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포비아 확산]

‘안전 부적합ㆍ운행 지장 주는 경우’
자동차관리법 모호한 리콜 규정
국토부 뒤늦게서야 “제도 개선”
9일 오전 8시 50분 경기도 의왕시 제2경인고속도로 안양방향 안양과천TG 인근을 지나던 BMW 320d에서 불이 나 출동한 소방관에 의해 15분 만에 꺼졌다. 연합뉴스

BMW 차량 화재가 잇따르며 국토교통부의 주먹구구식 리콜(소비자 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물품에 대해 수거ㆍ파기ㆍ수리ㆍ교환 등을 강제하는 조치) 행정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의무 리콜이 발동되는 조건을 법제화한 환경부와 달리 국토부는 그 동안 ‘그 때 그때 상황에 따른 필요’에 따라 리콜 실시 여부를 자의적으로 결정해 왔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뒤늦게 리콜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말 그대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9일 자동차 업계와 정부 부처 등에 따르면 국내에서 자동차 리콜과 관련된 법은 ‘대기환경보전법’과 ‘자동차관리법’ 등 2가지다. 환경부는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자동차 매연을 줄이기 위해 배기가스 부품 교체 빈도와 수리 여부를 제조사들이 분기별로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이후 제출 자료를 근거로 동일 문제 부품이 전체의 4% 이상, 혹은 50건 이상 결함 발생이 확인되면 의무적으로 해당 차량은 리콜한다.

반면 국토부의 리콜 규정은 모호하다. 자동차관리법 31조는 “자동차 안전 기준에 부적합하거나, 안전 운행에 지장을 주는 경우에는 리콜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안전 기준 부적합 도달 조건과 운행 지장 정도에 대한 구체적 근거는 따로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차량 이상 관련 데이터를 살펴보다 일반적인 흐름과 다르거나 ‘조사를 한 번 해봐야 할 것 같다’고 판단이 들면 리콜 여부를 살펴본다”고 밝혔다. 정확한 기준이 없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국토부의 강제 리콜은 에어백 문제로 인한 한국GM의 머스탱과 사브 차량 밖에 없었다”며 “대부분 제조사들이 자발적 리콜을 하면서 국토부는 계량화된 기준 자체를 만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리콜은 매년 급증하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운영하는 자동차 리콜센터에 따르면 올 초부터 지난 달까지 국내 자동차 리콜 대수는 207만대를 기록했다. 이는 환경부가 주관하는 배출가스 관련 리콜 대수를 제외한 수치로, 집계를 시작한 1992년 이후 200만대를 넘은 것은 처음이다. 종전 최대치는 지난해 197만대였다. 특히 수입차 리콜은 2001년 600여대에서 지난해 30만대 수준까지 올라섰다. 16년 만에 500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비판 여론이 쏟아지자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전날 “결함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일정 수준 이상의 사고 정보가 축적되면 즉시 조사에 착수하는 등 리콜 조사 절차를 체계화하겠다”고 말했다.

국토교통위 소속 홍철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자동차 결함으로 인한 사고 예방이 필요한 경우 국토부 장관이 차량의 운행 제한을 명할 수 있게 하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토부가 밝힌 차량 운행 정지 명령의 권한은 정부가 아닌 개별 지방자치단체장에 있어 문제 차량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며 “정부 차원의 운행 제한 조치가 시급한 만큼 이르면 내주 초 개정안을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관련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