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석탄 반입 고의 방치 의혹
韓美공조 균열論 제기 보수 진영에
“미국, 한국 신뢰” 靑ㆍ政 이구동성
의심만으로 외국 선박 억류 불가능
선원 억류ㆍ기회비용 보상 큰 부담
보수정권 때도 줄곧 수입 가능성
단속 시작되자 드러난 현상일 수도
제재 등한시했던 前정권 세력이
이행 모범 現정부 비난 ‘적반하장’
아직 親北보다 親美 문재인 정부
북한산 석탄을 운반한 것으로 알려진 ‘진룽(Jin Long)’호가 7일 경북 포항 신항 제7부두에 정박해 있다. 진룽호에서 하역한 석탄이 부두에 쌓여 있다. 포항=김정혜 기자

“북한산 석탄 국내 반입 여부 조사는 지난해 10월 정보 입수 때부터 미국과 협력하며 진행해 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를 가장 성실히 이행하려는 나라가 한국이다. 격려면 몰라도 불이익을 줄 이유가 있나.”

“한국 기업이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제2차 제재)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외교부 당국자는 이렇게 반문했다. “예단으로 불안감을 조성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도 했다. 정부가 북한산 석탄 밀반입 사실을 알고도 고의로 방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보수 언론과 야당이 집중 제기하던 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였다. 미국이 샛눈 뜨게 만든 건 정부인데 애먼 기업이 피해 볼 수 있지 않냐는 식으로 논리가 전개되자 반박 톤이 올라간 듯했다.

처음 듣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외교부 백그라운드 브리핑이 열리기 며칠 전 만난 청와대 관계자도 ‘북한산 석탄 반입 의혹과 한미 공조’가 화제가 되자 “어쩌다 한국 언론들이 그런 보도를 하게 됐는지 미 정부 당국자들도 의아하다는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잇단 보도들로 정부 배후설이 사실로 굳어지는 듯한 분위기에 잠자코 있던 청와대도 결국 공식 논평을 내놨다. “미국 정부는 한국을 신뢰하고, 우리 정부에 클레임을 건 적도 없다”(8일 김의겸 대변인)는 내용이었다.

정부를 공격하는 주장의 핵심은, 요컨대 북한산 석탄 반입 사실을 인지하고도 일부러 내버려둔 문재인 정부가 본격 협상 국면 초입에 국제사회를 상대로 부쩍 강해진 미국의 대북 제재 이행 단속 압박은 아랑곳없이 배짱 좋게 북한산 의심 석탄 운반선들이 한국에 들락거리는 일을 좌시하면서 제재망에 구멍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애쓰고 있는 국제사회 볼 면목이 없어진다는 지적으로 이어지고, 거기에는 ‘친북(親北) 정권’이라는 낙인이 깔린다.

그러나 현 정부가 유독 결의안 이행에 소홀하다는 비난은 지나치다. 현재 안보리 결의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해외 선박을 억류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억류 조건도 까다롭다. 지난해 12월 채택된 안보리 제재 결의 2397호는 금지된 품목의 이전과 연관돼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는 경우에만 회원국이 자국 항구 내 선박을 나포, 검색, 동결(억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충분한 입증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혐의만으로 외국 배를 억류할 수 없다. 야당이 붙잡아놓으라고 요구하는 선박들이 다른 나라 항구들을 수시로 드나들 수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대북 제재에 적극적인 일본마저 이 배들의 출입을 아직 막지 못하고 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할 때 확실한 증거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의심되면 일단 잡아둬야 한다’는 야당 주장은 무책임해 보인다. 정부 소식통은 11일 “선박을 억류할 경우 선원도 함께 억류해야 하는데 그게 간단한 일이 아닌 데다 억류 기간 동안 해당 선박에 보상해야 하는 기회 비용도 막대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더욱이 보수 야당의 공세는 적반하장일 공산이 크다. 여러 증언과 정황으로 미뤄보면 보수 정부가 쌓은 대북 적폐를 현 정부가 뒤늦게 청산하고 있는 형국이다. 다른 정부 소식통은 “2010년 5ㆍ24 조치(같은 해 3월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한 문책성 제재 차원에서 남북 교역을 전면 금지) 뒤에 관성처럼 수입업자들이 북한산 석탄을 계속 국내에 들여왔지만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방임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했다. 정작 업자들의 일탈을 묵인ㆍ방조한 게 과거 우파 정권이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국내 항구 광물 하역 현장에서는 값싼 북한산 석탄이 국내에 들어오는 게 하루 이틀 일이 아니라는 소문이 공공연하다.

이에 비춰 북한산 석탄 반입은 새로 생긴 사건이 아니라 이미 존재했지만 드러나지 않다가 회원국 간 북한 석탄 거래를 금지한 지난해 8월 안보리 결의 2371호 이후 적극 색출이 시작되자 그제서야 물위로 떠오른 오래된 현상일 개연성이 있다. 어쩌면 단속 착시 효과인지도 모를 일이다.

10일 정부는 북한산 석탄을 운반한 전력이 있는 외국 선박들을 붙잡아놓는 대신 이들이 국내에 입항하지 못하도록 막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억류에 따른 외교적 부담을 줄이며 금수 품목 수입은 막고 논란도 잠재우는 절충 방안을 도출한 것이다. 안보리 결의 위반 사실이 드러난 업자를 처벌하고 재발 대책을 강구하기로 한 만큼 대북 제재 의지도 국제사회에 증명한 셈이다.

친북 정부라는 일각의 의심이 현 정부는 억울할 법하다. 소리만 요란했을 뿐 국제사회가 별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대북 제재망을 조이는 성가신 일은 등한시했던 우파 정부 세력이 한국을 세계 최고의 안보리 결의 이행 모범 국가로 만든 현 정부를 되레 친북 정권으로 매도하고 있다는 게 정부 내 상당수의 항변이다.

‘동맹’보다는 ‘자주’를 선호한 노무현 정부를 계승했다는 이유로 출범 초기 미국의 의심을 피할 수 없었던 문재인 정부가 북미 사이에서 ‘의외지만 예상됐던’ 균형감을 보여주고 있는 건 사실이다. 지난해 진작 내놓기로 결정하고도 미국 등 국제사회와 국내 보수 유권자들을 신경 쓰느라 고작 90억원 남짓한(800만달러) 인도적 대북 지원 목적의 국제기구 사업 공여금을 여태껏 쥐고 있는 게 올해 한 해 예산으로 429조원을 책정한 현 정부다.

상징성을 무시하기는 어려우나 어쨌든 그리 많다고 하기 힘든 66억원(액면가가 그렇지만 환적 수수료 등 제반 비용을 빼면 50억원도 안 될 것 같다)이 북한에 흘러 들어간 일로 나라가 쪼개지고 떠들썩해지는 게 여전히 목도되는 남한의 현실이고 보면 정부가 조심조심하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남북관계 성과 한 번 내보겠다고 괜한 객기를 부렸다 동티를 내는 것보다야 차라리 답답하다는 소리를 듣는 게 낫다는 판단인 것이다.

당초 기대한 만큼 남측이 남북 협력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최근 북한의 불평은 교착 국면인 북미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한 대미 우회 압박으로 읽을 수도 있지만 실제 그 정도로 지금 정부가 미국 눈치를 많이 본다는 방증일 수 있다. 물론 현 정부가 무결할 리 없고 그렇지도 않다. 하지만 비판 번지수를 여전히 잘못 찾고 있는 우파다. 시대착오적 ‘색깔론’은 답이 아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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