한 대출도 있었다. 하지만 어렵게 모은 적금을 깨고 저금리 담보대출을 높은 금리의 신용대출로 바꾸는 등 하루 빨리 새집을 짓기 위해 각자 양보하며 애쓰고 있다. 김 위원장 역시 지진 후 잠시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물러나려 했지만 주민들의 간절한 부탁으로 다니던 직장을 장기간 휴직하고 추진위원장까지 맡았다.

대동빌라 주민들은 내년 2월쯤 신축공사에 들어갈 예정으로, 통상 재건축은 세대 수를 최대한 많이 늘려 짓지만 기존 81세대에서 40세대만 늘려 121세대로 지을 계획이다. 지진 이후 포항지역 집값이 크게 떨어지는 등 부동산 시장이 침체돼 무리해서 추진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대신 고령자가 많은 점을 감안해 전기세 등을 절감할 수 있는 에너지 제로(0) 주택을 계획하고 있다.

김대명 위원장은 “올 1월 1일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했는데 재건축에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약속하셨다”며 “대동빌라 주민들이 지진을 극복하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튼튼한 집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포항시민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성원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포항=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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