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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경의 반려배려] 우리나라에도 동물보호구역이 있다면

입력
2018.08.07 17:28
수정
2018.08.07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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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퍼시픽랜드에서 지내고 있는 큰돌고래 태지(왼쪽)와 호주 남쪽 애들레이드 돌고래 바다쉼터.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호주 애들레이드 마운트로프티 자원부 홈페이지 캡처
제주 퍼시픽랜드에서 지내고 있는 큰돌고래 태지(왼쪽)와 호주 남쪽 애들레이드 돌고래 바다쉼터.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호주 애들레이드 마운트로프티 자원부 홈페이지 캡처

지난달 18일은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와 춘삼이가 자연으로 돌아간 지 5년이 된 날이다. 이 둘과 야생적응 훈련을 받던 삼팔이는 그보다 한달 전인 6월 가두리 양식장을 탈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셋이 고향 앞바다 제주로 돌아가고 2년 뒤 태산이와 복순이도 귀향했다. 이들 다섯 마리는 야생 무리와 적응해 잘 살고 있다. 지금도 제주 앞바다에서 운이 좋으면 등지느러미에 흰색으로 1번, 2번 등을 달고 있는 이들을 만날 수 있다.

이날은 남방큰돌고래 금등이와 대포가 제주 앞바다에 방류된 지 1년 되는 날이기도 하다. 현장에서 직접 처음으로 돌고래가 방류되는 것을 본거라 지금도 생생하다. 수중 그물이 열렸지만 가두리 안에 7분 가량 머물던 대포가 먼저 밖으로 나갔고, 금등이는 20분 넘게 홀로 머물다 자리를 떴다. 20년 만에 자유의 몸이 됐으니 당장 어디로 가야할지 당황했을 것 같다. 금등이와 대포는 지금까지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 해양동물보호단체 핫핑크돌핀스 조약골 대표에 따르면 남해안 등 사람들이 모니터링하지 않는 곳에서 살고 있을 수도 있고, 이미 죽어서 가라 앉았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어딘가에서 둘이 잘 지내고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금등이, 대포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돌고래가 있다. 일본 다이지에서 잡혀와 금등이, 대포와 함께 서울대공원에 살던 큰돌고래 태지다. 태지는 큰돌고래 종이기 때문에 제주 앞바다에 돌아가지 못했다. 하지만 태지는 어디도 갈 곳이 없었고, 결국 제주도의 돌고래 공연장인 퍼시픽랜드에 맡겨졌다. 친구들은 방류되고, 혼자 남은 걸 알았는지 금등이와 대포 방류 당일 퍼시픽랜드 수조 속 사육사의 손을 쳐내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던 태지를 본 게 마지막이다.

지난해 5월 22일 방류하기 전 제주시 조천읍 함덕 앞바다에 설치된 적응훈련용 가두리로 옮겨져 헤엄치던 금등이와 대포. 제주=연합뉴스
지난해 5월 22일 방류하기 전 제주시 조천읍 함덕 앞바다에 설치된 적응훈련용 가두리로 옮겨져 헤엄치던 금등이와 대포. 제주=연합뉴스

태지는 잘 지내고 있을까. 퍼시픽랜드에 확인하니 다행히도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리모델링을 해서 사육 환경도 좋아졌고, 손님과의 악수 등 기본적인 것 이외에 다른 쇼에는 동원되지 않는다고 했다. 악수하고 사진촬영도 하지 않으면 좋겠지만 그래도 서울대공원에 혼자 남아 우울증 증세까지 보였던 것에 비하면 정말 좋아졌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태지를 계기로 돌고래들을 위한 해양보호소인 바다쉼터를 건립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되어 왔다. 사실 바다쉼터 후보지 선정부터 관리 방법, 비용까지 고려하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해외에서 추진되는 바다쉼터 사례 등을 고려하면 현실성은 충분하다는 게 동물단체들의 설명이다. 핫핑크돌핀스 등 동물단체들은 울산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을 운영하는 남구청에 바다쉼터 건립을 제안하면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태지의 위탁사육기간은 올해 연말까지다. 연말이 지나면 다시 쇼돌고래로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바다쉼터가 생기면 태지도 고래생태체험관에 사는 돌고래들과 함께 이곳으로 옮길 가능성이 커진다.

지난해 7월18일 가두리 수문장이 열렸지만 20분간 머물다 떠난 금등이. 제주=연합뉴스
지난해 7월18일 가두리 수문장이 열렸지만 20분간 머물다 떠난 금등이. 제주=연합뉴스

얼마 전 전세계 동물보호구역을 소개한 ‘고통받은 동물들의 평생 안식처 동물보호구역’책을 읽었다. 말과 당나귀, 농장동물, 곰, 실험동물, 조류, 거북이까지 다양한 생추어리가 존재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동물보호구역은 하나도 없다. 때문에 돌고래뿐 아니라 돼지나 소, 사슴, 말이 구조돼도 갈 곳이 없는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에도 위기에 처한 동물들이 갈 수 있는 동물보호구역이 하루 빨리 생기길 소망한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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