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안게임에 출격하는 라건아.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두 달여 앞둔 지난 5월 31일 허재(53) 남자 농구 대표팀 감독은 “(선수들을) 소집한 지 2주가 지났는데 아직 공을 잡고 훈련 한번 해보지 못했다”며 “뛸 선수가 없다”고 한숨을 연신 내쉬었다.

무엇보다 4년 전 인천 대회 우승 당시 주축 ‘빅맨’이었던 오세근(KGC인삼공사ㆍ200㎝), 김종규(LGㆍ207㎝), 이종현(현대모비스ㆍ203㎝) 등이 부상으로 모두 빠진 게 뼈아팠다. 허 감독은 “아시안게임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으니 회복 상태를 보고 차출을 고민하겠다”며 일말의 희망을 걸었지만 결국은 이들 없이 가게 됐다.

비록 골밑 핵심 자원들이 이탈했다고 해도 ‘금빛 전망’이 어두운 것은 아니다. 프로농구에서 6시즌 동안 정상급 외국인 선수로 뛰었던 리카르도 라틀리프(현대모비스ㆍ199㎝)가 ‘라건아’라는 이름으로 특별 귀화해 아시안게임에 출격한다. 올해 1월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라건아는 이후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지역 예선에 출전했고, 대표팀 소집 훈련도 처음부터 끝까지 완주해 태극마크와 익숙해졌다.

라건아가 지난 8일 수원에서 KT와 연습 경기를 앞두고 몸을 풀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이름도 7월 23일 라틀리프에서 딴 용인 ‘라’(羅)씨에, 씩씩한 사나이라는 뜻의 ‘건아’(健兒)를 붙인 라건아로 개명 허가를 받았다. 아시안게임은 대회 조직위원회와 국제농구연맹(FIBA)의 이름 변경 신청 절차를 밟을 시간이 부족해 라틀리프로 뛰지만 프로농구 2018~19시즌부터는 ‘라건아’ 이름을 새기고 코트를 누빈다.

포스트 장악력이 좋고, 속공 가담에 능한 라건아는 “대표팀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강해지고, 하나의 팀이 되고 있다”며 “아시안게임은 농구 인생의 큰 경험이 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많은 한국 팬들이 우리를 응원해줄 텐데, 우리는 팬들에게 자부심을 줄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모두가 금메달을 원한다. 한국 여권을 받고, 귀화한 이유도 금메달을 따기 위해서다”고 덧붙였다.

한국 농구가 대회 2연패로 가는 길은 험난하다. 초반 대진을 무난히 소화하면 4강에서 이란, 결승에서 중국을 만난다. 아시아 농구를 양분하고 있는 이란과 중국은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국에 앞선다는 평이다. 허 감독 또한 “이란, 중국이 가장 어려운 상대가 될 것”이라고 경계했다.

한국 골 밑의 핵심 라건아. 한국일보 자료사진

정예 멤버로 대표팀을 꾸린 이란은 미국프로농구(NBA) 출신 하메드 하다디(33ㆍ218㎝)가 버티고 있다. 중국 또한 지난 시즌까지 NBA 무대를 밟았던 저우치(22ㆍ216㎝)가 가세했고, 중국 대표팀 12명의 평균 신장은 199.8㎝에 달한다. 라건아의 키보다 큰 셈이다. 우리 대표팀의 평균 신장은 193.3㎝로 높이에서 열세다.

이승현(197㎝), 김준일(이상 상무ㆍ202㎝), 강상재(전자랜드ㆍ200㎝) 등과 골밑을 지켜야 하는 라건아의 어깨가 무겁다. 허 감독 역시 “라건아가 어떻게 해주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작 라건아는 담담했다. 그는 “아시안게임에 나가는 팀은 모두 강하다. (14일 열리는 A조) 첫 경기에서 인도네시아를 꺾은 뒤 다음 경기를 생각하겠다”고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면서도 “월드컵 예선에서 우리는 중국을 꺾었다. 코트에 서면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강한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자신했다.

허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2일 인천공항을 통해 결전지인 자카르타로 떠났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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