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로마 올림픽 마라톤 결승선을 통과하는 맨발의 아베베 비킬라.

아베베 비킬라(Abebe Bikila)는 1960년 로마 올림픽과 64년 도쿄 올림픽 마라톤을 신기록으로 2연패한 이디오피아 스포츠 영웅이다. 그는 1969년 교통사고로 목뼈와 척추를 다쳐 하반신이 마비된 뒤 휠체어 펜싱 탁구 양궁 개썰매 크로스컨트리 등으로 국제 장애인 경기 등에 출전하며 메달을 따기도 했다. 그의 극적인 삶은 영화(The Athlete, 2010)로 만들어졌다.

비킬라는 1932년 8월 7일, 이디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130km가량 떨어진 작은 마을 자토(Jato)에서 태어났다. 3세이던 1935년 무솔리니 집권 이탈리아의 침공으로 피란살이를 했다. 이탈리아가 영국군에게 쫓겨난 것은 1941년이었다. 그는 목동으로 성장했고, 20세에 황제 근위병이 됐다. 군인스포츠대회 등에 출전해 1950년대 내내 마라톤 메달을 석권하다시피 하던 그는 1960년 국가대표로 로마올림픽에 출전, 2시간20분대 벽을 깬 2시간15분16초2의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땄다. 그것도 맨발로 달려 거둔 기록이었다. 그가 맨발이었던 이유는, 뒤늦게 국가대표에 발탁돼 후원사가 지급한 운동화 중 맞는 게 없었다는 설, 그냥 맨발이 편해서 벗고 달렸다는 설이 엇갈린다. 그가 달린 구간 중 콜로세움 인근에는 파시스트군이 약탈한 이디오피아 유물 오벨리스크가 보이는 지점이 있었다고 한다. 외신들은 그 이미지와 두 나라의 역사를 대비하며 그의 마라톤 우승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곤 했다. 그는 조국을 넘어 아프리카의 영웅이었다. 그리고 당시는 아프리카 각국의 독립 열기가 치솟던 때였다.

그는 4년 뒤 도쿄 올림픽 5주 전 충수염(맹장) 수술을 받았고, 개막 2주 전에야 훈련을 재개했다. 그리고 예상을 뒤엎고 2시간12분11초2로 자신의 세계기록을 경신하며, 사상 최초로 올림픽 마라톤 2연패를 달성했다. 메달 획득 직후 우승 소감으로 “나는 다만 달릴 뿐이다”라는 멋진 말을 남겼다고 알려져 있지만, 어디서 그런 말을 했는지 확인할 수는 없었다. 그는 올림픽 외에도 1963년 인천-서울 국제마라톤 우승 등 국제대회에서만 12차례 금메달을 땄다.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에도 출전했지만 17km 지점에서 부상으로 기권했다.

아베베 비킬라는 1958년 결혼해 네 아이를 두었고, 1973년 다시 교통사고를 당해 숨졌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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