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스태프 지부 8개 촬영 현장 노동시간 공개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희망연대노동조합 방송스태프지부는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드라마 제작현장의 촬영스케줄을 공개했다. 뉴시스

주 52시간 근무제 실시로 노동 시간 단축이 사회적 화두로 자리잡고 있는데도 드라마 촬영 현장의 노동시간은 여전히 하루 20시간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희망연대노동조합 방송스태프지부(방송스태프지부)는 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방송 중이거나 방송 예정인 드라마 8개 제작현장의 촬영 일정을 공개했다.

추 의원이 제작현장 스태프들의 제보를 받아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각각 드라마 촬영현장에서 하루 20시간 이상의 노동이 비일비재하게 이뤄지고 있다. SBS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은 스태프들이 지난달 6일 오전 6시 20분 출근해서 다음날 오전 5시 50분까지 23시간 이상 일했다. 2시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사우나에서 씻고 온 후 7일 오전 7시 30분에 촬영을 재개했다.

tvN ‘아는 와이프’는 촬영기간 16일 중 5일은 20시간 이상, 6일은 18시간 이상, 4일은 15시간 이상, 1일은 12시간 이상 촬영이 진행됐다. tvN ‘식사를 합시다3 비긴즈’에서는 12시간 이상 촬영하면서 스태프들이 저녁식사도 못했다는 제보가 나왔다. MBN ‘마녀의 사랑’은 24시간 50분을 연속으로 촬영했고, JTBC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은 하루 23시간 촬영을 하기도 했다,

방송스태프지부는 “죽을 것 같이 일하면 죽는다”며 “방송 현장에서 들리는 스태프들의 절규는 은유나 과장이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또 “촛불 정권이 탄생한 지 1년이 넘었고, 지난달 1일부터 ‘노동시간 단축’이 시행되었음에도 드라마현장은 아직도 ‘법’의 울타리 밖, 무법지대에 놓여있다”고 주장했다.

추 의원은 “방송 제작 현장에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심지어 목숨을 잃는 일까지 발생하는 것은 이렇게 열악한 방송제작 시스템과 불공정한 계약 관행이 가져온 결과”라며 “정부와 방송사, 제작사는 노동환경 개선에 대한 즉각적인 조치와 함께 불공정 계약 관행에 대한 실태조사 및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지난달부터 방송계는 주 68시간 근무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그러나 지난 1일 SBS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의 외주제작사 스태프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 노동시간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일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해당 스태프는 5일간 야외에서 76시간에 달하는 노동에 시달렸다”며 “방송사는 방송 제작 현장의 장시간 노동 개선 대책을 즉각 발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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