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대한신경정신의학회 공동 기획] ‘한국인은 불안하다’
<⑪ㆍ끝> 이계성 한국중독정신의학회 총무이사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술은 무엇일까?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주 출고량은 36억36만병이 넘는다. 매일 1,000만 병의 소주가 소비되고 있는 셈이니 소주가 없는 우리 술 문화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우리나라에서 소주 소비량이 급속도로 증가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1965년 식량부족 해결을 위한 양곡관리법 시행으로 곡주를 금지하고 값싼 주정을 수입하면서부터다.

일제 강점기를 버티어 오던 전통주는 이 시기를 거치며 거의 소멸하게 되며 대량 생산되는 저렴한 희석식 소주의 전성기를 맞게 된다. 실제 알코올 소비량은 65년 이후 크게 증가했다.

1983년 3월 18일자 한 일간지는 주정 소비량이 65년 이후 5년마다 2배씩 늘어나 80년에는 65년에 비해 주정 소비량이 8배가 증가했으며, 우리나라도 멀지 않아 알코올 중독이 중요한 사회문제가 될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35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 음주 폐해의 수준을 보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제 2014년 유로모니터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소주 덕분에 세계에서 가장 독주를 많이 마시는 나라로 등극했다. 급기야 2015년엔 4년간 8리터대 였던 국민 1인당 순수 알코올 소비량이 다시 9리터를 거뜬히 넘겨버렸다.

전세계에서 이렇게 값이 싸면서도 도수가 높은 희석식 소주가 국민의 술 대접을 받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 1급 발암물질인 알코올이니, 신체건강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주취 폭력, 데이트 폭력, 성폭력 등에도 음주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급증하고 있는 가정폭력과 아동학대/방임 그리고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1위를 달리고 있는 자살까지 우리 사회는 음주와의 관련성이 매우 높은 사건사고들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음주폐해는 우리가 지금 직면하고 있는 여러 사회 문제의 길목에 서있다. 하지만 희석식 소주의 서민의 술이라는 프레임은 음주폐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들이 마치 반서민정책 같은 인상을 줘 정치인들도 섣불리 정책을 추진하지 못했다. 알코올 농도가 17%까지 떨어지는 저도화는 소주를 더 쉽게 더 많이 소비하도록 하는 성공적인 마케팅 전략이 됐다.

대표적 여성 아이돌 가수가 각각 우리 나라 대표소주의 광고모델이다. 어린 아이돌 모델이 권하는 소주를 어린 여성들은 거리낌없이 즐긴다. 실제 2015년 이후, 20대 여성의 고위험음주율이 처음으로 10%대를 돌파했다.

정부는 지난 10년간 30조원의 주세를 거둬들였음에도 일반세라는 이유로 이를 음주 폐해 예방 사업에 쓰지 않고 있다. 음주 폐해 예방 감소를 위한 지역사회의 유일한 기관인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는 설치운영과 관련된 법적 근거도 없이 지난 10년간 방치돼 왔다.

이웃 일본이 2013년 음주건강폐해예방법 제정 및 2016년 법에 근거한 국가종합대책을 발표해 시행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사람들이 술을 마시는 이유는 술이 우리 뇌 안에서 도파민을 분비시켜 기쁨을 느끼게 하고, 괴롭고 힘든 현실을 잠깐이나마 잊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술이 깨고 나면 현실의 괴로움은 더욱 커지고, 이러한 괴로움이 더 자주 더 독한 술을 찾게 만드는 악순환에 접어든다.

싸고 독한 희석식 소주 중심의 우리나라 음주문화는 술 자체, 즉 마시고 취하는 것 중심이다. 만취로 인한 기행, 실수와 무용담은 문화이기 전에 다양한 사고의 위험을 높이는 요인일 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본적으로 일상생활의 소소함에서 행복을 느끼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음주도 꼭 하겠다면, 그 일부로서만 기능하게 하는 것이 좋다. 소주 원샷 중심 음주문화가 적절치 않은 이유다.

국가는 국민들이 음주 이외에 기쁨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다양한 대안의 시설, 프로그램, 시간을 보장해주기 위한 투자를 해야 한다. 또한 싸고 독한 술을 쉽게 구입하고 마실 수 있는 음주환경을 적절히 조절하기 위한 제도도 필요하겠다.

그림 1 이계성 한국중독정신의학회 총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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