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사고 520d 구형 모델에 집중
2년 전 EGR 밸브 교체해 신형 출시
“이달 말까지 관련 자료 제출 요구할 것”
12일 경기 평택시 BMW 차량물류센터 인근에 리콜 대상 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BMW 코리아는 평택항에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가 도착하면 이들 차량에 대해 교체 작업을 한 뒤 고객에게 차량을 인도할 예정이다. 평택=연합뉴스

BMW 차량 연쇄 화재 및 늑장 리콜 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정부가 사고 빈발 차종인 520d 모델의 2년 전 설계 변경 과정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BMW는 2016년 말 이 모델의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밸브를 교체했는데, 이 과정에서 화재 사고 위험을 감지하고도 리콜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규명하겠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12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13일 BMW 측에 2016년 520d 모델의 설계 변경 과정과 관련된 자료 일체를 이달 말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설계 변경 당시 BMW 측의 사고 가능성 인지 여부가 늑장 리콜의 고의성 판단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철저히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BMW 측이 기한 내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수사기관과 협조해 지속적으로 자료 제출을 압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자동차 업계와 국토부 등에 따르면 BMW는 2016년 11월 이후 생산된 520d 모델(이하 ‘신형 520d’)에 개량된 EGR 밸브를 탑재했다. 냉각수 누출 가능성이 있는 EGR 밸브 부분에 보강판을 붙이고 라디에이터(내연기관에서 발생한 열을 냉각수를 통해 대기로 방출하는 장치) 면적을 넓혀 화재 가능성을 낮추는 방식이었다.

주목할 부분은 올해 들어 이날까지 집계된 국내 BMW 차량 화재 사고(37건)의 절반인 18건이 2016년 설계 변경 이전에 생산된 520d 모델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520d는 BMW 전체 리콜 대상 차량 10만6,317대 중 가장 많은 4만9,223대에 달하지만, 신형 520d는 리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고 화재가 발생한 사례도 없다. 차량 화재 원인을 ‘EGR 부품 이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BMW가 사태 공론화 1년 반 전에 이미 자체적으로 EGR 부품을 교체했고, 적어도 현재까진 설계 변경 이전 차량에서만 화재가 발생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BMW의 신형 520d 출시 과정에 화재 사고 가능성을 숨기려는 의도가 개입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품 완성도와 안전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독일의 경우 통상 자동차 중요 부품 교체를 앞두고 1년 이상 실험과 검토를 반복한다”며 “중대 결함이 아닌 이상 부품 교체에 보수적인 BMW가 굳이 동일 인기 모델의 신형을 내놓으며 ERG 밸브를 개량한 것은 그만큼 문제가 심각했음을 인지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9일 김효준 BMW코리아 대표 등 8명을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소한 ‘BMW 피해자모임’도 “2015년 말에서 2016년 초 BMW가 이번 화재의 원인을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수사기관이 관련 자료를 확보하면 진실을 은폐하고 형사처벌을 피하려 한 BMW의 꼼수가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토부 조사도 이러한 의혹을 밝히는데 초점을 맞추는 모양새다. 국토부는 BMW 측이 거듭된 사고 원인 해명 요구에도 “흡기관에 작은 천공(穿孔ㆍ구멍 뚫림) 현상으로 불이 났다는 보고를 받은 뒤 원인 조사를 진행해 올해 6월 EGR 밸브 이상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는 입장만 되풀이하며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점을 석연치 않게 보고 있다. 520d 신ㆍ구형 모델의 피해 차이가 확연한 상황에서 BMW가 국내에서 화재 사고가 공론화된 시점인 6월에야 사고 원인을 파악했다는 주장을 펴는 것은 이미 사고 가능성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숨기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의심하는 것이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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