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비건 패션브랜드 '낫 아워스' 신하나 박진영 대표

비건 패션 ‘낫 아워스’ 신하나ㆍ박진영씨
직장 동료로 만나 작년 공동 설립
인조 가죽 코트ㆍ지갑 등 히트작 내
“인조 소재도 잘 안 썩는 게 문제
고민 끝에 최대한 오래 입도록
유행 안 타고 세련된 디자인 고집”
그림 1나란히 ‘낫 아워스’의 셔츠를 입은 신하나(왼쪽), 박진영 대표. 두 사람은 "기술발전으로 동물성 소재를 대체할만한 질 좋은 섬유가 많이 개발되고 있다. 가죽 같은 천연 제품이 더 좋다는 고정 관념을 버릴 때"라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이거 진짜 ‘가짜 가죽’인가요?”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이런 질문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 신생 패션 브랜드 ‘낫 아워스(Not ours)’의 공동 대표 박진영(37), 신하나(36)씨다. ‘동물 착취 없는 지속 가능한 삶’을 기업 모토로 내건 이들은 당연히 채식주의자. 박씨는 디자인을, 신씨는 제품 마케팅을 담당한다. 주력 제품은 페이크 퍼(인조 털) 코트와 인조 가죽 제품, 유기농 면 셔츠 같은 ‘윤리적 소비’가 가능한 패션 상품들이다. 최근 서울 마포구 홍익로 낫 아워스 사무실에서 만난 두 사람은 “거창하게 브랜드 컨셉트를 미리 생각했다면 부담스러워서 시작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우리가 입을 옷을 직접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애초 두 사람은 패션업체 동료로 만났다. 당시 회사 대표는 페스코(해산물, 우유, 계란을 먹는 채식주의자), 박씨는 비건(우유 계란도 먹지 않는 엄격한 채식주의자)이었지만 신씨는 꿋꿋하게 육식을 했단다. 이후 두 사람 모두 그 업체를 나와 ‘각자의 길’을 가던 중, 신씨가 채식을 시작하면서 두 사람 삶에 변화가 찾아왔다. “작년 2월쯤 다른 회사 다닐 때 마장동에서 회식을 한 적 있어요. 그날 소고기 엄청 먹고 가게를 나오는데, 길거리에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거예요. 채식을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비건 활동가인 게리 유로프스키의 강연 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았죠.”(신하나) 신씨는 처음부터 비건 생활을 실천하기에는 부담스러워 페스코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번뜩 든 생각. “먹는 건 매일 먹어야 하는데, 입는 건 가끔 사도(buying)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잖아요. 그럼 입는 것부터 채식을 실천해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죠.”(신하나) 한데 인조 가죽, 인조 모피, 합성 섬유 제품은 “최고가 아니면 최저가” 밖에 없다는 현실이 발목을 잡았다.

“그렇게 오래 채식했지만 ‘가죽 끊은 지’는 최근이에요. 패션업계에서 일했으니 ‘좋은 소재’에 대한 갈망이 늘 있었고, ‘어차피 가죽은 남들이 고기 먹고 남긴 부산물’이라고 합리화했죠.”(박진영) 모피를 제외한 동물성 소재를 아낌없이 소비했던 박씨는 “입는 비건이 먼저 되겠다”는 신씨의 말을 듣고 뒤통수를 맞는 것 같았다. ‘이런 채식이 가능하구나’ 생각하던 찰나 “당장 입을 게 없어 실천 못하고 있다”는 신씨의 말을 듣고 “우리가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만든 첫 번째 아이템은 페이크 퍼 코트. ‘최고급 폴리에스테르 100%’로 만든 코트의 가격은 32만5,000원. 누가 이 돈 주고 신생 브랜드의 제품을 살까 싶지만 40벌, 1,300만원 판매라는 대박을 터뜨렸다. 박씨는 “원단만 비교했을 때 다른 브랜드에서 만들었다면 백만원대에 파는 최고급 원단”이라며 “인조 소재도 얼마든지 천연 모피나 가죽 못지않은 촉감을 낼 수 있어요. 수요가 없어 생산되지 않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캐시미어 100%도 퀄리티가 천차만별이거든요. 같은 소가죽, 양가죽이라도 퀄리티가 천차만별이듯 페이크 퍼나 페이크 래더도 마찬가지에요. 저희 제품을 직접 보여줘야 된다고 생각해서 쇼룸을 기획했어요. 만져보면 반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하루 장소를 빌려 전시를 했는데 판매량이 확 늘었어요.”(박진영)

비건 패션 브랜드 '낫 아워스' 신하나(왼쪽) 박진영 대표. 홍인기 기자

판매 금액 기준, ‘최대 히트작’은 인조 가죽 가방이다. 가죽, 양모 등 동물성 옷감이 필요없는 여름에 ‘차별화된 아이템’으로 내놓았는데 역시 26만7,000원이라는 만만치 않은 가격에도 70여개, 1,800여만원어치가 팔렸다. “가방 만든 공장 소장님이 진짜 가죽보다 좋은 소재라고 극찬한 최고급 합성수지”(신하나)로 만든 가방은 모 명품 브랜드 합성피혁 가방처럼, 손톱으로 긁어도 긁힘이 생기지 않는다. “패션 비건들에게 ‘돈 있어도 제대로 된 거 못 사는’ 아이템이 가방이에요. 드레스 업을 해도 멜 가방이 에코백 뿐이거든요. 인조 가죽가방 냈을 때 ‘좋은 가방 너무 갖고 싶었다’는 반응이 정말 많았어요.”(박진영) 성원에 힘입어 인조 가죽 지갑도 선보인다. 10만원을 훌쩍 넘는 가격이지만 판매 나흘만에 매출은 1,300만원을 넘었다.

한데 수백년 간 썩지 않을 ‘합성수지’ 옷이 가죽 옷보다 더 윤리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고민 끝에 두 사람이 내린 결론은 ‘최대한 오랫동안 입을 옷을 만들자’는 거란다. “그래서 한번 구입하면 나이에 상관없이, 여러 세대에 걸쳐 오래 입을 수 있는 디자인을 고민하고 있어요. 한편으로 현재 우리가 입고 신고 두르는 가죽, 모피, 양모는 인공 소재라고 말해도 무방할 만큼 엄청난 화학처리를 거쳐요. 가죽도 오랜 기간 썩지 않습니다.”(신하나) “비건 패션제품이 워낙 없어서 저희가 만들기 시작했지만, 이제 신제품을 내놓을 때 비건을 강조하고 싶지 않아요. 좋은 디자인, 유행 안타고 세련되고 오래 쓸 수 있는 브랜드가 되고 싶습니다.”(박진영)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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