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구멍 외교적 파장

#1
정부 “조사 마치면 제재위에 보고”
블랙리스트 지정 추진 과정에서
북미 충돌할 경우 한국 정부 난감
#2
적발된 선박 4척 모두 중국 소속
석탄 환적은 러시아 항구서 시행
미vs중ㆍ러 마찰 가능성도 우려
그래픽=송정근 기자

정부가 북한산 석탄 반입 사건의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함으로써 ‘고의 수사지연’ 논란은 일단락시켰지만 외교적 파장은 지속될 전망이다. 우리 정부의 대북제재 결의 준수 노력에 대해 북한 또는 미국 측이 반발할 가능성은 적지만, 제재 강화를 둘러싸고 갈등 중인 북미 관계에는 또다른 긴장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관세청 및 외교부가 북한산 석탄 반입에 연루된 것으로 지목한 선박 중 유엔 대북제재 결의 2371호를 위반한 선박은 진룽호 등 4척이다. 지난해 8월 2371호가 발동한 이후 러시아 홀름스크항에서 인천항, 포항항, 동해항으로 북한 무연탄 등을 운반한 선박들이다. 선박 4척 모두 운영업체는 중국 소속으로 파악되고 있다.

북한산 석탄 반입의 내막이 새롭게 드러났다고 해서 우리 정부와 북한 또는 미국간 관계에 당장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측이 앞서 대남 선전매체 등을 통해 “남조선(남한) 당국이 외세 눈치를 보며 대북제재 이행을 광고해대고 있다”고 비난하긴 했으나, 엄연히 제재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결의 준수를 문제 삼기엔 근거가 빈약하다. 미국 역시 한ㆍ미 공조를 통해 대북제재 위반 사례를 색출한 만큼 우리 정부를 비난할 이유가 없다. 당초 미국의 한국 기업 독자제재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지만, 외교부는 10일 추가 설명자료를 배포해 “초기 단계부터 한미 양국 정부는 긴밀히 협의해왔다”며 갈등 가능성을 일축했다.

반면 북미 관계에는 이번 사태가 추가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는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결의 위반 선박 4척을 대북제재위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재위가 해당 선박들을 안보리 블랙리스트(제재 목록)에 등재할 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공을 넘기는 것인데, 제재대상 지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미국이 ‘대북제재 강화’ 목소리를 다시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북측이 이에 반발해 북미 간 충돌이 거듭될 경우 한반도 비핵화ㆍ평화구축 협상을 진전시켜야 하는 한국 정부로서는 난감한 처지에 빠질 수밖에 없다.

블랙리스트 추가 과정에서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ㆍ중ㆍ러 간 충돌이 일어나 북미 협상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보리 블랙리스트에 등재되는 선박은 유엔 회원국 어디에서나 자산동결(억류) 또는 입항 금지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미국은 이를 대북제재망 강화 수단으로 적극 활용해 왔다. 하지만 블랙리스트 지정은 안보리 15개 이사국의 동의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번번이 중국, 러시아의 반대에 부딪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에 적발된 선박의 운영업체가 중국계라는 점, 환적이 러시아 항구에서 일어났다는 점 등에 비춰볼 때 중ㆍ러의 반발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대북제재 ‘구멍’을 막기 위해 한러 간 공조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10일 수사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러시아 항구에서 환적을 차단할 방법이 없냐’는 질문에 “외교 채널을 통해서 러시아 측에 관련 조사 사항을 전달했다”며 “러시아 당국으로부터 (대응 방안에 대한) 설명을 들어봐야 한다”고 답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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