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일가 소유 4개회사 제외 후
中企 행세하며 세제 혜택까지
처남 가족 등 친족 62명도 미신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조양호(69) 한진그룹 회장의 범죄 혐의가 갈수록 늘고 있다. 관세포탈, 상속세포탈, 횡령ㆍ배임, 사익편취 위반에 이어 이번엔 공정거래법상 신고 의무 위반 혐의가 추가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조 회장이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동생이 소유한 회사를 한진그룹 계열사에서 제외하는 등 거짓으로 신고한 혐의를 포착하고 조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13일 밝혔다.

기업집단 한진의 동일인(총수)인 조 회장은 2014~2018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을 위해 공정위에 제출하는 자료에서 총수일가가 소유한 4개 회사와 친족 62명을 누락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정거래법은 총수가 친족(배우자,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등과 합해 30% 이상 최다출자한 회사를 계열사로 본다.

공정위에 따르면 조 회장은 처남인 이상진씨 가족 등이 지분을 60~100% 보유한 태일통상ㆍ태일캐터링ㆍ청원냉장ㆍ세계혼재항공화물 등 4개 회사를 계열사로 신고하지 않았다. 태일통상은 객실용품(담요ㆍ슬리퍼 등), 태일캐터링은 기내식 식재료를 대한항공에 납품하는 업체다. 거래금액 기준으로 대한항공 기내용품 납품업체 중 각각 1, 2위다. 세계혼재항공화물도 대한항공을 주로 활용해 물류를 운송하는 방식으로 한진과 거래를 하고 있고, 청원냉장은 태일캐터링이 대한항공에 납품하는 음식재료의 사전 선별 및 이물질 제거 작업을 전담하는 회사다.

공정위는 조 회장의 신고 누락에 의도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이들 4개 회사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편입되지 않아 사익편취 규제와 각종 공시 의무를 피할 수 있었다. 또 대기업 계열사가 아닌 중소기업 행세를 하며 세금 공제 등 각종 혜택까지 누렸다. 4개 회사가 계열사 신고에 누락된 기간은 2003년 이후 15년(청원냉장은 10년)이지만, 공정위는 공소시효가 5년인 점을 감안해 2014년 이후 행위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조 회장은 처남 가족을 포함한 친족 62명을 공정위에 신고하지 않은 혐의도 받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조 회장이 대표이사로 재직 중인 대한항공의 비서실이 관리 중인 가계도를 통해 계열사와 친족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조 회장이 거짓 신고 혐의로 기소될 경우 최대 징역 2년 또는 벌금 1억5,000만원을 선고받을 수 있다. 공정위는 적발된 4개 회사가 사익편취 규제를 벗어난 기간에 벌어진 일감 몰아주기나 부당지원 행위를 조사한다는 방침이어서, 조 회장이 추가로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실무 담당자의 공정거래법령 이해 부족으로 일부 내용을 누락한 채 자료를 제출한 행정 착오”라고 해명했다.

조 회장에겐 모든 경제 범죄 혐의가 총망라돼 적용되는 형국이다. 현재 공정위는 조 회장 일가 소유의 면세품 납품업체를 통해 물품 공급가의 일부를 통행세로 챙긴 혐의도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500억원대 해외 재산에 대한 상속세 미납 혐의로 조 회장을 수사하고 있으며, 관세청은 현아ㆍ원태ㆍ현민 3남매와 부인, 조 회장의 밀수 의혹을 수사 중이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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