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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맨해튼 마담

입력
2018.08.10 18:30
수정
2018.08.10 18:3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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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이 오랜만에 마담 이야기로 시끄럽다. ‘러시아 스캔들’의 주요 참고인에 ‘맨해튼 마담’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의 입에 따라선 트럼프 정부가 전에 겪지 못한 사태를 겪을 수 있다. 이미 그의 말끝에 홍역을 치러야 했던 이가 한둘이 아니다. 주인공인 크리스틴 데이비스는 금융기관에서 일하다 여성을 남성 고객에게 연결하는 이른바 ‘에스코트 서비스’를 했다. 자금 세탁, 매춘 혐의로 수감생활까지 한 그에게 ‘맨해튼 마담’이란 별칭은 어쩌면 자연스러워 보인다.

▦ 그가 외부에 처음 등장한 건 2009년 월가의 탐욕을 상징하는 책을 쓰면서다. 자기 업소에 드나든 월가 직원 수천명의 이야기를 폭로했다. 엘리엇 스피처 전 뉴욕주지사 같은 유명 인사도 고객이었다. 적폐 청산을 주도해 ‘월가의 저승사자’로 불리던 스피처는 최초의 유대인 대통령감으로 꼽혔지만, 성추문으로 불명예 퇴진한 인물이다. 맨해튼 마담은 나중에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비행도 증언했다. 성범죄를 저질러 총재에서 쫓겨난 스트로스칸에게 두 차례 여성을 소개해줬다는 것이다.

▦ 재미난 사실은 맨해튼 마담이 고객 이름을 공개한 이유가 남성에 대한 일종의 재판 같다는 점이다. 보호할 가치가 없다면 보호할 필요가 없다는 식의 논리다. 맨해튼 마담은 한때 매춘과 대마초 합법화를 내걸고 뉴욕주지사 선거에 출마, 변신을 시도했다. 당시 옆에서 선거를 도와주고 지금까지 친분을 유지해온 이가 공화당 전략가 로저 스톤이다. 흑막 정치의 달인이란 별명처럼 책략에 능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2016년 대선에서도 모종의 역할로 트럼프를 대통령에 당선시켜 ‘킹 메이커’로 꼽혔다.

▦ 그랬던 스톤이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을 파헤치는 로버트 뮬러 특검의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맨해튼 마담의 입이 다시 주목받게 됐다. 스톤은 선거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캠프를 해킹한 러시아 정보요원들과 연락하고 지냈다. 또 클린턴에게 불리한 내용을 폭로한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와도 친분이 깊다. ‘어둠의 참모’의 본래 모습이 어떠했으리라는 건 충분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그 진실이 제대로 드러날지는 현재로선 스톤을 옆에서 지켜본 맨해튼 마담의 입에 달려 있는 셈이다. 집권 초기 살아 있는 권력을 향한 특검 활동에 동서양의 차이가 있을지가 우리로선 관심사다.

이태규 뉴스1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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