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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장군들의 특권 내려놓기

입력
2018.08.08 18:2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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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서 ‘하늘의 별 따기’라는 장군이 되면 30가지가 달라진다. 복장부터 바뀐다. 금테 달린 정모, 가죽 허리띠, 장군용 단화가 지급된다. 장군의 권위를 상징하는 삼정도(三精刀)와 38구경 리볼버 권총을 받는다. 전속 운전병과 별이 새겨진 번호판을 단 고급 승용차도 제공된다. 장성급 지휘관 건물에는 장군기가 게양되고 행사 때는 ‘장성 행진곡’이 연주된다. 전역 장군들에게 가장 기뻤던 순간을 들라면 “별을 단 순간”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답하는 이유를 알 만하다. 1980년대 말까지만 해도 전역 후 운전을 못하고 집 전화번호를 몰라 고생하는 장군들이 적지 않았다.

▦ 지난해 공관병을 노예처럼 부려 전역한 육군 대장은 안보 강연을 위해 헬기를 타고 모교를 방문해 물의를 일으켰다. 당시 지역 부대는 운동장에 흙먼지가 나지 않도록 살수차까지 동원했다. 미군은 장군이라도 공사 구분이 분명하다. 장군도 취사나 생필품 구입 등 사적 업무는 당번병 도움 없이 자신이 처리한다. 미 펜타곤 주변에는 가방을 들고 출근하는 장군들을 쉽게 볼 수 있다고 한다. 1994년 북핵 위기 때 게리 럭 주한 미군사령관이 일요일 골프를 치다 낡은 승용차를 직접 몰고 나타나 우리 군 관계자들을 놀라게 한 것은 잘 알려진 일화다.

▦ 장군에게 주어진 특권인 전용 승용차 지원이 줄어든다. 국방부가 8일 장군과 대령급 지휘관에게 제공되던 전용 승용차를 절반 이상 줄이기로 했다. 중장급 이상은 계속 지원하지만, 소장 이하는 지휘관을 제외하고 승용차 제공을 중단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운전병은 전투병으로 전환할 계획이라니 일석이조다. 계룡대 육군본부에서는 2월부터 장군들에게 출퇴근 시 전용 승용차 대신 버스를 타도록 했다. 40여명의 장군은 영관급 이하 장교들과 함께 관사와 청사를 오가는 소형 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 군의 장군 특권 폐지는 반갑지만 없앨 것은 아직도 많다. 국방부만 해도 올해 장성급만 이용하는 고급 간부 식당을 폐지했지만 장군 전용 목욕탕은 그대로다. 체력단련장에도 장군용이 따로 있다. 대전현충원이 최근 공간 부족으로 장교와 병사 묘역 구분을 없애면서 장군 묘역을 유지한 것도 시대 흐름에 맞지 않다. 정부가 추진하는 ‘국방개혁2.0’의 핵심은 군 구조를 바꿔 ‘강한 군대’를 만들자는 것이다. 특권이 적은 군대가 바로 강군(强軍)이다.

이충재 수석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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