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투자증권 주식병합 전산 누락
가격만 4배 뛰고 수량은 그대로
개인투자자 ‘없는 주식’ 전량 매도

오류 발견한 유진, 비용 요구에
개인투자자 “병합 사실 안 알려”
결국 금감원에 분쟁조정 신청
증권사 비용 이유로 수작업한 탓

금감원 “처음 있는 일, 파악 우선”
[저작권 한국일보] 유진투자증권 ‘해외주식 거래 오류’ 일지. 박구원 기자

유진투자증권이 해외 주식 거래를 중개하는 과정에서 주식병합 결과를 제때 반영하지 않아 고객이 실제 주식보다 3배나 더 많은 주식을 내다 판 사건이 발생했다. 두 개 이상의 주식을 합치는 주식병합을 하면 당연히 팔 수 있는 주식 수도 병합 비율만큼 줄여야 하는데, 증권사가 이를 전산 시스템에 반영하지 않으면서 고객은 애초 사들인 수량 그대로 주식을 매도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없는 주식에 대한 매도 주문이 성사된 셈인데, 지난 4월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배당사고와 비슷한 시스템상 허점을 드러낸 것이어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금융감독원은 즉각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7일 금감원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개인투자자 A씨는 지난 3월27일 유진투자증권을 통해 미국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 종목인 ‘프로셰어즈 울트라숏 다우30’ 주식을 665주 사들였다. 해당 상품은 다우지수가 하락할 때 2배 이상 수익이 나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문제는 해당 주식이 5월24일(현지 시간) 4대1로 병합되면서 발생했다. 주식병합이란 말 그대로 둘 이상의 주식을 하나로 합치면서 주당 가격을 높이는 것을 일컫는다. 주식병합으로 A씨가 보유 중인 주식 수는 665주에서 166주로 줄고, 주당 가격은 8.3달러에서 33.18달러로 상승했다. 하지만 A씨가 25일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접속했을 땐 바뀐 주식 수가 반영돼 있지 않았다. 주식 수는 665주 그대로인데, 주식 가격만 4배나 뛰어 있었던 것. 주식 병합 사실을 몰랐던 A씨는 주가가 하루 새 4배 폭등한 줄 알고 모든 주식을 내다 팔았다. 결과적으로 보유 주식보다 499주만큼 더 판 것이다. A씨는 이 덕분에 1,700만원 가량 추가 수익을 얻었다.

유진투자증권은 A씨의 매도 주문이 이뤄진 것을 확인한 뒤에야 주식병합 결과를 전산에 반영하지 않은 사실을 알아채고 뒤늦게 매도 제한 조치를 취했다. 특히 A씨의 매도 주문이 시장에서 정상 체결된 터라 유진투자증권은 A씨가 초과 매도한 499주만큼 시장에서 주식을 사들여 주문에 구멍이 나는 걸 막아야 했다. 이후 유진투자증권은 A씨에게 주문 구멍을 메우기 위해 499주를 사들인 데 들어간 비용을 물어줄 것을 요청했지만 A씨는 거절했다. 애초 증권사가 주식병합된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HTS에 매도가능 주식 수가 665주로 나와 있어 그대로 판 만큼 물어줄 이유가 없다는 게 A씨의 입장이었다. 이를 두고 양자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며 유진투자증권이 A씨를 상대로 법적 소송을 예고하자 A씨는 결국 금감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처음 있는 일이라 사실관계부터 정확히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며 “증권사 실수가 명백하긴 하지만 만약 A씨가 이를 알고도 일부러 주식을 팔았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삼성증권 배당사고 때도 계좌에 주식이 잘못 입고된 것을 알고도 내다 판 직원은 처벌을 받았다.

금감원과 업계는 이번 사고의 근본 원인을 증권사의 허술한 거래시스템에서 찾고 있다. 현재 증권 시스템 상 해외시장에서 주식이 병합되거나 분할될 경우 변경된 주식 수가 곧바로 국내 고객의 증권계좌에 반영되진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 예탁결제원에서 주식합병에 따른 주식 수가 조정되면 전산을 통해 자동으로 국내 예탁결제원의 계좌명부에 바뀐 내용이 반영된다. 예탁원은 이를 증권사에 전달하고, 증권사는 다시 이를 자사 전산시스템에 입력한다. 그런데 유독 마지막 이 과정이 증권사 직원의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때문에 국내 증권사는 해외주식 병합 등이 이뤄지면 우선 거래 제한조치를 취하고 고객의 주식 변동사항을 수작업으로 변경한 뒤 거래를 재개한다. 지금까진 증권사들이 제때 거래 제한 조치를 해 별 문제가 없었는데, 이번엔 거래 제한을 뒤늦게 걸면서 사고가 터졌다. 한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대형사 일부는 해외주식이 병합되면 이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전산에 반영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나머지는 대부분 관련 전산을 갖추는데 비용이 많이 든단 이유로 수작업으로 처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유진투자증권 관계자는 “전산 착오로 수량만 665주로 표시됐고 거래대금이 전달되는 3거래일 안에 부족한 주식을 메운 만큼 유령주식 사태와는 결이 다르다”고 해명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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