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3일 대선과 총선

푸른 산호초와 에메랄드빛 바다로 상징되는 천혜의 자연환경 덕택에 대표적인 신혼여행지로 꼽히는 인도양의 섬나라 몰디브. 섬 대부분이 해발 6m 안팎에 불과, 지구온난화가 거론될 때마다 수몰위기에 직면했다는 뉴스 정도가 간간히 밖으로 알려졌던 몰디브가 민주화를 위한 극심한 진통을 겪고 있다. 9월 23일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와 총선(85석)은, 그 결과는 차치하고 10년 전 막 민주화의 도정에 오른 몰디브가 공정한 선거와 결과에 대한 승복이라는 절차적 민주주의의 단계에 진입했는지를 가늠할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11월 압둘라 야민 몰디브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계속되는 정정불안… 대선으로 매듭지어질까

압둘 가윰 전 대통령의 30년 독재 시기를 거쳐 다당제 선거가 도입된 2008년 이후 세 번째로 민주적 대선이 열리는 올해, 몰디브는 연초부터 극심인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다.

2월1일 대법원이 재야인사 9명에 대한 석방과 야당의원 12명에 대해 복권을 결정한 게 발단이다. 대법원은 당시 지난 2013년 대선에서 현 압둘라 야민(59) 대통령에게 석패한 모하메드 나시드 전 대통령에 대한 재심 결정도 내렸다. 그는 야민 대통령 집권 후 테러를 기도한 혐의로 13년형을 선고 받고 해외로 망명했고, 올해 대선 출마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진 인물. 하지만 재선(5년 임기)이 당면 과제인 야민 대통령은 이 결정을 거부하고 무력으로 대법원을 봉쇄해 버렸다.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가 대법원 결정을 이행할 것을 촉구했지만, 야민 대통령은 오히려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이 결정을 주도한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체포했다.

국제사회 압력으로 국가비상사태는 해제했지만, 절대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야민 대통령은 재선을 위한 걸림돌을 하나씩 제거해 가는 상황이다. 선관위가 올해 정상적으로 대선을 진행하겠다고 발표했음에도, 반(反) 야민 세력과 국제사회는 야민 대통령 측이 은연중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5월 열린 야당(몰디브민주당ㆍMDP) 예비선거에 친 야민 성향의 선관위과 경찰이 선거를 방해했으며 여당(몰디브 진보당ㆍPPM)이 장악한 의회는 지난달 야당에 불리하게 선거법을 개정했다는 것이다. 유권자 등록을 까다롭게 해 다수의 유권자를 투표 참여에서 사실상 배제시켰고, 장애인ㆍ노약자들이 투표할 때 공무원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해 관권선거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반 야민 성향 시민단체인 ‘몰디브 민주화 네트워크’관계자는 정치잡지 ‘HIMAL 사우스아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선관위는 투표함 숫자를 줄이는 식으로 많은 유권자들의 권리를 박탈했으며, 야민 측 인사가 장악한 대법원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불가능하도록 16개 항으로 된 선거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야민 정권의 공정한 선거 이행이 담보되지 않을 경우, 국제사회는 몰디브의 주력산업인 관광업에 타격을 줄 수 있도록 경제 제재를 발동하는 조치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민 대통령의 최대 정적인 나시드 전 대통령은 결국 대선 출마를 포기했지만, 주요 4개 야당은 야권연대 단일후보로 나시드 전 대통령의 오랜 동지인 이브라힘 모하메드 솔리(54ㆍMDP) 의원을 추대하고 본격적인 선거전에 들어갔다. 1994년 의원에 당선되며 정계에 진출한 솔리 후보는 가윰 대통령 독재 치하에서 다당제 대선 도입을 위해 투쟁한 민주화 인사다. 여당 역시 지난달 7일 야민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모하메드 사힘 알리 사에드 몰디브이슬람대 총장을 추대하고 집권 연장을 위한 세몰이에 나섰다.


이브라힘 모하메드 솔리 몰대브 대선 야권연대 후보.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여야 이슬람 색채 강화…가까웠지만 멀어진 인도도 변수

야민 정권의 독주가 계속되는 가운데, 야권의 총력 지원을 받고 있는 솔리 후보가 어느 정도 선전할 지가 이번 대선의 관전 포인트다. 전문가들은 선거 향방을 가를 변수로 이슬람 표심과 오랫동안 몰디브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했던 인도의 개입 여부를 꼽는다. 몰디브는 인구 43만명 중 99%가 무슬림인 이슬람 국가다. 관광객도 성경책을 갖고 다니지 못할 정도로 이슬람 근본주의가 강력한 탓에 ‘어느 후보가 더욱 신실한 무슬림인가’여부가 결정적 변수가 된다는게 현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인권탄압 문제 등 정치적으로 불리한 야민 대통령이 그래서 꺼낸 카드는 이슬람 색채 강화와 인도와의 거리 두기다. 부통령 후보로 이슬람대 총장을 지명한 것도 그런 이유다. 야민 대통령은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MDP 등 야권을 겨냥해 “야권연대는 서구와 결탁하고 있으며 몰디브에 다른 종교를 들이려 하고 동성결혼을 인정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보수적인 이슬람 표심 공략에 나섰다. 야권연대 역시 이를 의식해 이슬람 지도자들의 지지를 끌어내는데 힘을 기울이면서 “솔리 후보는 누구보다 이슬람을 사랑하고 있다”며 여당 측 공격을 차단하는데 부심하고 있다.

대법원 및 야당과의 충돌사태가 발생한 지난 2월 3일 압둘라 야민(가운데) 몰디브 대통령이 수도 말레에서 군 병력의 호위를 받으며 지지자들의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말레=AP 연합뉴스

몰디브 대선 야권통합후보 이브라힘 모하메드 솔리가 선거 유세도중 지지자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몰디브민주당(MDP) 홈페이지 캡처

인도가 이번 대선에 얼마나 영향력을 행사할지도 주요 관심사다. 몰디브는 소국이지만 인도의 앞마당과 같은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인도는 1965년 몰디브가 영국에서 독립한 이래 오랫동안 몰디브의 후견국 노릇을 해왔다. 하지만 일대일로(一帶一路ㆍ해상 및 육상실크로드)를 내세워 인도양 진출을 노리는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2014년 몰디브를 방문, 공세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야민 정권은 인도와 불편한 관계가 됐다. 반대로 나시드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야권은 인도와의 전통적 유대를 강조하는 입장이다. 올초 야민 대통령의 비상사태 선포 이후 나시드 전 대통령은 인도의 군사적 개입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도 정부는 비상사태 이후 성명을 내고 민주적 절차 회복과 공정선거를 촉구하고, 수감된 야당 인사의 석방을 요구하는 등 야민 정권과 날을 세우고 있다. 그러자 야민 정권은 몰디브에 주둔한 인도군 헬기의 철수를 요구하고 인도인에 대한 취업비자 발행을 제한하는 등 노골적인 반 인도 행보에 나서고 있다. 압력이 계속될 경우 인도의 앙숙인 파키스탄과의 협력의사까지 내비치고 있는 상황이다. 야민 대통령은 자신에게 비판적인 인도를 미국, EU 등과 같이 몰디브를 압박하는 ‘외세’로 규정하면서 지지자들의 애국심을 자극하고 있다. 인도가 실제로 몰디브 대선에 개입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인도 언론들은 몰디브의 전략적 가치를 지속적으로 강조하면서 야민 정권의 친중 행보에 견제구를 던지고 있다. 1988년 군부 쿠데타 당시 실제로 인도군이 파견돼 몰디브 내정에 간여한 바 있어 인도의 대선 개입 여부에 몰디브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그래픽=박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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