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룩스 켑카가 13일 PGA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를 들고 있다. 세인트루이스=UPI 연합뉴스

브룩스 켑카(28ㆍ미국)는 탄탄한 몸통과 근육질 팔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괴력으로 유명하다. 공을 산산조각 낼 기세로 클럽을 휘두르면 300야드 중반 대를 어렵지 않게 넘긴다. 그는 남자프로골프(PGA)투어에서 평균 313.1야드의 티샷을 쳐 이 부문 공동 10위를 달린다.

하지만 그의 티샷은 좀처럼 곧게 날아가는 법이 없다. 그의 드라이버샷 정확도는 56.21%로 투어 163위에 불과하다. 그린 적중률은 지난해(141위)보다 많이 개선됐다지만 아직 53위다. 지난해 2월 혼다 클래식에서 드라이버 티샷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자 그는 홧김에 클럽을 두 동강이 내 화제를 모은 바 있는데, 남은 16개 홀을 드라이버 없이 290야드를 보내 갤러리들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의 장점과 단점을 명확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렇게 기복이 심한 켑카도 메이저 대회에 나서기만 하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한다. 그는 13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밸러리브 컨트리클럽(파70ㆍ7,316야드)에서 열린 제100회 PGA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최종합계 16언더파 264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3ㆍ미국)의 맹추격을 2타 차로 뿌리치고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골프다이제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켑카는 유년시절 리틀 야구단에서 유격수로 활약하며 야구선수의 꿈을 키워나갔다. 하지만 열 살 때 교통사고로 인해 코뼈가 부러지면서 그의 운명도 바뀌었다. 회복기간 동안 방망이를 손에서 놓아야 했던 켑카는 얼굴 부상에 관계없이 즐길 수 있는 골프를 만난 뒤 전향을 결심했다.

촉망 받던 유소년 선수였지만 켑카의 골프인생이 늘 순탄하지는 않았다. 강한 승부욕이 때로는 심각한 장애물이 되기도 했다. 플로리다 주립대학 선수로 활동하던 시절에는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 할 만큼 분노조절장애까지 겪었다. 동시에 어머니의 유방암 진단 소식까지 집안을 덮쳤다.

켑카는 또래의 미국 선수들과는 조금 다른 길을 밟았다. 2012년 프로 데뷔했지만 투어 출전권을 얻지 못해 유럽으로 눈을 돌려야 했다. 유럽 투어에서도 2부인 챌린지 투어에서 카자흐스탄, 케냐, 인도 등을 떠돌며 대회를 치르던 켑카는 2014년 11월 터키에서 열린 유러피언 투어 터키항공 오픈에서 강호 이안 폴터(41ㆍ잉글랜드)에 1타 차 우승을 거두며 처음으로 이름을 알렸다.

시련을 통해 단단해진 그는 험난한 환경에서 더욱 강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통산 4승 중 3승을 메이저에서 올릴 정도로 유독 메이저 대회에서 강한 면모를 보인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평균 드라이버샷 정확도를 73.2%(공동26위)로 끌어올렸다. 평균 드라이버샷 324.2야드로 대회 2위에 오른 건 말할 것도 없다. 지난해 역대 최다 언더파 타이로 US오픈 타이틀을 거머쥔 켑카는 지난 6월 역대급 가학적인 코스 세팅을 극복하고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2012년 US오픈에서 처음 메이저 대회를 경험한 그는 이번 대회까지 총 20회 메이저 대회에 출전해서 우승 3번 포함 톱10에 8차례 들었다. 그는 이날 우승 후 기자회견에서 “왜 유난히 메이저 대회에서 강한지 나도 모르겠는데 다른 대회에서도 좀 잘 했으면 좋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그는 “메이저대회에서는 참을성이 요긴하다. 나는 메이저 대회에서 더 집중하고 잘 참는다”고 귀띔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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