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 수험생들 해마다 포항 원정
시험일 1주일 전부터 단체 숙식
포항지진 등 여파 17일 객지생활
“울릉 시험장 설치는 군민 숙원사업”
교육청 “시험지 안전 수송 방법 없어”
지난해 11월 수능 시험을 치기 위해 경북 포항으로 온 울릉도의 울릉고 학생들이 해병대 청룡회관에서 공부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울릉도 진짜 보물인 아이들에게도 관심을 가져 주세요!”

올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00일도 남지 않은 가운데 도서지역인 경북 울릉군에 수능 고사장을 설치해달라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2일 경북도교육청에서 열린 임종식 경북도교육감 취임식에는 울릉지역 학부모를 대표해“울릉도에 꼭 수능 시험장을 마련해 달라”는 윤영철 울릉지역 학교운영위원장 협의회장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울릉군은 경북도내 23개 시ㆍ군 가운데 유일하게 고사장이 없다. 울릉 수험생들은 해마다 시험 일주일 전쯤 포항으로 배를 타고 나와 단체 숙식하는 불편을 겪는다. 지난해는 포항지진에다 기상 악화로 여객선이 뜨질 못해 30여명의 학생들과 교사들이 무려 17일이나 발이 묶이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해마다 시험 막바지 최상의 컨디션을 갖춰야 할 수험생들이 뱃멀미로 고생하며 시험을 치러야 하자 “수능 고사장을 설치해달라”는 울릉주민의 바람은 더욱 간절해지고 있다.

윤영철 울릉군 학교운영위원장 지역협의회장은 “수능 고사장은 울릉 군민 전체의 숙원이다”며 “주민들이 오랜 시간 행정기관과 교육청 등에 요구했지만 어느 기관 누구도 적극 나서지 않았다”고 말했다.

울릉교육지원청에 따르면 현재 울릉지역 고3 학생은 섬 전체 유일한 고등학교인 울릉고등학교에53명이 재학 중이다. 이 중 3분의 2정도는 대학 진학을 계획해 올해도 30명 이상의 학생이 수능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울릉군에 고사장 설치가 어려운 건 시험지를 제때 수송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수능 문제지는 시험일 3, 4일 전 인쇄돼 광역 시ㆍ도 내 지구로 운송된 후 시험 당일 새벽 고사장으로 옮겨진다. 울릉도는 육지를 잇는 통로가 뱃길뿐이고, 이마저도 수능이 치러지는 11월은 관광객 감소와 정기점검으로 운항편수가 하루 1~2회로 크게 줄어든다. 여기다 배가 있어도 수심이 깊은 동해의 겨울철 높은 파고로 번번이 통제된다. 울릉지역은 지난해 11월 13일간 기상악화로 여객선 운항이 통제됐다.

울릉 주민 김모(50ㆍ북면 천부리)씨는 “시험지를 꼭 배로 운송하지 않아도 헬기로 가져와 떨어뜨리거나 온라인으로 받아 인쇄해 치를 수도 있지 않느냐”며 “허황된 보물선에만 관심 갖지 말고 진짜 보물인 울릉 아이들의 딱한 사정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경북교육청도 울릉 고사장 설치에 묘안을 짜고 있다. 시험지를 일찍 받는 방안이 고려됐으나 문제지가 통상 수능일 사흘 전 인쇄돼 적절치 않다고 판단됐다. 대신 여객선 운항통제에 대비해 경찰이나 소방 헬기로 수송하는 계획도 고민 중이다.

경북교육청 중등과 관계자는 “아직까진 문제지를 안전하고 정확하게 받을 방법이 없다”며 “경찰 헬기사용을 놓고 경찰청과 조만간 협의할 예정이나 법적 근거가 없고 겨울철 기상 여건이 나빠 헬기가 못 뜰 경우 대안이 없어 고심 중이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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