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 동물판은 버려진 개 문제로 한동안 시끄러웠다.

목줄에 묶여 주인을 기다리는 개. 게티이미지

1년이면 공식적으로 10만 마리의 유기견이 발생하는 나라에서 개가 버려지는 일이 하루 이틀도 아닌데 뭐가 유별났을까 싶지만 개는 섭씨 35도가 넘는 폭염에, 데려다 키우라는 메모와 함께 물그릇도 없이 나무에 묶인 채 발견되었다. 개의 사진이 온라인상에 공개되고 비난 여론이 거셌지만 대부분의 사건은 여기서 끝난다.

반려동물을 버렸으니 악플은 당연한 거고, 어쨌든 아이는 누군가의 눈에 띄어서 구조된 듯하니까. 그런데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개를 버린 사람이 댓글에 등장한 것이다. 그가 올린 글의 요지는 이렇다.

주인을 쳐다보는 개. 게티이미지

‘버린 게 아니고 공개분양을 한 거다. 다시 사정이 괜찮아지면 다른 아이를 입양해서 못 준 사랑까지 줄 것이다. 그냥 버리는 사람도 많은데 왜 난리인지 모르겠다.’ 글 어디에도 생명을 무책임하게 버린 것에 대한 죄책감은 없다. 변명도 없다. 메모에는 개의 이름, 나이, 특징과 함께 개인 사정으로 ‘공개분양’하니 잘 키워 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기는 했다. 하지만 이걸 누가 공개분양이라고 하나. 가장 흔한 유기 방법인 ‘집 찾아오지 못하게 거리에 개 버리기’인데. 개는 한 수의사에게 입양이 되었다. 이 결말을 보고 주인은 ‘것 봐. 내가 뭐랬어. 좋은 사람 만났잖아’라며 비난한 사람들을 비웃고 있을 지도 모른다.

사회도 책임이 있다. 개를 유기한 사람에게 죄를 물을 수 있는 기본 시스템인 온전한 동물등록제도 갖추지 못했고, 싸게 사서 쉽게 버릴 수 있게 조장하는 듯 반려동물 생산판매업에 대한 규제는 허술하고, 생명의 무거움을 배울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은 부재하다. 개를 유기하지 말라면서 싸게 팔고, 등록은 안 해도 되는 사회이니 그렇게 당당할 수 있었을 것이다.

죄책감을 증발시켜 버리는 사회

안 그래도 얼마 전 지인과 동물에 대한 죄책감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어릴 때 지렁이에게 소금을 뿌리고 놀았던 걸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괴롭다. 지인은 어릴 때 잠자리 날개를 뜯으며 놀았다며 몸을 떨었다. 우리는 왜 그때 그런 행동을 했을까. 이 나이 먹도록 후회하며 마음 깊숙이 숨겨둔 그런 행동을. 내 기억으로는 재미있지도 않았다. 그저 동물의 고통에 무지했고, 또래놀이에 끼고 싶었고, 어른들이 혼내지 않으니 옳지 않다고 느끼지 못했다. 사회가 ‘그러면서 크는 거지’, ‘남자애니까 그래’라고 은연중에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데 또래들을 만나 이런 이야기를 나누면 “그땐 몰라서 그랬지”하고 다들 쉽게 넘어간다. 사회가 눈감아주면 죄책감은 휘발된다.

일러스트레이터 이아단이 낸 독립출판물 <죄책일기>

<죄책일기>에는 무력해서, 무지해서 자신이 끝까지 책임지지 못한 아홉 마리 개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9개의 짧은 글과 18개의 그림으로 풀어내는 이야기에 현재 한국에 사는 개의 모습이 거의 다 들어있다. 저자는 어린 시절 시골 할머니 집 마당에서 어른들이 철장에 가둔 채 키우던 개를 끌어내 죽이는 모습을 보고 왜 어느 어른도 불쌍한 개를 도와주지 않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이후 집에서 개를 키우게 되었는데 부모님은 털이 많이 빠지고 냄새 나는 잡종이라서 현관문에 묶어서 키운다. 부모님께 대들 수 없었던, 가족 관계 속에서 약자인 저자는 그저 밤마다 개 옆에서 자장가를 불러줄 뿐이었다. 한 달 뒤에 개는 시골로 보내졌고 밭에 묶인 개가 된다.

부모님은 다시 개를 펫숍에서 사온다. 하지만 가족은 개에 대해서 아는 게 없었다. 중성화수술, 산책, 사회성 교육을 시키지 않았고, 사람 먹는 음식을 먹여 키웠다. 이번에는 반려인의 무지 때문에 개가 죽는다. 성인이 되어서 봉사를 간 유기동물 보호소는 중성화수술을 하지 않아 마구 번식이 되는 곳이었고, 그곳의 개들은 병으로 죽어갔고, 이유 없이 사라졌다. 책을 읽으면서 사례가 너무나 익숙해서 한국 유기동물의 현황을 정리해서 책으로 낸 건가 싶을 정도였다. 이 아픈 이야기가 한 개인사에 다 담겨 있으니 저자는 어찌 견뎠을까. 하긴 한국에서 개에게 마음을 준 이들이 겪는 보편적인 일일 수도 있다. 저자는 고해성사처럼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 그래서 제목도 <죄책일기>. 하지만 이제는 죄책감 느끼지 말고 죄책감 갖게 만드는 사회에 분노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정작 <죄책일기>는 이 사회가 먼저 써야 하는 게 아닌가.

김보경 책공장 더불어 대표

<죄책일기>, 이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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