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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의료정보 플랫폼’을 만들자

입력
2018.08.08 14:09
수정
2018.08.08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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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최근 당뇨를 앓는 어린이들의 채혈 통증을 더는 것과 같은 국민 편익을 위해 신의료기술의 시장 진입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식약청 허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급여대상 심사,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임상 적용 평가 등 통상 390일이 걸리던 기간을 80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국민에게 좀 더 다가가기 위한 행정이자, 국가간 경쟁에서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혁신적 조치다.

절차의 신속함과 임상적 평가절차의 엄격함은 모두 국민 편익을 위한 것이지만, 양측 입장 간에는 신기술의 오류를 방지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와 산업화라는 시장적 요구 사이의 원초적 갈등이 있다. 갈등이 상존하는 프로세스에 여러 기관 담당자들이 개입하는 경우, 흔히 말하는 ‘폭탄돌리기’가 발생한다. ‘카버 수술’ 사례가 교훈이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돌파구는 ‘전자화된 의료정보 활용’을 위한 시스템 구축이다. 이 시스템은 구축뿐만 아니라 유지 보수 관리에도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든다. 의원급 의료기관을 포함하는 3만3,000여 개에서 진료하며 발생하는 의료정보를 표준 기반으로 작성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살짝 곁눈질을 해보니 마침 보건복지부에서 10여 년 동안 투자한 사업이 있다. 의료기관 간 환자의 의뢰, 회송을 돕는 ‘진료정보 교류’ 사업이다. 시스템 개발과 시범 사업이 끝난 상태다.

필자는 기왕의 ‘진료정보 교류’ 시스템 기술을 발전시켜 ‘의료정보 플랫폼’이라는 인프라를 구축하자고 제안한다. 이 플랫폼 위에는 헬스케어의 많은 일들이 가능하다. 물론 신의료기술 평가를 신속하게 할 수 있다. 크게는 환자들이 어느 의료기관에 가더라도 응급정보 등 자신의 의무기록을 제시할 수 있다. 여기에 건강을 위한 각종 비즈니스 모델도 만들 수 있다. 보건의료정책을 위한 다양한 분석도 가능해진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다양한 환자 관리나 안전 문제의 예측과 예방도 가능해진다. 그래서 플랫폼이다. 일종의 산업인프라로서 도로교통망과 비견된다. 이미 미국 등 다른 나라들은 수년 전부터 의료기관에 전자의무기록 인증제를 도입,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또 여기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고 있다. 결국 이들은 헬스케어 혁신을 위한 ‘의료정보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진료정보 교류’ 시범사업 보고서에 의하면 이 플랫폼 구축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의료기관에서 진료정보를 충실하게 기록해야 하고, 그 내용을 다른 의료기관과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의료인들의 참여와 상응하는 보수를 제공해야 한다. 이는 건강보험 당국과 의사협회, 소비자단체 등 이해관련자들 간 협의가 필요한 작업이다. ‘의료정보 플랫폼’ 구축을 위한 산을 넘으면 4차 산업 혁명의 열매는 풍성해질 수 있다. 경제상황이 안 좋은 가운데 혁신성장을 하려면 혁신의 토양이 필요하다. 남들이 한다고 우리가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오만이다. 지금이라도 그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헬스케어에서 그 토양을 만드는 사업이 ‘의료정보 플랫폼’ 구축 사업이다.

김명기 보건복지부 의료정보정책자문위원장

김명기 보건복지부 의료정보정책자문위원장/2018-08-08(한국일보)
김명기 보건복지부 의료정보정책자문위원장/2018-08-08(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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