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대입개편, 결국 ‘과거로의 회귀’
소모적 공론화에 매몰된 국가교육회의
서열화, 노동, 지역 불균형도 고민해야

최근 들어 정부의 정책운영에 대해 국민들의 실망이 커지고 있다. 기대가 컸던 만큼 답답한 행로를 보이는 북핵문제, 경제문제, 최저임금과 전기세와 같은 민생문제, 난민문제와 여성주의 등과 같은 사안에서 확실한 돌파구가 제시되지 않고 있다. 교육개혁의 확실한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도 그에 더해진다. 그 동안 주목할 만한 특별한 교육개혁이 없었으니 정책 평가 자체가 민망스러울 정도이다.

대입제도 개편을 위한 국민 공론화 과정과 그 결과에 대한 여론의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교육전문가들과 일반 국민 모두에게서 그러하다. 이 사례는 현 정부의 교육정책이 방향을 상실했음을 대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우선 대입제도 개편안은 국가교육회의가 맡을 사안으로 보기 힘들다. 대입제도가 학생과 학부모에게 충분한 관심사이긴 하지만, 이 사안이 국가교육의 전략적 의제라는 점에는 동의할 수 없다. 2022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안들 중에서 공론화위가 교육부에 ‘권고’한 안도 전혀 새롭지 않은 것이었다. 오히려 2015년 개편안과 유사하기에 ‘과거로의 회귀’에 가깝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결과론이지만 국가교육회의가 주력해야 할 의제가 아니었음이 증명되었다. 이번의 권고안은 미래교육의 방향성보다는 대입 선발문제를 공론화하는 데 불과하다.

대입제도 개편안과 이미 발표된 부동산 가격공시제도 개편안은 그 성공 여부를 떠나 비슷한 정책적 위상을 가진다. 장기적 사안이라기보다 원 포인트에 가까운 현안이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부동산 세제 개편안은 그나마 국토부가 자체적으로 설치하여 운영한 교통 분야 관행혁신위원회의 산물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 사안을 직접 다루지 않았다. 이는 사안의 성격에 대해 정무적으로 잘못 판단한 것이면서 동시에 미래 교육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있지 않다는 고백이기도 하다.

공론화 과정에 제시된 안들에는 가치규범적인 성격의 것과 제도가 현실에 작동되느냐에 초점을 둔 다분히 기술적인 성격의 것이 뒤섞여 있었다. 전자는 수능 절대평가이고 나머지는 거의 후자에 가깝다. 학부모를 비롯한 입시의 이해당사자들에게 이렇게 이질적인 안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게 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았다. 처음부터 잘못된 설계였고 공론화 사안으로 적합하지도 않은 의제였다. 국가교육회의는 미래지향적이면서 장기적인 국가교육의 의제를 다루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공론화 결과에 대해 ‘국가교육회의와 교육부는 교육전문가로서의 미래 교육적 가치에 방향을 두어야 할 것’이라고 비판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의 입장은 곱씹을 만하다.

학령인구의 감소로 예측되는 준(準)자연사적인 파국은 현재와 같이 선발에만 목을 매는 대입정책을 일거에 무너뜨릴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이 주도권을 가진 선발제도는 살아남기 힘들 것이고 수능의 절대평가 내지 자격시험제도화가 자연스럽게 도입될 수 있다. 이러한 미래 전망 하나만 고려해도 이번 국가교육회의가 매달린 공론화 과정은 소모적이었다. 원전건설을 둘러싼 공론화는 일반 국민들에게 에너지 문제에 관한 학습의 장이라도 제공하였지만, 이번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과정은 그렇지 않았다. 조금 과장하자면 자녀의 입시를 담당하는 학부모들과 국가교육회의 위원들 사이에 전문성의 차이는 없었다. 이렇게 유독 교육정책에서 ‘비전문성의 전문화’가 두드러진다.

초ㆍ중등교육의 거버넌스가 시도교육청으로 넘어간 시점에서 교육부는 대입제도, 고등교육, 인재관리 등에 집중해야만 한다. 그렇지만 대학입시제도 개편이 교육개혁의 시발점이 될 수는 없다. 대입제도 개편의 공론화 과정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결국 제자리로 돌아온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오히려 우리 교육문제의 근본 원인은 대학서열화, 왜곡된 노동시장,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 발전 등에 있다. 이렇듯 교육문제의 진단과 해결방안은 교육부를 넘어서는 과제이기에 다른 중앙행정부서와의 협력이 필요하다. 교육부의 위상 재정립과 역할 규정의 해답이 여기에 있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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