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익스피어의 희곡 맥베스의 모티브가 된 스코틀랜드 왕 막 베하드가 1057년 오늘 숨졌다.

윌리엄 세익스피어는 선배 극작가들의 작품을 모방하고 영국과 유럽 역사를 극적으로 재구성하는 긴 습작기를 거쳤다고 한다. 대표작 ‘4대 비극’도 그의 만년, 인간에 대한 원숙한 통찰을 동시대인들에게도 더러 알려진 역사나 이야기의 한 자락에 버무린 거였다. 8세기 브리튼의 전설적인 왕 리어의 전기를 모티브로 ‘리어왕’을 썼고, 햄릿은 중세 스칸디나비아의 전설에 등장하는 왕자 ‘ 암리스 Amleth’나 동명(同名)의 12세기 덴마크 왕자의 이름 알파벳을 뒤집고 이야기 일부를 차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맥베스’는 11세기 스코틀랜드(당시 알바 왕국)’의 왕이었던 ‘막 베하드 막 핀들라크’(중세아일랜드어, Mac Bethad mac Findlaech)를 모델로 썼다고 알려져 있다. 물론 실제와 희곡의 이야기는 사뭇 다르다.

희곡에서 맥베스는 왕이 될 것이라는 세 마녀의 예언을 듣고 국왕 던컨을 살해한 뒤 실제로 왕이 된다. 하지만 그는 부하 밴쿠오의 아들들도 왕이 되리라는 예언에 영혼을 잠식당해 점점 미쳐가고, 마침내 “버넘의 숲이 다가오면 그의 왕국은 망한다”는 것과 “여자의 몸에서 태어나지 않은 자만이 맥베스를 해칠 수 있다”는 새 예언대로 나뭇가지를 꺾어 위장한 잉글랜드 군대를 이끌고 온 던컨의 왕자 맬컴에게 패배하고, 자연분만이 아닌 제왕절개 수술로 태어난 옛 부하(Mcduff)의 손에 목숨을 잃는다. 연구자와 독자들은 저 작품에서 다양한 주제와 의미를 찾아왔지만, 맥베스로 상징되는 인간의 어리석음과 나약함을 공통적으로 보곤 한다.

중세 스코틀랜드 머리(Moray)의 백작 막 베하드는 알바 국왕 말 콜룸 2세의 제후였다. 말 콜룸 2세가 암살된 뒤 왕위를 이은 그의 손자 돈카드 1세는 자신의 왕권 승계를 못마땅해 하던 머리를 정벌하려다 1040년 8월 전사했다. 막 베하드가 알바의 국왕으로 추대된 경위가 썩 매끄럽진 않았지만 대강의 사연이 그러했다. 당시 문헌들은 18년간 재임한 막 베하드가 관대하고 명망 있는 국왕이었다고 기록했다. 막 베하드는 돈카드 1세의 미망인이 고향 노섬브리아의 백작을 부추겨 일으킨 잉글랜드 침략군과 벌인 전투 중 부상을 입고 1057년 8월 15일 숨을 거뒀다. 그의 사후 돈카드 1세의 아들 콜룸 3세가 즉위했다.

사실로부터 희곡을 멀리, 높이 끌어올린 힘이 ‘맥베스’를 위대하게 만들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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