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명 숨지고 77명 다쳐

사망자 중 최소 29명이 어린이
책가방 멘 채 피투성이 아수라장
사우디 연합군 “적법한 군사행동
후티 반군이 인간방패 삼았을 뿐”
국제사회, 공습에 시선 싸늘
구테흐스 유엔총장 “즉각 조사”
9일 오전 사우디 주도 연합군이 예멘 북부 사다주 다흐얀시에 있는 시장을 공습하면서 대규모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부상을 입은 아이들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EPA 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오전 9시쯤 차량과 오가는 사람들로 붐비던 예멘 북부 사다 지방의 다흐얀시 중심가 시장이 한 순간 아수라장이 됐다. 하산 무리프 사다 지역 적십자 대표는 “아이들을 태운 버스가 공격 당했다. 통학 버스는 전소해 완전히 망가졌다”며 “시신이 사방으로 흩어졌고, 끙끙 앓는 소리와 우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목격자인 무사 압둘라도 로이터통신에 “상점들이 문을 연 상태였고 사람들이 평소처럼 지나다녔는데, 시장 한 가운데서 공습이 일어나면서 버스에 타 있던 아이들과 시장에 있던 사람들이 희생됐다”고 말했다.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주도의 국제 연합군이 예멘 북부 후티 반군 장악 지역을 무차별 폭격하면서 최소 50여명이 사망하고 77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어린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후티 반군이 운영하는 알마시라방송은 사망자 중 최소 29명과 부상자 중 최소 30명은 15세 이하의 어린이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책 가방을 멘 상태로 피투성이가 된 아이들이 병원에서 치료 받는 장면을 내보냈다. 이날 피해를 당한 8~14세 사이의 아이들은 이슬람 경전인 코란을 학습하는 여름캠프를 마치고 모스크를 방문하는 길에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간인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사우디 연합군은 즉각 해명에 나섰다. 공습 직후 사우디 연합군은 공습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며 어디까지나 국제법을 준수한 적법한 군사 행동이었다고 주장했다. 연합군은 성명을 통해 “공습은 전날 예멘 반군이 사우디 남부 민간인 주거지에 미사일을 발사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미사일을 요격했으나 파편이 떨어지면서 1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다쳤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희생된 것과 관련해서는 후티 반군이 아이들을 ‘인간 방패’로 삼은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연합군 측은 “후티 반군이 아이들을 모집해 전장으로 내보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국제사회 시선은 싸늘하다. 예멘 지역 인권 옹호 단체의 실비아 갈리는 “이번 공격은 우리가 지난 3년간 예멘에서 보았던 또 하나의 국제법 위반 사례”라고 지적했고, 하산 무리프 적십자 대표는 “이 곳은 군사 기지도 아닐뿐더러 군대도 없다. (연합군이)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사우디 연합군의 공습을 규탄하면서 “독립적이고 즉각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판이 쏟아지자 연합군은 이튿날 결국 “이 사건 평가를 위한 조사를 즉시 개시하고 그 결과를 빨리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예멘은 사우디의 지원을 받는 수니파 정부와 이란이 지원하는 후티족 시아파 반군의 갈등으로 2014년부터 내전을 겪고 있다. 내전은 2015년 3월부터 사우디가 주도하는 수니파 연합군이 가세하면서 국제전으로 확대됐다. 워싱턴포스트는 “예멘 내전이 수니파와 시아파 간의 지역 패권을 둘러싼 대리 전쟁으로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3년 넘게 전쟁이 이어지면서 민간인 피해 규모는 계속 늘고 있다. AP통신은 내전 발발 이후 사망한 민간인이 1만 명이 넘는다고 보도했다. 지난 2일에만 후티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호데이다항에서 공습이 일어나 민간인 100여명이 숨지거나 다쳤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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