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노동위 위원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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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시운전 나가면 최소 열흘
현행 제도선 범법자 될 수밖에
현장서 보면 고칠 점 분명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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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매년 가파른 인상?
일단 1만원까지 인상 이후엔
물가인상분만큼 올려도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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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동안 노조활동 했지만…
사회양극화 노조 책임도 있어
격차해소 자본가 몫만은 아냐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지난 2일 서울 광화문 집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노동 현안을 설명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문성현(66) 경제사회노동위원회(구 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출석해 ‘친정’인 노동계를 작심 비판했다. “30년 동안 열심히 정의라고 생각하며 노조를 했지만 지나고 보니 정의가 아닌 부분이 있었고 거기에 민주노총도 책임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대표적인 1970년대 ‘학출(학생운동 출신)’ 노동자로 민주노총 금속연맹 위원장과 민주노동당 대표를 지낸 원로 노동운동가의 발언이어서 무게감이 남달랐다.

민주노총은 문 위원장 발언 8일 만에 논평을 내고 “문 위원장이 민주노총과 노동운동에 적대적인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에 입을 빌려준 모양새”라고 반격했다. 논평이 나온 건 공교롭게 인터뷰 직전이었다. 지난 2일 서울 광화문 집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진행한 인터뷰 자리에 이 논평을 출력해 들고 온 문 위원장의 얼굴에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그는 “민주노총의 투쟁적 기조를 존중한다”면서도 “투쟁 못지 않게 문제해결 능력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주 52시간 근로제와 최저임금 등 당면 현안에 대해서도 “탄력적 운영이 반드시 필요하다” “최저임금 1만원 도달하면 물가상승분만큼 올리면 된다” 등 노동계나 진보진영에선 거부감을 가질 수 있는 ‘현실적 해법’을 거침없이 제시했다.

-지난달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됐다. 저녁이 있는 삶을 반기는 목소리와 함께 업무 차질을 우려하는 시선이 공존한다.

“더 이상 장시간 저임금 노동에 기초한 산업 구조로는 안 된다. 적정 임금과 효율적 노동시간으로 가야 한다.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었지만 완전한 주 40시간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노동시간의 탄력적 운영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 현장에 가보면 조정해야 하는 지점이 분명히 있다. 가령 조선업체가 배를 만들어 시운전을 하러 나가면 열흘에서 한 달까지 걸린다. 현행 제도 하에서는 범법자가 되지 않고는 이런 업무를 수행할 방법이 없다. 개선이 필요하다.”

-현행 탄력적 근로시간 제도를 활용해도 1주 최대 근로시간이 60~64시간으로 제한되는데 그런 상한도 없애야 한다는 건가.

“그렇다. 현장에서 분명한 노사의 요구가 있다면 탄력적 운용에 대해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 장시간 근로에서는 노동 강도가 느슨했는데, 앞으로 시간당 생산성을 높이는 것도 과제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사회적 대화를 통해 이를 논의해 볼 수 있다.”

-소상공인들이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에 거세게 반발한다.

“청년실업 문제를 해소하려면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연봉 2,500만원은 받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부부가 맞벌이를 해 연 5,000만원은 벌 수 있는 수준이 되면 젊은이들이 어디 가서든 내가 하고 싶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게 돼 청년실업이 해소될 거다. 이를 역산해서 나온 것이 최저임금 1만원 시대 공약이다.

-매년 최저임금 인상 때마다 논란이 되풀이 될 텐데.

“일단 1만원이 되면 그 이후로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물가상승분만큼만 인상해도 된다. 굳이 최저임금위원회를 상설 기구로 운영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어차피 2021년 또는 2022년에 (최저임금 1만원 달성과 함께) 끝날 논쟁이기 때문에 최저임금 결정 구조 개편 등의 논의도 큰 의미가 없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통한 사회적 대화는 지난 5월 국회의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에 따른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 기구 불참 선언으로 다시 공전 상태에 빠져 들었다. 사회적 대화의 성패는 민주노총의 복귀 여부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국회에서 ‘노동운동이 격차를 확대 시켰다’ ‘민주노총도 책임이 있다’고 했다. 무슨 뜻인가.

“노동운동을 30년 한 사람으로서 사회양극화, 특히 임금격차 문제에 노조의 책임이 있다고 본다. 우리의 노조는 말로만 산별 노조였지, 사실상 기업별 노조이다. 다행히 지불능력이 있어서 노조 요구를 받아줄 수 있는 회사에서는 계속 임금이 올랐지만, 그렇지 못한 많은 곳은 (업체가 망해)노조가 있다가도 없어졌다. 중소기업은 노조를 하고 싶어도 못 했다. 노조가 열심히 투쟁한 결과가 그렇게 격차를 키워 왔다.”

-민주노총 논평을 보고 섭섭하지 않았나.

“민주노총 입장은 이해를 한다. 하지만 (우리가)서로 성명서를 주고 받을 관계일까라는 생각은 든다. 진정성이 충분히 전달되지 못한 것 같다.”

-노조가, 또 노동운동이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보나.

“‘그 격차를 왜 내가 책임져야 해. 정부와 자본가가 해야지’ 이렇게 생각해선 안 된다. 격차를 만든 것에 대해 나도 책임이 있고 우리 모두 책임이 있다. 민주노총이든, 한국노총이든 조직된 노동자들이 사회적 대화에 들어와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격차 해소 문제이다. 격차해소는 정부와 자본가들에게만 요구할 것이 아니다.”

-결국 노조에 기득권을 내려 놓으란 얘기 아닌가.

“아니다. 투쟁의 성과물을 내놓으라는 건 말도 안 된다. 단, 앞으로 만들어지는 일자리는 원ㆍ하청 구분 없이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지켜져 격차를 해소할 수 있도록 사회적 대화에 참여해 달라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쌍용차 해고자 복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합법화 등 현안에 정부가 소극적으로 나와 사회적 대화 복귀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안 해결을 조건으로 내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면 노동 현안이 생길 때마다 사회적 대화가 중단되게 된다. 쌍용차와 전교조 문제는 정부가 의지를 갖고 풀어 나가고 있다. 민주노총도 투쟁 할 때는 해야 하지만, 그와 별개로 사회적 대화에 들어와 격차 해소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구조조정에 함께 대비해야 한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정혜지 인턴기자(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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