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경보 시 작업 중지 권고시간
고용부 가이드엔 ‘오후 2~5시’
기상청은 ‘더위체감지수’에 따라 달라
정부도 ‘오후 작업 중지’ 내놨지만
정확한 시간 명시 없어 현장 혼란
전문가 “기상청 표준으로 통일을”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19일 오후 세종시 한 보도 공사현장에서 근로자가 작업하고 있다. 최근 세종시에서는 실외에서 일하던 30대 근로자가 열사병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옮겨졌다가 숨졌다. 세종=연합뉴스

지난달 30일 광주 서구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근로자 A(66)씨가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쓰러져 숨졌다. A씨가 의식을 잃은 시간은 오후 1시30분쯤. 이날 광주의 한낮 수은주는 36도까지 치솟으면서 폭염경보가 발효된 상황이었지만 ‘작업 중지’는 없었다. 고용노동부의 ‘옥외 작업자 건강보호 가이드’에 따르면 폭염경보 시 작업 중지 기준은 오후 2~5시까지라 이 시간대에 속하지 않았던 탓이다. 그러나 만약 건설현장이 광주가 아닌 서울에 위치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서울시는 낮12시~오후2시까지 야외작업을 중단하라고 권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정부의 야외 근로자 보호대책이 ‘있으나 마나’ 한 권고 수준에 불과한 데다, 세부 내용조차 기관 별로 엇갈리면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7일 고용부에 따르면 폭염특보 시 작업 중지 권고 기준은 행정안전부의 ‘여름철 폭염 국민행동요령’을 반영해 만들어졌다. 건설현장 등 옥외 작업장에서는 오후 2~5시에는 긴급 작업을 제외하고 쉬는 ‘무더위 휴식시간제’를 운영하는 것이 골자다. 고용부 관계자는 “하루 중 가장 무더운 오후 시간대를 기준으로 삼았다”고 했다. 반면 서울시는 낮 12시~오후 2시까지를 폭염경보 시 작업 중지 권고시간으로 정해뒀다. 서울시는 이 때가 하루 중 가장 더운 시간대라고 말한다. 제각기 다른 기준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자 서울시는 고용부의 기준에 맞춰 오후 2~5시로 작업중지 권고 시간대를 변경했지만, 기상청의 기준은 두 기관과 또 다르다. 기상청은 폭염특보가 아니라 자체 개발한 ‘더위체감지수’를 바탕으로 야외작업 중단 여부를 판단한다. 3시간 간격으로 발표되는 더위체감지수가 30 이상으로 ‘매우 위험’에 해당하면 실외 작업장의 모든 근로자는 작업을 즉시 중지하고 별도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휴식을 취하라는 것이 기상청의 대응요령이다.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며 옥외 근로자들의 사망ㆍ사고가 잇따르자 정부가 부랴부랴 내놓은 추가 대책도 현장의 혼란을 부추기긴 마찬가지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서울시는 각각 정부와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한 건설ㆍ토목공사는 폭염이 심한 오후 시간대에는 작업을 중지하라고 지시했다. 작업중지에 따른 임금손실도 보전해주겠다고 나섰지만, 정작 ‘오후 시간대’의 명확한 기준은 없다.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강제로 시간을 정해 휴식을 취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지자체나 사업주가 자율적으로 판단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미 나와있는 부처의 대책과도 어긋나는 데다가 올 여름 온열질환 사망자만 3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명)을 훨씬 웃도는 상황에서 보다 엄격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더구나 민간 건설회사의 경우엔 작업 중지를 강제할 방안도 마땅치 않고 정작 일용직 근로자 비중이 큰 건설 근로자들은 생계가 막막한 탓에 덥다고 일을 쉬는 것을 반기지 않는 등 구멍은 숭숭 뚫려있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폭염 보호대책 기준을 범정부적인 차원에서 통일하는 것이 먼저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3시간 단위로 즉시 작업중단을 권고하는 등 가장 적극적인 기상청의 폭염대책을 표준으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일터건강을 지키는 직업환경의학과 의사회’는 성명서를 통해 “폭염 시 옥외작업의 기준은 기상청 더위체감지수 위험 이상인 지역으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폭염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범정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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