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 확대’ 국가교육회의 권고에
고교학점제ㆍ혁신학교 확대 등
공약 발맞추던 교육현장에 혼선
자사고ㆍ특목고 폐지 공약도 흔들
“정책과 반대로 준비한 학생 수혜”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입제도 개편 권고안 발표에 대한 교육부 긴급 간부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교사생활 20년간 느낀 건 평범한 일반고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선 결코 특수목적고(특목고)보다 유리할 수 없다는 겁니다.” 서울 A여고 교사 이모(46)씨는 국가교육회의가 내놓은 대입개편 권고안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A여고는 2015개정교육과정 첫 세대인 1학년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선택 과목을 개설하기 위해 수요조사를 하는 등 야심찬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내년 신입생에게도 적용될 내용이라 더 공들였다고 한다. 하지만 현 중3의 대학입시에서 정시가 확대되면 학교의 모든 관심도 수능 준비에 쏠릴 수 밖에 없어 그 노력은 1년짜리에 그치게 될 거라고 했다. 이 교사는 8일 “교육부가 일반고를 살린다면서 앞뒤가 안 맞는 정책을 내놓으니 중학생들이 특목고로 눈을 돌리는 건 당연한 것 아니냐”며 반문했다.

국가교육회의의 권고안에 따라 2022학년도 대입에서 정시 확대가 불가피해지면서 ‘일반고 살리기’를 외치던 문재인 정부의 교육공약에 맞춰 대비해 온 교육현장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현재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자율형사립고(자사고)ㆍ외국어고(외고) 폐지, 혁신학교 확대 등 크게 3가지의 일반고 중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모두 수능 절대평가 등 수능 영향력 축소가 전제된 정책이다. 교육부도 수능 절대평가 도입을 지속적으로 강조했지만, 지난해 대입개편을 한 해 미루는 자충수를 두면서 꼬여버렸다. 외려 교육부 정책과 반대 선택을 한 학교나 학생들이 수혜를 보는 황당한 상황이 됐다.

[저작권 한국일보]

당장 문ㆍ이과 통합 및 학생 맞춤형 수업을 지향하는 2015 개정 교육과정부터 취지가 무색해졌다. 개정 교육과정에서 고1은 7개 공통과목을 이수한 뒤 2학년 때부터 원하는 선택과목을 골라 공부하게 된다. 하지만 정시 확대로 학생들의 선택은 자연스럽게 수능 과목 위주로 쏠릴 수 밖에 없다. 교육과정과 대입의 엇박자로 수업 집중도가 낮아질 거란 우려도 있다. 경기 성남시 B고 교사 양모(35)씨는 “대입개편이 한해 미뤄지면서 현 고1 학생들도 ‘1학년 공통과목은 수능에 안 나온다’며 어수선한데 내년 고1은 더욱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고교학점제 역시 수능 절대평가 유예로 위기에 놓였다. 교육부는 2022학년도까지 고교학점제를 전 학교에 도입하겠다며 올해 총 654억원의 예산을 들여 ‘고교학점제 연구ㆍ선도학교’ 105개교를 선정해 3년간 지원하기로 했다. 대상 학교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연구학교인 서울 C고 교사 김모(40)씨는 “수능 절대평가가 언제 도입될지 모르니 고교학점제의 핵심인 내신 성취평가도 요원해져 학점제와 대입준비가 따로 놀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일반고로 전환하는 자사고ㆍ외고에 3년간 6억원의 재정 지원을 하겠다’며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시행령까지 바꾸며 추진해온 특목고 폐지 정책도 흔들릴 수 밖에 없다. 대입권고안이 나온 뒤 입시업체들은 일제히 ‘자사고 진학이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상황. 중3은 물론 새 대입제도의 영향을 받을 중학교 저학년 학부모들의 관심도 특목고에 쏠리고 있다. 중3 학부모 박정환(45)씨는 “얼마 전 일반고ㆍ외고 동시지원이 가능해졌다는 얘기를 듣고 급하게 딸의 외고 진학을 준비하고 있는데 정말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관련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