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대회에서 경선을 통과한 왼쪽부터 김진표, 이해찬, 송영길 후보가 손을 맞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서울=뉴시스】

정권의 전성기에는 시한이 있기 마련이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조정국면에 들어섰다. 김영삼 정권은 첫해 문민개혁으로 사상 초유의 절대적 지지율을 보이다 2년차 세계화 국면부터 30% 중반대로 떨어졌고, 김대중 정권은 IMF 위기극복으로 70%에서 시작해 2년차에 옷로비 사건 등 긴장이 풀리면서 40% 중반대로 하락했다. 문 대통령도 그간 화려했던 외교안보 이벤트의 거품이 빠지는 단계에서 일자리, 비정규직 문제, 재벌개혁, 개혁입법 등 내치의 어려움이 예고된 상태다. 모두 다 문제해결을 위해 구조적 처방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보름여 앞둔 8·25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중대한 의미를 갖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 임기 중반을 함께 하며 2020년 총선을 책임질 여당의 차기 리더십을 택하는 자리다. 현 집권세력에게 내후년 총선은 촛불로 치러진 대선과 6월 지방선거 압승에 이어 대한민국 정치지형의 주류로 뿌리내릴 완결판이 될 수 있다. 진보진영이 지금까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한국 현대정치사의 새로운 지평이 열릴 승부처가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새 당대표는 정권재창출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당장 유리한 쪽은 친문 좌장 이해찬 후보로 보인다. ‘개혁진영 20년 집권론’ 화두를 이끈 주인공인데다 경륜과 주도면밀한 능력면에서 그에 견줄 당내인사는 사실상 없다. 한 여론조사에서 당대표 적합도 1위를 차지한 것도 이런 연유일 것이다. 그런데 이 후보의 강한 에너지가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 김진표, 송영길 후보로부터 ‘불통’이나 “야당과 싸우는 당대표”로 협공받고 있다. 문 대통령의 집권 2년차 성공요건으로 야당과의 협치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반면 친문 핵심지지층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보이는 김진표 후보는 문 정부의 성공을 위해 당을 뚝심있고 안정적으로 관리할 적임자로 이미지를 쌓고 있다. 참여정부 부총리를 두 차례(경제,교육)나 지낸 관료출신 정치인으로 임기 중반 민생화두에 정면으로 맞닥뜨릴 청와대와 시너지를 낼 것으로 자부하고 있다. 그의 합리적인 성향으로 볼 때 과거 김대중 정부의 초반 전성기를 조세형 총재권한대행 체제로 운영한 대목을 떠올리게 한다. 다만 친문 실세의 지원에 따른 강점과 한계가 어떻게 작용할지, 본인의 정체성이 지지층을 대변할 수 있는지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송영길 후보는 친문 진영이 이해찬과 김진표로 분화한 가운데 지지표를 어떻게 결집시킬지가 관건이다. 유일한 호남출신인데다 86세대란 점이 그의 강점이 될 수 있다. 그 역시 통합형 리더십을 내세우지만 이해찬 후보를 능가하는 강한 캐릭터가 특징이다. 열린우리당 당시 목소리가 너무 강해 모두가 꺼리던 유시민 의원과 날 선 논쟁을 마다하지 않던 인물이다. 이번 당대표로 선출된다면 스스로 대권주자 반열에 오를 수 있다. 송 후보가 전면에 등장하면 청와대 임종석 비서실장이나 이인영, 최재성 의원 등과 차기를 향한 86세대 내 무한경쟁이 불붙게 될 것이다.

지도부 개편은 여권이 심기일전하는 계기로 작용해 정치판을 바꿀 수 있다. 내용에 따라 정권의 명운이 갈릴지도 모른다. 여당에 강성지휘부가 탄생하느냐, 아니면 연성지도부가 출연하느냐에 따라 정치지형이 달라지고 자유한국당의 대응수위도 재정비될 것이다.

현재로서 판세를 예측하긴 대단히 힘들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에 도움이 되고 궁극적으로 정권재창출을 위한 적임자가 누구인지를 고민하며 민주당 지지층은 표를 던질 것이다. 문제는 양자가 서로 충돌할 수 있는 가치란 점이다. 정권재창출에 방점이 찍힐수록 현재의 무기력한 여당이 청와대에 할 말을 하는 쪽으로 변해가기 때문이다. 강성 인물은 청와대에 호락호락하게 끌려가지 않을 것이다.

박석원 정치부 차장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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