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의중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창작 칸타타 ‘광야의 노래’ 초연
15일 창작 칸타타 '광야의 노래' 초연하는 윤의중 국립합창단 예술감독은 "위안부 문제를 드러내는 동시에 피해 생존자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 노래를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국립합창단 제공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위로하기 위해 만든 무대인데 정작 이분들을 초대하진 못했습니다. 진술을 토대로 가사를 만들다 보니 ‘노래를 듣는 것 자체가 고통스럽지 않을까’ 우려했거든요. 전석 무료 공연이니 와서 봐주셨으면 합니다.”

국립합창단이 올해 처음 국가 공식 기념일로 지정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8월 14일)을 맞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이야기를 담은 창작 칸타타 ‘광야의 노래’를 초연한다. 9일 전화로 만난 윤의중(55) 국립합창단 예술감독은 “일제 치하에서 위안부 소녀가 당한 아픔과 그 소녀가 바란 자유, 평화에 대한 염원을 풀어낸 작품”이라면서 “이 노래가 공연 한 번에 끝나지 않고 전국에서 연주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창작 칸타타 제작은 올 초부터 논의됐다. 국립합창단이 2015년부터 매년 8월 15일 공연하는 ‘한민족합창축제’를 올해 더 특별하게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전속 작곡가 오병희에게 위안부를 테마로 한 창작곡을 의뢰했다. 윤 예술감독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통과 미래를 향한 희망을 모두 담으려면 다악장 형식의 합창곡이 적합하다는 생각에 칸타타를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칸타타 ‘광야의 노래’는 위안부 소녀를 화자로 내세워 일제치하의 절망적이었던 상황을 회상하고, 자유와 평화의 세상에 대한 의지를 노래한다. 7곡, 45분에 이르는 대곡이다. 윤 예술감독은 “가사를 채택하는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창작곡을 초연할 때는 연습하면서 작품을 많이 수정하는데, 이번 작품은 가사가 너무 참담해 합창단이 연습하며 우려했다”고 덧붙였다.

위안부 관련 책, 영화, 인터뷰 등을 찾아 읽으며 가사를 쓴 오병희 작곡가는 “인터뷰 내용이 너무 참담해 한동안 밥을 잘 못 먹었다. 곡 중 내레이션과 가사는 이런 내용을 토대로 작사가와 상의해 만들었다”고 말했다. 하이라이트인 3번 합창곡 ‘나비의 노래’에서는 위안부 소녀를 상징하는 나비가 등장하며 이들이 절망 속에서 가장 많이 불렀다는 아리랑을 노래한다.

국립합창단

‘광야의 노래’는 15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윤 예술감독의 지휘로 초연된다. 국립합창단, 미국 서울대 남가주동문합창단, 독일 프랑크푸르트 한인합창단, 중국 북경한인소년소녀합창단, 중국조선족항일가요합창단, 베트남 하노이한인여성어린이합창단이 함께 부른다. 합창단은 앞서 14일에 경기 연천군에 있는 한반도통일미래센터에서 휴전선 넘어 북녘에 가슴 벅찬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평화노래 한마당으로 무대를 꾸민다. 16일 예술의 전당에서는 대한민국의 번영을 기원하는 판타지 '아 대한민국'(우효원 작곡)을 열창한다.

윤 감독은 “모든 예술이 그러하듯 음악도 그 시대의 철학과 가치관, 사회상을 담는다. 뛰어난 가곡, 동요, 가요는 가사가 곧 시(詩)다. 요즘 대중음악 가사의 8할이 남녀사랑이 차지하는데, 시대 흐름일 수 있지만 안타깝다. 우리가 잊고 사는 역사, 가치관을 젊은 세대에 알려줄 의무가 있다고 본다. ‘광야의 노래’가 널리 불려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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