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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식복사’는 노동착취?… 사실관계 따져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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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식복사’는 노동착취?… 사실관계 따져보니

입력
2018.08.07 10:23
수정
2018.08.07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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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여러분은 혹시 그런 궁금증 가진 적 없습니까? 도대체 성당 신부님들은 삼시세끼를 어떻게 해결할까? (중략) 도대체 신부님은 뭘 먹는 거지? 혹시 #식관자매 님의 존재를 들어보셨나요?” 

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위터에서 9,000회 넘게 공유된 글이다. ‘식관 자매’. 이름조차 생소한 이들은 천주교 사제 대신 밥짓기, 빨래, 청소 등을 하는 사람이다. ‘식복사(食服事)’라고 부르기도 한다. 복사(服事)는 천주교에서 “사제를 돕는 사람”이다.

‘식복사’의 존재를 두고 온라인에서 때아닌 노동착취 논란이 제기됐다. 앞서 언급한 트위터 글이 발단이다. 글쓴이는 “천주교가 식관자매의 존재를 감춰두고 있다”며 “노동착취를 통해 끊임없이 여성을 학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식복사들이 보통 “정신질환 등 때문에 생계능력이 부족한 여성을 신부님들이 거둬들인 것”이라며 사실상 ‘무임금’ 수준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1세기인 지금, 글쓴이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식복사’는 없어져야 할 제도가 분명하다. 성차별부터 노동착취까지 잘못된 관행이 천주교 내부에 판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일까?

 “식복사 대부분은 정규직…자부감 갖고 일해” 

7일 천주교 서울대교구에 따르면, 현재 서울 지역 성당에서 근무 중인 식복사는 약 270명이다. 식복사라는 명칭 대신 요즘엔 근무의 노동적 성격을 분명히 해 ‘주방근무자’, ‘세탁근무자’라고 부른다. 명동성당의 경우에는 빨래, 식사, 청소가 다 구분돼 있다. 물론 작은 성당처럼 인력난에 시달리는 경우엔 한 사람이 가사일을 도맡기도 한다.

식복사 채용은 일반 사무원과 같은 과정으로 진행된다. 서류, 면접 순이다. 서울대교구 홍보팀 관계자는 “(식복사들은) 다들 자부심을 갖고 일한다. 가사일이라고 해서 자존감이 낮거나 이런 건 아니다”라며 “모두들 기분 좋게 일한다”고 강조했다. 별정직에 속하는 식복사는 대부분 정규직이다. 이 관계자는 “계약직 2년을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말했다.

임금은 어떨까? 글쓴이 주장대로 사실상 무보수일까? 그렇지 않다는 게 서울대교구 측 설명이다. 서울대교구 관계자는 “다른 사무직들과 마찬가지로 최저임금이 적용된다”며 “야근 등 추가 노동 발생시엔 추가 임금이 지급된다”고 말했다. 이어 “무급 봉사, 이런 건 절대 아니고, 근로기준법을 준수해서 채용한다. (글쓴이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트위터 캡처
트위터 캡처

 “’식복사’ 제도, 아쉬운 점 있지만…비종교인도 가능” 

한 천주교 여성단체 관계자도 “어렸을 땐 성당에 기거하면서 신부님의 가사일을 돕는 사람을 본 적 있다”며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는 “식복사는 일종의 ‘가사도우미’”라며 “요즘 젊은 신부들은 대부분 식복사를 두지 않고, 스스로 (가사일을) 해결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대부분의 식복사가 여성인 점은 아쉬워했다. 남성들이 가사 업무 종사를 꺼려하기 때문이다. 그는 “식복사 제도에는 (여성 편중적 노동 등) 분명히 문제점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무보수 노동’이나, 갈 곳 없는 사람들을 데려다 일을 시킨다는 건 절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식복사가 임금을 받는 노동자임을 강조하면서 “(식복사들은) 출, 퇴근하며 일하고, 심지어 비종교인도 이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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