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관5중주단 ‘바이츠퀸텟’ 국내 공연
유럽서 활동하는 조성현ㆍ김한ㆍ함경
3년 전 닐센 실내악콩쿠르서 수상
세계 관악계 새바람 불러온 주역
14일 피아니스트 임동혁과 무대에
“관악기 후배들의 성장도 도울 것”
유럽 명문 악단에서 수석과 부수석이라는 직함으로 활동 중인 한국 관악계의 대표주자들이 목관 5중주로 관객을 만난다. 왼쪽부터 오보이스트 함경, 클라리네티스트 김한, 플루티스트 조성현. 류효진 기자

“잘하는 사람들만 모인 오케스트라도 하나의 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잖아요. 저희도 오랜 시간을 거치며 서로에 대한 믿음이 강해진 것 같아요.”(플루티스트 조성현)

“음악적인 것뿐만 아니라 고민상담도 하고 연락을 자주 주고받아요. 다섯 명이 모두 모이면 잘할 것 같다는 믿음이 딱 생겨요.”(클라리네티스트 김한)

“오히려 서로 떨어져 있으니까 리허설 위해 한 번 뭉치면 어마어마한 집중력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있어요. 함께하면 너무 재미있어서 부담으로 느껴지지도 않아요.”(오보이스트 함경)

인터뷰 내내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독일 쾰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위스 취리히에 흩어져 살던 친구들이 오랜만에 만나 나누는 대화가 영락없는 20대 청춘들의 모습이었다. 이들은 젊지만 실력은 최정상이다. 세계 유명 콩쿠르를 휩쓸고 유럽 명문 오케스트라에서 수석ㆍ부수석이라는 직함을 달고 있다.

플루티스트 조성현(29)은 쾰른 필하모닉오케스트라 플루트 종신수석이다. 함경(26)과 김한(23)은 올 9월부터 핀란드 방송교향악단에서 각각 오보에, 클라리넷 부수석으로 활약한다. 세 사람은 목관 5중주단 ‘바이츠퀸텟’이라는 이름으로 국내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9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만난 세 사람은 서로를 이해하는 만큼 농담을 주고받으며 화기애애했다.

늘 함께 실내악단을 하고 싶었던 이들은 ‘친구의 친구’를 모임에 새로 끌어들이듯 멤버를 영입했다. 조성현과 함경은 예원학교 선후배 사이고, 함경과 김한은 디토페스티벌에서 만났다. 함경과 독일에서 함께 공부했던 리에 고야마(바순)와 조성현, 함경과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 카라얀 아카데미를 수료한 리카르도 실바(호른)까지 가세해 바이츠퀸텟이 완성됐다. 이들은 2015년 칼 닐센 국제 실내악 콩쿠르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관악계에 새 바람을 불러 왔다.

지난해 여름 독일 다름슈타트에서의 연주 이후 퀸텟은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다. 멤버들이 새로운 오케스트라에 입단하며 적응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잇달아 낭보가 전해졌다. 지난해 함경은 ARD국제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를 수상했다. 조성현은 올해 2월 쾰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종신수석으로 선임됐다. 5월에는 김한이 핀란드 방송교향악단에서 한국인으로는 첫 관악 단원이자 부수석으로 임명됐고, 뒤이어 로열 콘세트르 허바우 단원이었던 함경도 핀란드 방송교향악단 부수석에 선임됐다. 김한과 함경은 거실을 공유하는 한집에 살기로 했다는 ‘깜짝 소식’도 전했다.

오케스트라는 연주자에게는 직장과 같다. 소속감과 안정감을 주는 동시에 음악 공부도 되는 1석 2조의 직장이다. 함경은 “관악기 연주자에게 오케스트라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좋은 지휘자, 좋은 동료들과 연주하면서 음악이 저절로 좋아지고 인생공부도 된다”고 말했다. 조성현도 “오케스트라를 시작한 계기는 우상이었던 엠마누엘 파우드와 함께 연주해 보고 싶다는 목표 때문이었는데, 교향곡과 오페라 곡까지 연주하면서 시야가 정말 넓어졌다”고 덧붙였다. 막내인 김한은 “형들이 하나 둘씩 오케스트라에서 자리를 잡는 모습을 보면서 자극을 받았다”며 오케스트라 생활의 설렘을 드러냈다.

14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이들의 연주회에서는 피아니스트 임동혁도 함께한다. 닐센 콩쿠르에서 상을 안겨 준 단치의 목관 5중주 1번을 비롯해 악기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리게티와 힌데미트의 곡을 레퍼토리로 선정했다. “전체 레퍼토리의 스토리 연결을 중시하는데 목관 5중주는 정말 어려워요. 6중주를 한다면 무조건 하고 싶었던 풀랑크의 곡을 2부 메인에 배치했고, 나머지 한 곡을 선정하기 위해 유튜브를 엄청 찾아봤어요.”(조성현) 그렇게 네덜란드 작곡가 레오 슈미트의 곡까지 5곡을 선정했다. 저마다 개성 강한 연주자지만 바이츠퀸텟은 마음의 안식처 같다. 그리고 잘 맞는다. “서로에 대한 존경심이 있어서 의견상충이 없는 것 같아요. 서로가 서로에게 정말 좋은 선생님이에요.”(함경)

꿈꿔 온 목표를 이미 이뤄 버린 이들에게 남은 동력은 무엇일까. 세 사람의 답은 같았다. “바이츠퀸텟이 20년, 30년 동안 연주했으면 좋겠다”는 것. 그리고 한국 관악계의 발전을 꼽았다. 사명감도 생겼다. “예전에 저희가 공부할 때는 오케스트라에 입단한 선배나 콩쿠르 수상자가 많지 않았어요. 현악기나 피아노만큼이나 주목받는 친구들이 늘어난 것에 뿌듯함도 느끼고요. 관악기를 연주하는 후배들의 성장을 돕고, 악기의 매력을 더 알리고 싶어요.”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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