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청약통장을 사들인 뒤, 통장 명의자를 위장결혼ㆍ전입하는 방법으로 청약 가점을 조작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이렇게 만든 통장으로 전국의 인기 아파트 분양권을 취득하고 불법 전매해 수십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아파트 분양권 불법 전매로 부동산 가격을 교란한 혐의(주택법 위반 등)로 청약통장 작업총책 A(51)씨 등 일당 4명을 검거, 검찰에 송치했다고 8일 밝혔다. 청약통장 작업 일당과 위장결혼ㆍ전입자, 불법 전매자 등 경찰이 이번에 검거한 인원은 모두 1,090명에 이른다.

경찰에 따르면, 총책 A씨 등 청약통장 작업조직 4명은 청약통장과 공인인증서 등 아파트 청약 신청을 할 때 필요한 서류를 개당 200만~1,000만원에 332개를 매입했다. 이후 부양가족이 많은 사람 등 청약 점수가 높은 사람을 골라 허위로 혼인ㆍ전입신고를 하게 하는 수법으로 분양권 당첨 확률을 높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청약통장은 서울 강남 지역과 수도권 신도시, 부산, 세종 등 인기 지역 아파트 청약을 신청하는 데 사용됐다. 이들은 당첨 확률이 높은 청약통장으로 아파트 분양권 243건을 따낸 뒤 ‘떴다방’ 등을 통해 건당 프리미엄 1,000만~1억원을 붙여 불법 전매하고, 수십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청약통장뿐 아니라 공인인증서까지 일당에게 넘긴 위장결혼ㆍ전입자들은 대부분 경제적으로 궁핍한 처지였다. 이들은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A씨 유혹에 넘어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부양가족이 4명인 B씨는 서로 친자매ㆍ사촌자매 관계인 여성 3명과 순차적으로 혼인신고를 한 뒤 청약을 신청하고, 당첨되면 이혼하는 방식으로 세 차례 아파트 분양권을 따냈다. 또, 부양가족 7명이 있는 남성 C씨 공인인증서로는 정부 전자민원포털인 ‘민원24’에서 주소지를 바꾸는 방법으로 8차례 위장전입해 7번 분양권에 당첨되기도 했다.

경찰은 부정 당첨된 분양권 243건에 대해 국토교통부에 취소를 의뢰하는 한편, 불법 전매가 확인된 974건은 해당 구청과 국세청에 통보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청약통장 매매 비용, 불법 전매 프리미엄 등이 아파트 실수요자에게 전가돼 부동산 가격을 왜곡하고 있다”며 “청약신청 요건을 강화하고, 분양권 매도자뿐 아니라 매수자도 처벌하는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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