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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교단 최대 수치의 날” 명성교회 세습 인정에 비난 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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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교단 최대 수치의 날” 명성교회 세습 인정에 비난 폭주

입력
2018.08.09 04:40
수정
2018.08.09 08:1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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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대표 던진 재판국원 7명 사퇴 

지난 7일 서울 견지동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앞에서 명성교회 세습 반대 운동을 벌여온 이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이날 예장통합 총회 재판국은 비밀투표를 통해 8대 7로 세습을 합법이라 판결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제공
지난 7일 서울 견지동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앞에서 명성교회 세습 반대 운동을 벌여온 이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이날 예장통합 총회 재판국은 비밀투표를 통해 8대 7로 세습을 합법이라 판결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제공

“가장 가슴 아픈 반응은 ‘교회 너희들이 역시나 그럴 줄 알았다’는 말씀들입니다. 교회가 자정 능력을 잃었다는 뼈아픈 질타이기 때문입니다. 그 앞에서 저희가 무슨 변명을 하겠습니까. 교회에, 교단에 몸 담은 사람으로서 어떻게든 바로 잡아보겠다는 말씀만 드립니다.”(‘예장통합목회자연대’의 이길주 목사)

7일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통합) 총회 재판국은 명성교회 담임목사직을 김삼환 원로목사에서 아들 김하나 목사로 대물림한 것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재판국원 15명의 비밀투표를 거쳐 8대 7로 내린 결정이다. 예장통합목회자연대는 지난해 3월 명성교회 세습 논란이 불거지자 이를 막기 위해 교단 소속 목사, 신학대생 등이 모여 만든 단체다.

재판국의 판결로 명성교회 세습 문제는 공식적으로 일단락된 듯하나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교계가 대형 교회 세습이라는 나쁜 선례를 인증한 꼴이어서 비판의 목소리가 더 높다.

예장통합목회자연대는 명성교회 세습이 교단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세습금지 조항 ‘위임목사 청빙에 있어 해당 교회에서 사임(사직) 또는 은퇴하는 위임목사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는 위임목사로 청빙할 수 없다’에 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명성교회측은 ‘은퇴하는’이란 표현을 이유로 2015년에 ‘이미 은퇴한’ 김삼환 목사 후임으로 2017년 김하나 목사가 청빙된 것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맞서고 있다.

이길주 목사는 “2013년 세습금지 조항 마련 당시, 세습이 이미 끝난 교회까지 다 찾아 다니며 적용할 수는 없다는 점을 감안해 ‘은퇴한’이 아니라 ‘은퇴하는’이란 표현을 썼을 뿐이라는 건 교단 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면서 “그런 말장난 같은 논리에 8명이나 찬성표를 던졌다는 건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재판국 판결에 대한 실망과 분노도 잇따르고 있다. 교회사 연구자로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한국기독교 석좌교수를 맡고 있는 옥성득 목사는 판결이 나온 7일 예장통합 총회에다 목사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는 사직서에서 “80년 전 신사참배 결의는 일제의 강제로 결의했으나, 오늘 통합측 재판국은 자의로 결정했기에 통합 교단 최대 수치의 날”이라 강력하게 성토했다.

김지철(소망교회) 목사는 김삼환 목사에게 8일 공개편지를 띄워 세습은 아들이나 성도를 위한 것이 아니라 “김삼환 목사님이 단지 자기 보신을 위해 그렇게 집착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재판국원 15명 가운데 반대표를 던진 7명은 사퇴키로 했다. 한재엽(장유대성교회) 목사, 조건호(소망교회) 장로 등 6명은 재판국원 사직서를 총회에다 냈고, 오세정(연동교회) 장로는 추가로 사직서를 낼 예정이다. 이들은 사직서에서 “교단 헌법 수호 책무를 다하지 못한데 대해 책임을 진다”고 명시했다.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유튜브 캡처.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유튜브 캡처.

이번 소송을 진행한 서울동남노회비상대책위원회 등 명성교회 세습 반대진영은 9월에 있을 교단 총회를 대비 중이다. 세습금지를 규정한 교단 헌법을 더 엄격하게 고치는 것은 물론, 명성교회 세습을 승인해준 현 재판국에 대한 불신임안을 상정해 재판국원을 물갈이한 뒤 재심을 청구하는 방안, 재판국 판결 자체의 중대한 흠결을 이유로 총회 결의에 따라 판결을 무효화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명성교회 측은 "교회로서는 판결을 존중한다”면서 "더 낮은 자세로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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